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팔루자 공격이 임박해 있다. 팔루자 주변에 배치된 미군 해병대들은 식량을 아끼기 위해 하루 한끼를 야전 식량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꼭두각시 정부의 총리 알라위는 31일 기자회견에서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고 선언했다.
미국 정부와 알라위는 “팔루자의 이라크인을 보호하고 내년 1월에 민주적 선거를 치르기 위해 팔루자의 자르카위 일당과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가지 다 핑계일 뿐이다.
10월 29일치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팔루자 공격을 주도할 해병대 지휘관은 “자르카위가 팔루자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알라위는 팔루자가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르카위를 넘겨야 한다는 조건을 고집했다. 역겹게도 그는 지금 “무고한 희생자가 생길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지만 … 이라크인의 안전을 위해서”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적 선거를 위해서”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올해 초 조기 선거에 반대한 것은 미국이었다. 만약 지금 미국이 선거를 바란다면 미국이 후원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엄청난 부정이 난무했던 아프가니스탄식 선거일 것이다.  
미국이 팔루자를 굴복시키고 싶어하는 근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로스 엔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부시 정부는 “팔루자가 아랍 세계에 진정한 이라크의 상징”으로 보일까 봐 우려하고 있다.
부시 정부는 지난 4월에 잃은 위신을 회복하고 싶어한다. 확실히 4월 위기는 이라크 침략 시작 이후 부시 정권 최대 위기였다.
미국 지배자들 내 일부는 지난 4월에 승리할 수 있었지만 충분히 단호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케리는 선거 기간 내내 부시가 “이라크 도시들의 저항에 충분히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공격했다.
4월 공격에 참여했던 해병대 지휘관은 기자에게 “우리는 그 곳[팔루자]에 가서 적들을 작살낼 것이다” 하고 공언했다. 따라서 이번 팔루자 공격은 도시 전체를 점령하기 전에는 끝내지 않을 심산인 듯하다.
그러한 끔찍한 유혈사태는 이라크 내 정치 불안정을 매우 심화시킬 것이다. 알 사드르는 만약 팔루자가 공격당한다면 다시 봉기를 일으키겠다고 시사했다. 수니파 성직자 단체는 전국적 시민불복종 운동을 조직하고 1월 선거를 보이코트하겠다고 선언했다.

예닌

꼭두각시 정부 대통령 야와르는 팔루자 공격의 충격이 “모술에까지 미칠 수 있다. 모술은 이라크에서 가장 많은 수니파 인구가 집중돼 있으며, 지금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모술은 자이툰부대와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다.
미국에 가장 커다란 위협은 4월 같은 대중 봉기이다. 4월에 팔루자 방어 투쟁에서 수니파와 시아파는 연대했다.
그 뒤 미국은 둘 사이를 분열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왔다. 최근에는 사드르시에서 사드르 운동과 타협하면서 수니파 지역을 압박하는 책략을 펴 왔다.  
미국이 팔루자를 공격한다면 그 파장은 이라크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 타임스〉의 중동 전문가 아쉬라프 파힘은 많은 아랍인들에게 “팔루자 공격은 2002년 이스라엘의 예닌 공격을 연상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중동 전역에서 이스라엘의 야만에 저항하는 수십만 명의 대중운동이 벌어졌다.
이미 지난 10월 17일 유럽사회포럼 폐막 반전 행진의 주된 구호는 팔루자 공격 반대였다. 10월 30일 로마에서 벌어졌던 7만 명 규모 반전 시위의 주된 요구도 “팔루자와 이라크 도시들에 대한 폭격을 중단하라”였다.
영국 전쟁저지연합은 팔루자 공격이 시작된 바로 다음 날 반대 집회를 벌인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미국 대선 이후 최초의 중요한 국제적 반전 행동이 될 것이다.

 

 


환영받지 못하는 평화(자이툰)

10월 27일 자이툰 부대 주둔지에서 약 5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양 24마리가 죽었다. 국방부는 테러 공격이라기보다는 매설돼 있던 지뢰가 폭발한 것 같다고 발표했다. 이 사고는 의문 투성이이다.
사건 자체가 알려진 것은 발생한지 16시간이나 지나서였다. 폭발한 것이 지뢰였다면 매일 양떼들이 같은 길로 무사히 이동해 다닌 사실과 맞지 않는다. 설사 실제로 지뢰가 폭발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안심할 일은 아니다.
애초에 국방부는 에르빌이 치안이 양호하고 별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만 발의 지뢰가 매설돼 있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반전 운동은 처음부터 이라크에 안전한 곳은 없고 자이툰 부대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보도 자제(로우키)를 요청하고 “장병 신상에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자이툰 부대는 계속 주둔할 것이다”는 뻔뻔한 답만 늘어놓고 있다.
현재 자이툰 부대는 그토록 자랑하던 “새마을운동 전수”와 “자이툰배 축구대회”를 포기하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무기로 무장한 수만 명의 군대가 지키는 바그다드 그린존의 카페가 폭발된 마당에 경계 강화가 무슨 소용인가?


 

누가 진정한 테러리스트인가?


반전 운동은 항상 미 점령군이 이라크의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언론들은 대부분 “전 바트당 충성파, 알 자르카위 류의 테러리스트, 알카포네식 폭력 집단”이 진정한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이들의 이라크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의 진정한 문제는 군사 점령이 아니라 “치안 부재”다.
그 동안 반전 운동은 주로 〈이라크 바디 카운트〉의 수치를 근거로 미국의 점령이 1만 5천~3만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 숫자는 전적으로 언론 발표에 근거한 것이었다.
최근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은 이라크 30개 지역에 대한 인터뷰 조사를 통해서 이라크 전쟁 이후 10만 명 이상이 비자연적 원인으로 죽음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죽음의 최대 원인은 “폭력”이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이래 ‘폭력’에 의해 사망할 확률은 58배가 증가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연합군”[사실상 미군]의 폭격에 대부분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과 아동이었다.
연구자들은 “우리는 사망자 숫자를 세지 않는다”는 미군 준장 토미 프랭크스의 악명 높은 발언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주류 언론 중 일부는 조사 방법을 걸고 넘어졌다. 그러나 이 방법은 1999년 유고슬라비아 전쟁 때도 사용된 바가 있다.
이 조사를 발표한 잡지 《랜싯》의 편집자인 리처드 호튼은 “무력에 의한 독재자 제거와 자유민주주의 도입은 이라크 시민들에게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지 못했다.
‘민주적 제국주의’는 더 적은 죽음이 아니라 더 많은 죽음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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