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2009년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연행돼 기소된 네 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이 네 명 중에는 노동자연대 회원인 서경석, 이종우 회원이 포함돼 있다. 평화재향군인회 전 사무처장 김환영 씨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이들을 ‘미신고집회 개최 및 해산명령 불이행’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야간 집회 금지를 규정했던 집시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검찰은 당시 연행됐던 사람들 대부분에 대해 기소를 중지한 반면, 이 네 명에 대해서는 유독 처벌이 필요하다며 기소를 했다. 경찰서에서 부당한 연행에 대해 항의하고 묵비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부터 네 차례 재판이 진행됐고, 이날 재판에서는 서경석, 이종우 회원을 비롯한 4인의 최후진술이 있었다. 다음은 서경석, 이종우 회원의 최후진술이다.


노동자연대 서경석 회원의 최후진술 

“검찰은 우리를 본보기 삼아 정부에 분노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

저는 벌써 5년이 넘은 사건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2014년 야간 시위 금지에 대한 위헌 판결로 우리의 무죄가 분명해졌는데도 검찰은 “해산명령 불이행”을 문제 삼아 무리하게 기소를 유지했고, 다시 저는 1년 넘게 피고인석에 서야 했습니다. 왜입니까?

당시 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파병을 강행한 이명박 정부에 맞서 제가 가만히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금 이 순간 박근혜 정부의 말도 안 되는 통치에 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우리를 본보기 삼아 정부의 잘못에 분노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를 보면 저는 여전히 2009년 명동거리에 서 있는 듯합니다. 그때 명동거리에서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친 것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던 미국의 학살전쟁에 반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파병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국의 학살전쟁에 동참함으로써 파병한국군뿐 아니라 한국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가 그렇게 지키려 했던 국민의 안전은 지금 더 많이 더 쉽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다섯 해가 지났고, 대통령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세월호에서 어린 생명들이 꺼져가고 메르스가 확산돼 국민들이 두려움에 떠는 동안 박근혜 정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세월호 사태는 구조업무조차 민영화한 정부의 잘못이 가장 큽니다. 메르스 사태도 국민의 뜻을 거슬러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고 공공병원을 줄여온 정부의 잘못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민영화에 반대해 온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의 주장에 정부는 경찰과 검찰을 시켜 탄압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재벌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안전마저 팔아 치우는 이런 정부를 믿어야 합니까. 언제까지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세월호 안에서 죽어간 아이들처럼 한국이라는 배가 고꾸라지고 뒤집혀 우리의 눈앞에 물이 차오를 때까지입니까?

국민이 정부의 잘못을 폭로하고 이에 저항하는 것은 한국의 헌법이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매번 이를 무시하고 폭력으로 국민들의 정당한 헌법적 자유를 침해해 왔고, 검찰은 국민을 기소하고 위협하여 헌법적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징벌적 재판

5년이 넘은 지금까지, 그것도 헌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우리의 평화로웠던 집회를 문제 삼아 사실상 징벌적인 재판을 무리하게 이어가고 있는 검찰의 행태는 분명 반헌법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우리를 기소할 자격이 없습니다. 검찰이 최근 재벌의 비리나 정치권의 부패에 대해 무슨 역할을 했습니까. 국민적 분노가 클 때는 성역없는 수사를 약속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기소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흐지부지 끝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지금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검찰이 대선자금과 관련해 무혐의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쏟아부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4대강 사업 비리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습니까.

권력에는 한없이 약한 검찰이 노동자들에게는 어떻습니까.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노조파괴 깡패에게 맞아 두개골이 함몰되고 반신 마비되는 그 폭력의 현장에 경찰이 없었습니까? 있었습니다. 검찰은 그 깡패들을, 그리고 노조파괴로 악명높은 창조컨설팅을 기소라도 했습니까. 일자리를 요구하는 힘없는 노동자들은 국민이 아닙니까?

권력에게는 한없이 넓은 아량을 베풀고 힘없는 국민에게는 5년 넘게 재판에 끌어내는 옹졸함을 보여주는 검찰에게 불려 나와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저에게는 치욕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에 나와 종이에 "살려야 한다"를 써 붙이고 쇼를 하고, 살수차를 동원해 가뭄을 해결한다며 이미 죽은 논에 물을 뿌려대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이없어 웃습니다. 정부가 이런 코미디 같은 짓을 하면서 정작 자신들을 풍자하는 코미디는 방송은 금지시키고 징계하는 치졸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권력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방증입니다.

국민을 저항으로 이끄는 배후는 바로 이런 터무니없는 짓을 하면서도 국민을 향해 배신이니 심판이니 하는 말을 쏟아내는 박근혜 정부 자신입니다. 메르스 사태로 공공병원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도 여전히 의료 영리화를 추진하겠다는 이 정부, 그러면서도 국민이 불만을 말하면 괴담유포를 처벌한다 위협하고 국민이 모여 저항하면 물대포를 쏘며 탄압하는 이 정부, 이런 정부가 있는 한 저는 검찰의 기소에 위축되지 않고 정부의 잘못을 공공연히 주장할 것이고, 집회에 나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자연대 이종우 회원의 최후진술

“부당한 연행에 항의하고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 왜 처벌받아야 할 일인가”

저희들의 행동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에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시 경찰과 검찰이 저희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했습니다. 그 이유를 얘기하겠습니다.

당시 한국 시민들의 다수는 한국군의 중동 파병에 반대했고 파병 한국군 철수를 지지했습니다. 당시 연말마다 하는 여론조사에서 파병 반대 의견과 철군 의견이 70퍼센트가 넘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의견들은 집회와 시위를 통해서 표현돼야 합니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의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평일에는 저녁 시간에 집회를 했습니다. 그러나 야간 옥외 집회를 금지하던 집시법이 위헌 판결을 받았음에도 경찰은 야간 옥외 집회의 신고를 받지 않아 집회 참가에 제한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남대문경찰서 담당 형사는 평화적인 문화제를 보장하겠다며 시민들의 통행량이 적은 명동예술극장 앞 공터로 옮겨달라고 집회 주최측에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집회 주최측은 평화적 집회 개최를 위해 장소를 이동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집회가 시작되자 저희들을 둘러싸고 첫 노래공연 중에 강제 해산과 연행을 했습니다. 이런 경찰의 행태는 명백히 시민들의 집회 참가를 임의로 제한했던 것입니다.

검찰에 대해서도 얘기하겠습니다. 당시 연행자들이 모두 검찰에 기소된 것이 아닙니다. 야간 시위 금지 조항의 위헌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모든 연행자들을 기소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하고 저희 4인만 선별해서 처벌한 다음에 그 사례를 확대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저희를 기소한 담당 검사는 기소장에서 저희들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전력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희들을 처벌하는 게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부당한 경찰의 연행에 항의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입니까. 저희들이 정부의 거짓말과 폭력 등에 항의한 행동을 전에도 했던 것이 문제입니까. 그것은 정당한 행동이었습니다. 저희를 이런 이유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도 집회 시위의 자유 침해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죄가 없습니다. 판사님께서 현명한 판결을 내려서 집회 시위의 자유가 침해받지 않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 스마트폰 앱으로 〈노동자 연대〉를 만나 보세요!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아이폰 앱 다운로드

📮 매일 아침 이메일로 〈노동자 연대〉를 구독하세요! 아이폰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