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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폭락:
“시진핑 아저씨”의 상승 장세가 붕괴하다

지난 6월 12일 중국 상해종합지수가 5천1백66포인트를 찍고 한 달 동안 무려 30퍼센트나 급락했다. 6월 초에만 해도 중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10조 달러로, 1년 전에 견줘 2백 퍼센트(6조 7천억 달러) 상승했었다. 당시 중국 증시의 상승분은 도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규모였다.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드러낸 중국 증시 중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CSI300 지수가 지난 한 달 사이에 크게 폭락했다. / 자료 출처 Thomson Reuters

그리고 6월 12일 이후 3주 동안 3조 달러가 사라졌다. 이 액수는 한국 GDP(국내총생산)의 갑절이다.(그리스와 비교하면, 전체 외채의 7배, GDP의 16배다.) 많은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를 ‘국가가 주도하는 상승 장세’, 또는 ‘시진핑 아저씨의 상승 장세’라고 불렀다. 지난 5월 거품이 한창 일고 있을 당시 〈런민르바오(인민일보)〉는 ‘좋은 시절이 이제 시작되고 있으며, 주식을 사는 것은 중국의 꿈(中國夢)을 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중국 증시가 폭락하자 중국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했다. 6월 27일 중국 정부는 금리를 인하해 많은 돈이 증시로 흘러갈 수 있도록 했고, 신규 주식 발행(IPOs)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증권사·연금기금·국유기업에 주식 매입을 지시했다. 7월 5일에는 21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기금’을 조성해 증시에 투입했다.

또한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공매도 등으로 시장 조작을 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선물거래소는 선물 투자자들에게 선물 매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나아가 중국은행은 증시 안정을 위해 중국판 양적완화(QE)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도 주가 폭락을 피하려고 스스로 거래 정지를 요청했는데, 상장사의 절반인 1천4백 개 기업의 거래가 정지됐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증시는 좀비로 변했다”며 “거래 정지가 풀리면 중국 증시는 또 요동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중국은 비상장 기업들이 상장하면서 얻는 이익을 제외하면 기업들이 증시를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비율이 20퍼센트가 안 된다. 이 점에서 증시가 실물경제의 등락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시진핑 정부가 사력을 다해 증시 폭락을 막고자 했던 것은 바로 ‘신뢰의 위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증시 혼란을 중단시키지 못하면 시진핑을 둘러싼 ‘불패 신화’에 금이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치(Fitch) 사의 애널리스트(분석가)는 이 사태가 “국가 기구의 신뢰 위기”를 부를까 봐 우려했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공식 출범 이후 최초의 흠집”이라고 지적했다.

왜 주식시장 거품이 형성됐고 폭락했는가

사실 중국 정부가 이번 증시 거품을 키웠다. 국유기업과 국유상업은행들의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 붐을 일으켰다. 2012년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에서 신용(외상) 거래를 합법화하는 등 금융시장 규제를 완화했다. 또한 시진핑 정부는 중국의 금융시장을 세계 금융시장에 연동시켰고, 서방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시장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의 교차 매매를 허용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를 촉발한 당사자도 바로 정부였다. 규제 완화로 주식시장 거품이 커지자 중국 정부는 감당하기 힘든 금융 붕괴가 발생할까 봐 우려했다. 그래서 지난 6월 13일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신용대출 투자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때부터 증시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7월 1일 증권감독위원회는 6월 13일 발표를 번복했다.

주식시장이 붕괴하면 그림자 금융이 붕괴할 수 있다. 은행과 투신사들은 주식을 담보로 만든 자산관리상품을 판매해 신용대출 거래의 주된 자금을 충당해 왔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 자산관리상품이 부실해지고, 이것은 연쇄적인 신용 경색을 부를 수 있다.

중국 증시 폭락의 이면 — 실물경제의 침체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었다가 터진 사태 이면에는 중국 실물경제의 침체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중국 경제는 성장 둔화와 함께 디플레(물가 하락)에 직면해 있다. 디플레는 기업 수익도, 소비 지출도, 부채 부담도 악화시킨다. 지난 7개월 동안 인민은행이 네 번에 걸쳐 금리를 인하해 기업의 부채 부담을 줄여 주고자 했지만, 디플레 때문에 대출 부담이 오히려 증대됐다. 중국 비非금융기업의 연간 대출 비용은 GDP의 15퍼센트에 이른다. 그래서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중이 2백80퍼센트에 이른다.

중국 경제의 침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는 바로 철강 산업이다. 2007년 후반 세계경제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중국 경제는 대규모 경기 부양 덕분에 ‘나홀로’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맞이하면서 철강 산업이 광적으로 확장되고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뤄졌다. 2014년 중국의 철강 생산은 8억 2천만 톤으로, 세계 2위 철강 생산국인 일본의 7배에 이른다. 중국에서 가동하지 않는 철강 시설(2억 톤)조차 미국 철강 산업의 두 배에 이른다. 철강의 과잉생산은 철강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철강 가격이 양배추 가격보다 낮았다.

자동차도 이와 비슷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2015년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는 판매되는 것보다 1천만 대나 많은 자동차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의 과잉생산 시설은 일본 자동차 판매량(2014년 일본은 5백50만 대를 판매했다)의 두 배에 이르렀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철강 산업뿐 아니라 이와 연관된 가구 산업, 시멘트 산업 등이 위축됐다. 중국의 시멘트 생산은 연간 29억 톤이었지만 실제 수요는 21억 톤에 지나지 않았다. 중국의 2백대 거대 공항 중 4분의 3이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중국은 공항을 1백 개 더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과잉생산

과잉 투자는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부채 증대는 국유상업은행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쉬처 연구원과 거시경제연구소의 왕위안 연구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적게는 4조 7천억 위안(약 8백50조 원)에서 많게는 13조 2천억 위안(약 2천3백89조 원)을 생산성 없는 분야에 투자했다.” 5년간 낭비된 투자액은 42조 위안(7천6백2조 원)으로, 전체 투자의 절반에 해당한다.

중국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필요가 아니라 이윤을 위해 생산과 투자가 이뤄지는 자본주의 체제의 고질병에서 비롯한다. 시진핑은 중국 경제의 둔화를 “신상태(뉴 노멀)”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중국이 7퍼센트 정도의 중中속도 경제 성장조차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진핑·리커창 체제는 금융 부문에서 가장 급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했고, 실물 부문에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을 발표했다.

일대일로 계획이란 아시아와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거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계획에는 고속도로, 고속철도, 석유 파이프라인과 항구 등을 건설하고 심지어 에베레스트 산에 터널을 뚫는 계획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중국 정부는 동아시아 지역 경제들이 중국에 더욱 의존하게 하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지 않도록 차단하고자 한다. 그리고 시진핑은 이런 계획에 자금을 조달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지위를 높이려고 아시아투자개발은행(AIIB)을 만들었다.

중국 지배자들은 경제성장이 둔화해 1990년대 일본 같은 침체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 때문에 시진핑은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금융 자유화를 추진하는 정책들을 시행했고, 외부적으로는 전 세계적 차원의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은 주식시장 거품의 형성과 폭락이라는 체제의 심술궂은 보복을 당하고 있다. 또, 규제 완화와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거나 노동조건이 열악해진 노동자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제국주의적 패권을 둘러싸고 일본·미국과 겨뤄야 하는 냉혹한 현실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