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의 지도적 활동가이자 그 당의 기관지 〈노동자 연대〉 편집자인 파노스 가르가나스가 아테네 현지에서 보낸 소식이다.. [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국의 〈노동자 연대〉 편집팀이 덧붙인 말이다.


그리스 채권자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기관들’은 그리스 정부에 단 한 가지 메시지만 전하고 있다.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그 ‘기관들’은 유럽중앙은행 ECB, 국제통화기금 IMF, 유럽연합집행위원회 EC다. 6월 1일 이 세 기구와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가 독일 베를린에 모였다. 그리스에 구제금융 분할금을 주는 대가로 요구할 혹독한 조건에 합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그리스에 최후통첩을 보내지는 않겠다는 외교적 언사를 폈지만, 사실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IMF는 더는 그리스와 대화하지 않겠다며 협상단을 철수시켰다.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연금을 더 삭감하고 세금을 더 올리는 조건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 조건에는 전기세에 추가 요금을 10퍼센트 부과하는 조처도 있다.

이것이 1월 말 그리스 총선에서 좌파가 승리한 뒤 다섯 달 동안 벌인 협상의 씁쓸한 결과다.

시리자는 IMF와 유럽연합 사이의 의견 차이를 이용하고자 했지만, 헛수고였음이 드러났다.

IMF는 그리스의 부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그리스 부채를 탕감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연합의 산하 기구인 유럽중앙은행이 이제 주요 채권자다.

그러니 유럽연합이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은 더 강력한 긴축밖에 없다. 그래야 정부 재정 흑자가 더 늘어나 그리스가 빚을 갚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헛수고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프랑스와 독일에 “정치적으로 해결하자”고 호소하는 부질없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해결책대로 하면, 유럽연합과 IMF가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조건을 완화하면 그리스 정부는 지중해 동부를 순찰하는 데 필요한 해군 시설을 제공한다. 이는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에 대한 그리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

그리스 연립정부의 하위 파트너이자 우파 정당인 그리스독립당은 이 제안을 열렬히 환호했다. 그리스 지배계급도 그리스의 전략적 지위를 향상시킬 이 제안에 손뼉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좌파가 이런 거래에 의존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 팔다리를 묶는 격이다.

유럽 지배자들의 베를린 회동이 보낸 최후통첩으로 곤란한 지경에 빠졌으면서도 치프라스는 “실행 가능한” 조건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정부재정 흑자 목표치를 [자신이 제시한] 국민총생산 GDP의 1퍼센트 이하에서 [채권자들이 요구하는] 3.5퍼센트로 올리겠다는 뜻이다.

치프라스의 이런 계산에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하나 빠져 있다. 바로 그리스 노동자들의 대응이다.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말은 그리스의 거리 곳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

그리스 북부 할키디키에서 온 사람들이 들고 온 현수막에도 그 말이 적혀 있었다. 그들은 그 지역 환경을 파괴할 금광 개장에 반대한다.

시리자는 이 사업을 중지시키겠다고 약속했었다. 할키디키 투쟁에 대한 연대는 오래 전부터 보수 성향이었던 그리스 북부가 좌선회하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이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피레우스 항구 노동조합은 민영화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리스 국영 방송국 ERT 노동자와 재무부 여성 청소 노동자들처럼 전임 정부가 해고한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조직한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피레우스 항구 노동자들도 지지하고 있다.

6월 11일 그리스 정부가 새 긴축안에 서명하는 것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이 시위는 공산당과 연계된 노동조합들이 조직한 것이었다.

같은 날 ERT 노동조합과 ERT 폐쇄 반대 운동도 방송국 본사 앞에서 행진을 벌였다. 이날은 중도우파 성향의 전임 신민당 정부가 ERT를 폐쇄하고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행진은 노동자들의 복직을 축하하며 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얼마 전 ERT 재개국 법안이 통과돼 방송국이 다시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바로 이런 노동자들의 기세가, 유럽연합·IMF와 합의해서 새 긴축안이 마련된다 해도 그 시행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확실히 보증한다. 설령 긴축 합의문에 치프라스가 서명해 주더라도 말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