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한남동 이집트 대사관 근처에서 ‘이집트의 모든 사형선고 철회와 집행 중단, 정치 탄압 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자회견’이 열렸다. 

6월 19일 한남동 이집트 대사관 근처에서 열린 ‘이집트의 모든 사형선고 철회와 집행 중단, 정치 탄압 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자회견’ 참가자들. ⓒ조승진

이집트의 정치수들이 호소한 국제 연대(본지 150호 ‘이집트 활동가들이 정치적 탄압에 항의하는 국제 연대를 호소하다’ 참조)에 호응해 서울, 영국, 캐나다, 미국, 레바논 등지에서 잇따라 열리는 국제 행동의 일환이었다. 한국에서는 민주노총, 전국언론노조, 노동자연대 등 18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주최했다.

이날의 국제 행동에는 한국인 20여명과 아랍인 등 모두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활기찬 분위기로 진행됐다. 특히 아랍인들은 라마단 금식 기간, 평일이라는 어려운 조건에도 2시간 가량 걸리는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참가했다. 

국내 언론뿐 아니라 〈알자지라〉, 유럽 EPA 통신사 등 외신도 기자회견을 취재했고, 이집트의 영자 언론 〈이집트 데일리 뉴스〉에서도 관련 소식을 요청하는 등 언론들의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사형선고 철회하고 사형집행 중단하라”, “언론과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작했다. 

사형선고 철회하고 사형집행 중단하라 “” 국내에 거주하는 아랍인들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조승진

첫 발언자로 나선 노동자연대 활동가 김종환 씨는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무르시의 사형 선고는 반혁명이 세력을 키우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집트의 민주주의와 혁명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반대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국제적인 연대는 이집트 정권의 탄압에 작지만 중요한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이집트 정부는 최근 국제적 비난 여론에 떠밀려 시위금지법으로 수감된 165명을 석방해야 했습니다. 우리 끝까지 연대합시다.” 

또한 그는 동일한 군사독재 배경을 가진 박근혜가 이집트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하며 모든 한국인들이 이집트 군사정권을 친구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이 자리가 분명하게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언한 국제민주연대의 박수연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유엔도 이집트 정부가 집행하는 사법살인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이집트 사형선고를 규탄하는 행동들이 이어졌고, 한국에서도 있었습니다.

“구속자 4만명, 경찰 고문으로 사망자 90명. 이처럼 이집트 정부가 사형제도를 무기로 정치적 반대자를 무차별적으로 탄압하는 추세에 대해 국제사회는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이집트 정부에게 사형 집행과 모든 정치적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합니다. 이집트의 봄이 찾아올 때까지 한국 시민사회는 계속해서 연대하겠습니다.”

한국 경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집회 참가자들은 주한 이집트대사관 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조승진

이날 한국 경찰은 사복형사를 배치하고 전경버스로 대사관 앞을 가로막는 등 방해했다. 기자회견의 마무리 순서로 이집트 대사관에 항의서한 전달이 있었는데, 경찰은 이것도 방해하려 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완강한 요구 끝에 이집트 대사관 관계자는 직접 나와서 항의서한을 접수했다.

참가자들은 힘차게 구호로 마무리하며 지속적으로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기자회견문

모든 사형선고를 철회하고 일체의 사형 집행을 중단하라!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고 시위와 언론의 자유 보장하라!

모든 수감자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고 고문을 중단하라!

2011년 이집트 혁명은 전 세계에서 투쟁을 고무했다. 당시 한국 노동자·민중도 “이집트는 독재 정권도 무너뜨렸다. 우리도 싸우면 이길 수 있다”하고 용기를 얻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이집트의 노동자·민중은 군부 출신의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 엘시시는 2013년 7월 당시 대통령 무르시를 쫓아냈고, 그의 쿠데타에 반대하는 이집트인을 3천 명 이상 살해했다. 엘시시는 무자비한 반혁명을 바라는 지배계급을 대변하며 이듬해 대통령이 됐다. 

엘시시의 군사정권은 수백 명의 정치범들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경찰서에서 고문으로 숨진 사람만 90명에 달한다. 1년 동안 구속된 사람이 4만 명을 넘었는데 그 중 상당수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에 해당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구속된 경우이고, 기사 내용 때문에 구속된 언론인도 수십 명에 달한다. 

당연히 재판은 이런 정치 탄압을 정당화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심지어 최소한의 형식조차 갖추지 않고 날림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단적으로, 지난달 16일에 재판부가 전임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와 함께 일괄적으로 사형을 선고한 1백여 명 중에는 이미 사망한 사람 2명과 19년 동안 계속 감옥에 갇혀있던 사람도 포함돼 있다.

엘시시의 군사정권은 쿠데타로 축출당한 무슬림형제단 지도부와 지지자들뿐 아니라, 무르시 정권에 맞서서도 혁명의 대의를 방어하며 싸운 혁명가들도 탄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히누르 엘마스리는 혁명적사회주의자단체(RS) 회원으로 무바라크 정부와 무르시 정부 시절에도 반정부 운동을 이끌었고, 국제적으로 인권변호사에게 수여하는 ‘루도빅-트라리외’ 인권상 2014년 수상자이다. 그러나 엘시시 정권은 벌써 그녀를 두 번째로 투옥했는데 두 번 모두 경찰에 항의한 행동을 문제 삼았다. 엘시시 정권의 광범한 정치 탄압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이런 석방과 투옥은 반복될 것이다.       

이처럼 이집트에서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과 민주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지만 각국의 지도자들은 전혀 진지한 대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미국은 툭하면 인권과 민주주의를 들먹이지만 이집트에는 무기와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박근혜도 최근 엘시시를 향해 “양국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상호 교류가 더 증진되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이집트 정치 수감자와 그 가족, 현지 활동가들은 이런 탄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소리 높여 달라고 국제적으로 요청했다. 우리 한국의 활동가들은 그 부름에 응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집트에서 정치적 신념과 자신의 양심을 지킨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정치 수감자들에 연대한다. 나아가 이집트 노동자·민중이 다시금 탄압의 군홧발을 떨치고 일어서 역사를 전진시킬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2015년 6월 19일

경계를넘어, 국제민주연대, 나눔문화, 노동당, 노동자연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반전평화연대(준),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사회진보연대, 인권연대, 전국언론노조, 청년좌파, 팔레스타인평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