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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정책 협의기구에 참여해 연금 삭감을 벌충할 수 있을까?

공무원노조 내에서는 ‘공무원 및 교원의 인사정책 개선방안 협의 기구’(이하 ‘인사 기구’) 참여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적잖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인사 기구를 통해 공무원연금 삭감으로 인한 손해를 벌충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실제 이충재 집행부가 이를 요구한 명분은 공무원연금 개악으로 생긴 손해를 인사정책 개선으로 벌충하겠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미뤄진 만큼 정년을 연장하는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이토록 어렵게 공무원연금을 삭감해 놓고 정년연장이나 승진제도 변경 등으로 벌충해 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이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연금 개악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한다면 개혁을 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또 “공무원단체에서 얘기하는 무조건적인 정년연장은 논의 대상이 전혀 아니다”라고도 했다.

물론 이전 정부들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공격하고서는 이를 일부 보전해 준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노조 지도자들이 투쟁 회피를 정당화하려고 하는 말과 달리 손해를 완전히 벌충한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이 점에서 역대 정부들보다 매우 사악하다는 점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공히 인정하는 바다. 당장 1차 공공부문 정상화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노동자들의 복리후생을 '공무원 수준'으로 하락시켰다.

또한 박근혜에게 공무원연금 개악은 단지 연간 3조 원가량 되는 재정을 줄이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임금피크제, 성과급제 등 앞으로 예고된 다른 부문 노동자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특혜를 없앴으니 이제 공공부문도 따라야 하고 공공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민간부문의 임금도 손을 보겠다는 식이다.

실제로 인사혁신처장 이근면은 공무원연금 개악안이 통과되자마자 공무원들에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선전포고 했다. 그것도 당장 내년에 시범사업을 하고 2017년에 본격 도입하겠다는 것이다.공무원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연장을 맞바꿀 것처럼 하더니, 수급 개시 연령을 미루고 나니 이제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맞바꾸는 논의를 하자고 한다. 공무원 노동자들의 5년 간의 삶을 두고 인질극을 벌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충재가 얘기한 것처럼 정부가 연금 개악한 뒤 우리에게 선물을 주려는 게 아니다. “우리의 옷을 뺏어간 강도가 목숨을 노리는 것”과 같다.(공무원노조 김해시 지부가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

기구 구성은 ‘대타협기구’나 ‘사회적 기구’보다도 훨씬 비민주적이다. 야당조차 배제하고 인사혁신처가 고른 전문가들만 모여 논의를 할 것이다. 또 이충재와 김성광이 더는 공무원노조를 대표할 수 없게 된 것을 고려해 공무원노조 대표자가 아니라 “실무기구에 참석했던 공무원단체 위원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인사 기구에서 논의한 내용은 국회 안행위에 보고하는 것으로 끝난다. 결정 방식에 관한 어떤 언급도 없다. 또다시 노동조합은 ‘들러리’가 된다. 결국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악 이후 임금피크제 등 공무원의 노동조건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사 기구를 사용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는 인사 기구 참여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일 것이 아니라 당장 추가 공격에 맞선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이충재의 분열 획책을 최소화하는 것은 그런 투쟁을 시작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