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올해 4월 법원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백만 원 형을 받았다. 지난해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에게 ‘미국 영주권자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한 것에 허위 사실 공표죄가 적용된 것이다. 조 교육감은 즉각 항소했고, 7월 10일 항소심 1차 공판이 열렸다.

선거 당시 서울시선관위는 이 사안을 주의경고로 종결 처분했다. 경찰도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조 교육감을 기소했다.

이것은 진보 교육감에 대한 부당한 정치 탄압이다. 1백90여 단체가 참가해 만든 ‘조희연 교육감과 교육자치 지키기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 사안을 조 교육감에 대한 표적 기소이자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고 무죄를 주장하며 방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선거법 상 허위 사실 공표죄는 선거 기간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가로막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한다.

많은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선거 기간에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유종성 호주국립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허위 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는 형법상의 명예 훼손죄와 모욕죄를 선거 공간에 적용한 것이다.

그는 한국이 명예 훼손을 세계에서 가장 광범하게 정의하고 있고, 가장 가혹한 형벌 조항(최대 7년 징역형)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많은 형사 처벌을 하고, 명예 훼손 형사 소송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비판한다.

유엔의 ‘의견과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뤼는 2011년 한국 보고서에서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공표죄의 정치적 악용을 비판하면서 비형사범죄화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게다가 조 교육감은 허위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제기한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고승덕 후보에게 해명하라고 했을 뿐이다.

1심 재판부는 조 교육감 측이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확인 작업을 소홀히 했다며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했다. 검찰도 재판 과정에서 3개월이나 걸려서 밝혀낸 것을 조 교육감 측이 선거 기간에 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억지다.

그런데 7월 10일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조 교육감의 변호인단은 항소 이유를 밝히고 무죄가 아니라 임기 중에는 유죄가 나오지 않도록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이 재판의 정치적 의의보다는 선거법 적용의 문제를 법리적으로 다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삼는 듯하다.

조 교육감의 변호인단에 속한 민병훈 변호사는 판사 시절 선거법을 많이 담당한 선거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민 변호사를 선임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시절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 1심 재판에서 삼성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한 바 있다.

조 교육감에 대한 재판은 정치 재판이고 조 교육감에게 적용된 허위 사실 공표죄는 빌미일 뿐이다. 따라서 재판부에 무죄를 분명하게 주장하는 것이 옳다.

진보 교육 흔들기

그런데 진보진영의 일부는 조희연 교육감 방어에 주저함이 있는 듯하다. 교육 개혁의 열망을 안고 당선한 조 교육감의 그간 행보에 대한 실망감 때문일 것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자사고 폐지 공약에서 후퇴했다. 또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의 후속 조치로 내린 전교조 전임자 복귀 명령과 직권면직 요구를 받아들였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긴 것에도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

후보 시절 공약한 학교비정규직의 호봉제 도입도 예산이 없다며 지키지 않았다. 전교조와의 단체 협약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조 교육감 취임 1주년을 맞아 전교조 서울지부가 실시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보면, 서울의 교사들은 조 교육감의 비리 척결, 학교 폭력 예방, 교육 복지, 학생 자치에서 70점 이상을 줬다. 그러나 사교육비 절감, 자사고 폐지, 학교 업무 정상화에서는 낙제점을 줬다.

그러나 조 교육감에 대한 공격은 조 교육감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우파들은 진보 교육감을 끌어내려서 진보 교육을 향한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싶어 한다.

지난해 6·4 교육감 선거에서 전국 17곳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당선했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은 대체로 진보적인 경력과 정책으로 진보 표를 결집시킬 수 있었다.

조 교육감은 군사정권 시절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했고, 이후에도 진보 운동에 적극 관여해 온 지식인이다. 선거에서도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등 진보적 정책을 분명히 내세우고 당선했다.

진보 교육감들을 눈엣가시로 여겨 온 정부와 우파들은 그동안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진보 교육감을 압박하고 흔들어 댔다.

선거법을 들이대 탄압하거나 시행령으로 교육감의 교육 개혁 무력화했다. 교육감이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려 할 때 직무이행명령을 내리고 직무유기로 기소하기도 했고, 교육 재정을 차등 지급해 통제하려 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직선제를 폐지해 진보 교육감의 등장을 막으려고 한다. 조 교육감이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자마자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직선제 폐지의 본심을 드러냈다.

따라서 조 교육감에 대한 탄압은 민주적 권리와 진보적 교육 개혁에 대한 공격이다. 조 교육감을 방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전교조 서울지부를 포함한 공대위는 2심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조 교육감 방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조 교육감 2심 무죄 탄원 백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촛불집회를 열고 홍보물을 제작·반포하며 적극 알리고 있다.

민주주의와 진보 교육 개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박근혜 정부와 우파들에 맞서 조 교육감을 주저함 없이 방어해야 한다. 그런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조직해야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과 전교조 법외노조화 탄압 등에 맞설 힘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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