황교안은 국정원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 성완종 리스트, 정윤회 문건 유출 등 박근혜의 정치적 위기를 촉발할 여러 사안을 무마하는 데에 앞장서 왔다.

황교안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 원세훈에게 공직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반대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하려는 것에 대해 법리적 검토를 더 하라며 돌려보냈다. 정부의 책임을 최소화하려 한 것이다. 황교안 지시로 대대적 유병언 검거 쇼가 시작됐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성완종 리스트가 터지자 사면 논란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더니 결국 불법 대선 자금 의혹의 몸통 허태열, 유정복, 홍문종 등은 건드리지도 않고 있다.

황교안은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란 악명에 걸맞게 직접 공개 변론을 맡으며 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다. 이후에도 반국가·이적단체 해산의 법적 근거 마련 등 국가보안법 강화 계획과 공안 수사 역량 강화 등의 계획을 내놓아 박근혜를 흡족하게 했다. 황교안은 검찰을 총 지휘하는 법무부장관이지만 검찰 연루 정황이 제기된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때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러나 민변 소속 변호사 징계 시도처럼 법무부장관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탄압들은 계속 벌어졌다.

친기업·반노동·반민주 전력

황교안의 그간 행적은 친기업·반노동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방향에 꼭 어울린다. 검사 시절 황교안은 “법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하면 숨어 있는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했지만 정작 그 원칙은 권력자들 앞에서는 무뎌졌고, 진실은 감춰졌다.

2005년 ‘삼성 X-파일’이 폭로되자 수사 책임자였던 황교안은 판도라의 상자를 덮는 데 앞장섰다. 삼성이 대선자금을 제공하고 정치권과 주요 보직 검사들에게 지속적으로 “떡값”을 제공하며 관리한 내용이 밝혀지자 이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그런데 황교안은 〈중앙일보〉 회장 홍석현 등 핵심 인물들을 모두 무혐의 처리하고 오히려 ‘삼성X파일’을 폭로한 이상호 기자와 노회찬 전 의원을 기소했다. 〈중앙일보〉는 황교안을 그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최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이맹희와 이건희의 상속분쟁 소송에서 법무법인 태평양이 이건희 변호를 맡았을 당시에 황교안이 태평양에서 상속 관련 수임을 맡았던 점 등을 들어 검사 퇴직 후 이건희 변호사로 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황교안은 민주적 시위와 노동자들의 저항에 관해서 줄곧 적개심을 드러내 왔다. 2002년 집회와 파업 주도 혐의로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단병호 전 의원을 구속한 것도, 공무원 노동자들의 ‘불법’ 행동을 이끌었다며 차봉천 초대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구속한 것도 황교안이었다. 그러나 1999년 대검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에서는 특검팀에 검찰 몫으로 파견돼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황교안은 2008년 촛불 시위를 두고도 “밤마다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되었고” “사회적 손실이 3조7,500억 원에 이른다”라고 비난했다. 2009년 용산참사에 관해서는 “[농성자들의] 불법·폭력성”을 원인으로 꼽았다(《집회시위법 해설》). 이런 가치관을 가졌으니 4·19혁명은 “극도의 사회혼란을 틈타 북한 공산집단의 대남공작 활동이 강화되고 남한에 잠재해 있던 좌익·좌경 세력이 준동하기 시작”한 계기라 평가한 반면 박정희의 5·16쿠데타는 “군사혁명”(《국가보안법 해설서》)으로 보이는 것일 게다.

황교안은 “국가의 안녕과 사회질서를 위해 통일 이후에도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며 국가보안법 존치를 강력히 주장해 왔다. 1991년 국가보안법 개정으로 종북 세력이 많아졌다는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황교안은 국가보안법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다. 2005년에는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한국전쟁에 관한 학술적 의견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2013년에도 ‘현재 안보 상황이 한국전쟁과 동·서 냉전이 벌어졌던 1950년대 미국보다 위험하다’며 ‘표현의 자유 제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부패·비리 우파 엘리트

박근혜 측근들이 예외 없이 부패했듯이, 황교안도 부패·비리 의혹투성이다.

황교안은 2011년 검찰에서 퇴임한 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개월간 무려 16억 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았다. 2013년 2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뒤에만 태평양에게서 급여와 상여금을 합해 1억 원 가까이를 받은 것도 최근 밝혀져 ‘보험금’ 의혹이 일고 있다. 황교안은 수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19건의 사건을 맡아 전관예우와 탈세 등등의 의혹에도 휩싸여 있다.

그뿐 아니라 면제 확률이 91만 분의 1이라는 만성담마진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는데, 심지어 질병 판정이 나기도 전에 병역 면제를 받은 것이 폭로됐다. 총리 지명 3일 전에서야 부랴부랴 딸 증여세를 납부한 것이 알려지며 탈루 의혹도 일고 있다. 장관 업무추진비를 49만 원으로 맞춰 사용한 것도 미심쩍다. 50만 원부터는 동석자를 기록으로 남겨야 하니까 이를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자가 “부패 척결의 적임자”라니, 가당치도 않다.

황교안 총리 임명을 반대한다

친정체제 강화 시도는 박근혜가 정치적 위기 때마다 꺼내든 카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과 싸워야 하므로 박근혜는 탄압에 능한 강성우파 인물 중용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공안통 황교안을 국정 2인자 자리에 앉히는 것은 노동자들의 저항을 힘으로 누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정치 위기는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만성화가 돼 가는 듯 보인다. 최근 당청 갈등은 지배계급의 정치 권력 중심부에서 상시적 분열이 존재함을 보여 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요 대권 주자로 꼽히는 자들이 박근혜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는 박근혜의 통제력에 대한 의심을 낳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국회법 개정 갈등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가 확실한 친박 인사를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기춘 키즈”로까지 불리며 박근혜 정부 수호에 앞장서 온 황교안은 위기에 처한 박근혜 입맛에 꼭 맞는 인물이다. 박근혜가 황교안을 두고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표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총리 인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박근혜에게 이미 법무부장관 청문회를 통과했다는 점도 낙점 요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친정 체제 강화는 권력 다툼을 낳아 내부 균열을 키울 위험도 있다. 과거 다른 총리 후보자들처럼 황교안이 총리 후보에서 낙마한다면 박근혜는 더 한층 깊은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 박근혜는 공안통이라는 이유로 황교안을 낙점했겠지만, 노동운동은 바로 노동운동을 겨냥한 공안 통치를 좌절시키기 위해 황교안 총리 임명을 강력하게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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