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에 이어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노조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게 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항의 시위로 관련 공청회가 무산됐지만, 정부·여당은 6월 2일 당정협의를 열어 가이드라인 발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사업장별 임단협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업종별 모델 개발과 컨설팅 지원 방안도 준비되고 있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힘을 쏟는 것은 당장 내년부터 법이 시행되는 정년 연장에 대비해 기업주들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주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의 구체적 방식은 사업장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개 55~57세부터 임금이 낮아지고 삭감액도 첫해 10~15퍼센트 정도에서 시작해 마지막 해에 40~50퍼센트까지 점차 늘어난다.

이는 근속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인상되는 연공급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내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으로 나아갈 징검다리 구실도 할 것이다.

최근 국민은행에선 55세부터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을 동시에 강요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노동자들은 55세부터 임금을 절반 깎고 60세까지 일할 것인지, 직무를 옮겨 성과에 따라 임금을 받고 60세까지 일할 것인지, 아니면 ‘희망퇴직’(사실상 해고)을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임금피크제·성과급제 시행과 상시적 ‘희망퇴직’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양대노총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하향평준화하는 공격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고용 창출?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가 고용 창출 효과를 보여 주는 지표로 제시한 통계는 표본이 너무 적어 신뢰할 수 없다. 그조차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인건비 절감을 위한 것이란 점을 볼 때, 고용 창출로 이어지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기업주들은 기존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고 일부 저임금 비정규직을 사용하려 해 왔다. 민간부문에선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강제하는 것도 아니기에, 소위 ‘전문가’들조차 고용 창출 효과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정부가 노조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가능케 하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노동자들에 불이익이 생기는 취업규칙 변경은 과반 노조나 노동자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무시한 채, “임금피크제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며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한다.

노동자들의 조건을 후퇴시키는 데서 장애물이 되는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고령자들의 임금 수준을 정해 놓은 단협이 있는 곳에서는 취업규칙이 변경된다 해도 단협이 우선 적용된다. 그러나 미조직·취약노조 사업장에선 임금피크제를 손쉽게 도입할 수 있고, 이런 사례가 늘어날수록 과반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도 사용자들의 압박을 견뎌내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더구나 지금 임금피크제 도입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기권은 6월 국회에서 통상임금, 노동시간 단축 관련 법 개악을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7월에는 해고를 쉽게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 발표도 예고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의 6~7월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맞선 투쟁 채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우선 정부의 법 개악 시도는 물론 가이드라인 공격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전체 차원의 투쟁을 배치해야 한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법률만큼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고 해서, 취업규칙보다 단협이 우선 적용된다고 해서, 산별·사업장별 임단협에서 대응하는 식으로 투쟁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

예컨대, 조직력과 단협을 가진 현대차지부도 취업규칙의 정기상여금 규정 때문에 지난해 통상임금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또, 당시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기업주들을 적극 지원했는데, 민주노총이 중앙 차원의 대응 없이 사업장별로 각개약진하다 투쟁이 무기력하게 끝나 버렸다. 그러는 동안 미조직·취약노조 사업장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한편,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임금피크제·통상임금·노동시간 단축 등을 둘러싼 국회 공방도 가시화될 조짐이다. 노동계에서도 최근 한국노총이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만나 공조를 강화기로 했고, 민주노총도 국회 논의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과의 협조로 국회 대응에 초점을 두게 되면, 투쟁보다는 야당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구실을 할 수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에 기대서는 정부 공격을 막아 내기 어려울 것이다.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악 합의 모델을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도 적용하려 한다. 더구나 이 당은 임금피크제 자체를 반대하지 않고 있고, 지난해에는 노동시간 단축 문제에서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등의 정부 개악 방향에 동의한 바 있다. 문재인은 2012년에도 노동계에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 인상 자제 등을 촉구하며 노사가 서로 양보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경제적 힘을 사용해 투쟁의 힘으로 박근혜의 질주를 막아야 한다.

5월 29일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구조 개악, 가이드라인에 맞서 즉각 총파업 태세를 갖추자” 하는 위원장 호소문을 발표했다. 다음 주부터는 산별 대표자들이 농성을 시작하며 투쟁을 조직할 예정이다. 금속노조는 올해 초 대의원대회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 시 파업으로 저지한다’는 결의를 해 둔 상태이다.

이 같은 결의가 실질화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파업 방침을 명확히 확인하고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좌파 활동가들이 기층에서 투쟁을 조직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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