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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노동자들이 6월 24일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건설노조가 6월 24일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해마다 6월이나 7월에 ‘총파업’ 투쟁을 해 왔다. 건설 노동자 수만 명이 일손을 놓고 서울에 모여 법‍·‍제도를 개선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투쟁을 벌이고, 그 여세를 몰아 각 지역으로 돌아가서 지자체와 건설사들을 상대로 투쟁을 벌여 노동조건을 개선해 왔다.

최근 몇 년간 건설업이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해마다 막대한 돈을 건설업에 쏟아붓고, 지난해 말에는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키는 등 지원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런데 올해 건설 경기가 어느 정도 호전되고 있는데, 건설사들은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건설 일용직 월평균 임금은 1백30만 원에 불과하다. 건설 노동자들은 1년에 평균 4개월 이상 실업의 고통을 겪는다. 설상가상으로 임금 체불이 만연하다.

저임금·체불 임금·안전사고가 만연한 건설 현장 강력한 상경 집중 투쟁과 지역 투쟁 모두 필요하다 ⓒ이미진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나는 동안 안전에 대한 말은 무성했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거푸집 붕괴, 건설기계 전복, 무인 타워크레인 붕괴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 결과, 건설 노동자들은 하루에 두 명 꼴로 목숨을 잃는다.

얼마 전에도 양우권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플랜트 건설 노동자가 신호수도 배치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부실한 안전관리,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노동강도 강화는 건설 노동자뿐 아니라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건설노조의 ‘2015 총파업’은 건설 노동자들 스스로 인간다운 삶을 되찾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이다. 이를 위해 건설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불법다단계 하도급, 임금 체불, 위험한 건설 현장, 상시적 고용 불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건설노조 투쟁본부 회의에서는 ‘올해는 상경 집중 투쟁을 생략하고 지자체와 각 건설 현장을 막는 투쟁을 벌이자’는 안이 제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안이 제출된 것은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상경 집중 투쟁이 팔뚝질 한 번 하고 내려오는 일회적 행사’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22일에도 건설 노동자 수만 명이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총파업 상경 집중 투쟁’을 하자 정부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척했지만, 결국에는 오리발을 내밀며 뒤통수를 쳤다. 이에 대해 많은 조합원들이 불만과 아쉬움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총파업 상경 집중 투쟁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

건설노조는 정부와 건설회사들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파업과 상경 투쟁을 벌여 대정부 요구안을 관철시키고 불합리한 법을 고치며 인간다운 삶을 쟁취해 온 조직이다. 전방위적으로 노동자 죽이기 정책을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는 오히려 더 강력한 상경 집중 투쟁이 필요하다.

지역별로 현장을 멈추는 파업을 벌여도 정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각 지역의 파업이 실질적이고 위력적이기 위해서도 ‘총파업 상경 집중 투쟁’으로 포문을 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토목건축, 전기원 분과 등에서 이미 지역별 임단협이 체결된 상황에서 상경 집중 투쟁으로 대정부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과정을 생략하면, 많은 지역에서 파업을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신규 조합원들은 상경 투쟁에 참가한 후 건설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꼈다는 말을 종종 한다. 건설 노동자 수만 명이 서울 도심에 모여서 서로 투지를 고무하며 자신감을 높이는 것은 지역 투쟁도 더 힘차게 벌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근 정부가 공무원들의 연금을 빼앗아가는 것을 보면서, 투쟁으로 우리 자신의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대정부 교섭이나 야당 의원들의 입에 발린 말로는 우리의 요구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가는 정부의 칼끝이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소속된 건설노조나 화물연대에게도 겨눠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경 집중 투쟁과 지역 투쟁을 모두 더 강력하게 벌여서 우리의 힘을 분명히 보여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