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는 6월 17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폐지로 청년 1만 명 채용하자”며 정부에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해마다 진행되는 경영평가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옳게 비판했다.

그래서 공공기관 운영에서 “공공성과 안전은 뒷전”이 됐다. 공공기관을 경쟁시켜 수익성 잣대로 평가하고 예산 절감을 위해 부족한 인력 충원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영평가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래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지난해 정부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방만’의 주범으로 몰아 연간 약 2천억 원의 기업 복지를 삭감했다. 노동자 1인당 전년 대비 30퍼센트(1인당 평균 1백28만 원)가 깎인 것이다. 이때 정부는 경영평가 성과급 지급을 무기로 단체협약 개악 수용을 강요했다. 올해 임금피크제 역시 경영평가로 압박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따라서 공공운수노조가 “오직 정권과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입맛에만 맞는 제도인 현행 경영평가 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고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경영평가 성과급도 함께 폐지해 이 돈으로 청년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공기업·준정부기관 1백16곳에 지급되는 경영평가 성과급 5천4백억 원을 모두 모을 경우 신입직원 약 1만 7천 명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체

그런데 공공운수노조도 지적하듯, 경영평가 성과급은 10여 년간 공공기관 “임금 인상이 억제되어 온 대신 지급”한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계속된 실질임금 정체로 고통 받아 왔다.

해마다 기본급의 2백~3백 퍼센트 정도 지급된 경영평가 성과급은 임금의 중요한 일부이므로, 경영평가 성과급을 청년 채용 재원으로 내놓자는 제안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자진 삭감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노동자들이 먼저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정부의 ‘철밥통’ 프레임에 공세적으로 맞서는 방법이라고 본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런 주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희생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게다가 한 철도 노동자의 지적처럼, “이런 제안은 조합원들 힘만 빼고 투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 지도부가 이런 제안을 한 데에는, 정부가 경영평가 성과급을 무기로 이용하는 것에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차라리 성과급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문제의식도 담겨 있다.

지난해 1차 ‘정상화’ 반대 투쟁 때 각 공공기관 노조들이 정부의 성과급 압박에 줄지어 무너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투쟁에서 더 큰 문제는 공공부문 양대노총 지도부가 대정부 교섭 압박에 중점을 두고 일회적인 집회 동원에 그치는 수준으로 투쟁을 미온적으로 조직한 것이었다.

따라서 경영평가 압박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2차 ‘정상화’ 공격에 맞서려면 지난해와는 달라야 한다. 양보론을 제시하며 노정교섭 촉구에 힘을 싣고, 본격적인 투쟁은 예산편성지침이 만들어지는 하반기로 미뤄 둔다면 지난해와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