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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정상화’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투지를 약화시키는 양보 운운 중단해야

공공부문 양대노총 공대위가 6월 24일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로 전환하고 정부의 공공부문 ‘정상화’ 저지에 나섰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노조들은 개별 교섭을 전면 거부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8월 경고 파업, 10~11월 총파업 투쟁 조직을 결의했다.

임금피크제에 대한 분명한 반대

공투본은 정부가 청년 고용을 해결하려면 총액인건비를 증액하고 각 공공기관 정원을 확대하라고 옳게 요구했다. 그런데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공투본은 ‘총액인건비를 증액하지 않는 한 단위노조는 일체의 임금피크제 교섭을 거부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기층 활동가들은 “총액인건비가 늘면 합의할 수 있다는 의미냐”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의 한 간부는 인건비 삭감 등 불이익 때문에 “고민이 된다”고도 말했다.

더구나 한국노총 공공노련은 6월 24일 열린 공투본 주최 토론회에서 고령자 임금은 삭감하되 노동시간도 함께 줄이는(노동시간 피크제) 양보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임금 수준에 따라서는 근로시간 축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양보안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런 모호한 태도는 단위 노조들이 슬금슬금 전선에서 후퇴하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임금피크제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고 사실상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키울 수 있다.

이 속에서 최근 철도노조 김영훈 집행부는 사측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면 사측이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시행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교섭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임금피크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전체 공공부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철도노조가 공투본의 교섭 거부 지침을 이렇게 무너뜨리면, 전체 전선이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공투본은 임금피크제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 저지 전선을 잘 구축해야 이어지는 성과연봉제, 퇴출제 도입 등의 공격에도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양보론으로 정부의 프레임에 맞설 수 없다

공투본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성과급제도를 폐지하라고 옳게 주장한다. 이런 제도는 그동안 공공성과 안전을 뒷전으로 내몰고 임금·노동조건 후퇴를 강제하는 수단이 돼 왔다.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정부가 정상화 공격의 무기로 활용하는 경영평가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아예 성과급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문제의식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 돈으로 정규직 일자리 확대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는 공투본 요구로 채택됐다.

그런데 경영평가 성과급 양보는 정부의 프레임에 맞설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우선 이런 주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에 이용당할 수 있다. 그러면 좋은 의도에서 노동자들이 양보를 제의해도 박근혜 정부는 이를 악용해 정규직 책임론을 부추기며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둘째, 경영평가 성과급을 청년 채용 재원으로 내놓자는 제안은 임금을 자진 삭감하자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를 꺾는다.

공공운수노조도 지적하듯, 경영평가 성과급은 10여 년간 공공기관 “임금 인상이 억제되어 온 대신 지급”한 것이다. 그래서 공공기관 30곳을 살펴보면, 경영평가 성과급은 연간 임금 총액의 5~14퍼센트에 이른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임금 삭감을 포함한 조처를 시행하라고 열의 있게 나설 리 없다. 그러면 정부의 공격을 저지할 진정한 힘을 결집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셋째, 양보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노조가 ‘합리적’ 대안을 내놓으면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는 있다고 말한다.

물론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필수 공공서비스 제공에 기여한다는 사실에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인정받기를 원한다. 노동자들이 광범한 사회적 지지를 얻는다면 자신감이 생기고 투쟁의 승리 가능성도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론이 늘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정부에 맞서 싸울 때 지지 여론은 구심을 얻어 실질적인 압력을 보탤 수 있다. 2013년 철도 파업이 광범한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노동자들이 박근혜에 맞서 싸울 힘이 있음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철도 파업은 여론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 줬다. 광범한 사회적 연대는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크게 고무했지만, 승리를 보장해 주진 않았다. 당시 부족했던 것은 박근혜의 철도 민영화 정책을 중단시킬 민주노총의 연대 파업이었다.

투쟁의 성패가 여론에 달려 있다고 보면 자칫 진정으로 중요한 것, 즉 투쟁을 약화시키는 결론으로 이끌릴 수 있다. 투쟁 요구는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낼 뿐 아니라 투쟁의 주역인 노동자들의 투지를 북돋는 것이어야 한다.

공공서비스 질 향상과 확대 문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조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는 노동자의 조건과 공공 서비스도 함께 지켜야 한다.

투쟁에 무게를 둬야

공투본은 정부에 노정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조들이 “진짜 사용자”인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공격만 퍼붓지 말고 책임 있게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정부는 임금도 일방적으로 정하고 심지어 개별 노조 단협 사항까지 일일이 간섭할 정도로 지독하게 군다.

그러나 정부가 공격을 밀어붙이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정부 교섭을 중심에 두는 대응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노사정위를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이는 수단으로만 사용했고, 얼마 전 공무원연금 개악도 ‘대타협기구’(와 ‘실무기구’) 논의를 통해 밀어붙였다.

물론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정부가 노정교섭에 응하리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개별 노조들이 정부의 압박에 버틸 명분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노조들이 이런 압박에 버티게 하려면 정부와의 대화라는, 노동자들이 보기에도 별 가망성 없어 보이는 명분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는 이미 지난해 1차 ‘정상화’ 반대 투쟁 때 잘 드러났다.

따라서 공투본은 양보론과 정부와의 공동 교섭을 중심으로 연대하기보다는 투쟁의 구심이 돼야 한다.

8월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이려는 정부 계획에 맞서려면 7~8월에 힘을 집중해 투쟁해야 한다. 민주노총 7월 15일 ‘총파업’에 공공운수노조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반갑게도 최근 부산지하철노조가 90.2퍼센트 지지로 7월 15일부터 3일간 파업을 가결했다. 이런 투쟁을 더 확대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