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백 일이 된다. ‘금요일엔 돌아오라’며 기다린 딸과 아들은 하늘의 별이 됐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자식의 뼛조각이라도 안아보고 싶다”며 가슴을 치고 있다.

참사를 둘러싼 파편적 사실들이 일부 드러났을 뿐 온전한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고, 특별조사위원회도 온갖 방해 공작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 책임자들은 처벌받긴커녕 운동을 공격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꺼지지 않는 항의 운동의 불씨 7월 18일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구속과 4·16연대 탄압 규탄 촛불 문화제’ ⓒ조승진

“정부와 새누리당이 진실규명에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7월 29일 ‘세월호 인양, 진상 규명, 안전사회 마련과 추모지원대책을 위한 82대 과제’(이하 82대 과제)를 발표했다.

82대 과제는 침몰과 구조 실패의 원인, 참사 당일 정부의 지시 사항과 대통령의 행적과 더불어 세월호 같은 낡은 배가 버젓이 운항할 수 있었던 안전규제 완화 조처, 해운회사와 정부의 유착· 부패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진상 규명을 과제로 꼽았다.

검찰이 발표하고 재판부가 인정한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단원고 학생이 선상에서 찍은 세월호 운항 사진을 근거로 ‘조타 실수에 의한 급변침’이 아니라 엔진 문제 등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이 발표한 급변침 원인과 정황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민변이 공식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침몰 원인을 비롯해 당일 상황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청해진해운 책임자들은 일부만이 솜방망이 처벌 정도를 받았을 뿐이다.

무엇보다 구조 실패의 책임을 지고 수사와 기소를 받은 사람은 목포해경 123정 정장뿐이다. 재판에서 업무상 과실 치사가 인정됐지만 형량은 오히려 줄었고, 감찰과 사법부는 실질적 책임자들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정부가 떠들썩하게 발표했던 선체 인양은 유가족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유실방지책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도 드러났다. 유가족들은 인양과 관련해 점검·협의할 공식기구를 만들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유가족들의 세월호 선체 수중 촬영마저 막고 있다.

이렇듯 진실 규명 요구를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 발 떼기도 힘든 특조위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진실 규명의 가장 큰 벽은 박근혜 정부의 집요한 방해이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참사를 낳은 이윤 경쟁 체제가 얼마나 부패하고 야만적인지를 드러낼 것이다. 동시에 이런 체제를 수호 강화하는 것을 존재 이유로 삼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결국 겨냥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박근혜가 세월호 진실 규명 운동을 얼마나 증오할지 불문가지다.

지난 ‘쓰레기’ 시행령 강행에서도 확인했듯이 박근혜 정부는 반쪽짜리 특별조사위원회도 놔두지 않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예산 지급도 미루고, 특조위 활동 기간도 축소하려 한다.

특조위 해체 운운하며 사퇴한 여당 몫 부위원장 조대환의 후임으로 자리를 꿰찬 변호사 이헌은 과거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법을 비난하는 주장을 폈던 자다.

정부와 우파들은 특조위 발목을 잡고 마비시키려 허위, 과장, 왜곡도 거리낌 없이 내뱉고 있다.

〈조선일보〉는 1면과 사설을 할애해 특조위를 예산낭비 주범으로 몰아 흠집내기에 앞장 서고 있다. 우파 언론들이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새누리당 서청원은 “특조위가 돈잔치 하나”라며 핏대를 세웠다. 새누리당 시의원이 세월호 사망자들이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과 유가족들을 모욕하는 내용의 카톡을 유포한 것이 폭로되기도 했는데 그들의 세월호 운동 고립 시도가 얼마나 더러운지 또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석태 위원장은 “이제는 일할 때라고 판단했다”며 파견공무원을 수용했다. “독립성을 지킬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특별법 시행령(대통령령)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을 특조위 구성원들이 수용하는 모양새”(4.16연대 진상규명 국민참여 특별위원회)가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유가족들과의 협의도 없었다.

시행령 반대 투쟁은 바로 이런 상황을 경고하며 독립성 보장을 요구했다. 당장은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나, 둘 후퇴하다 보면, 진실 규명에서 멀어질 뿐 아니라 정부의 자신감만 높일 수 있다.

4·16연대와 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참사 5백 일을 계기로 다시금 ‘진상 규명’과 ‘조속한 인양’ 등을 요구하며 기층 운동을 건설하려 한다. 이를 위해 유가족들이 전국간담회를 적극 조직하고 있다.

지금 박근혜는 경제·안보 전선에서 지배계급한테서도 불신을 살 정도로 불안정한 처지다. 그래서 “노동 개혁”을 통해 일점돌파 하려고 절치부심이다. 노동자들도 임금과 고용 조건을 크게 후퇴시킬 “노동 개혁”에 커다란 불만을 갖고 있다. 박근혜로 상징되듯, 노동자 착취를 증대시키려는 자들이 곧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 세력이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의 참가자들은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에도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하자.

돌아볼 점들

지난 4월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벌어진 ‘쓰레기’ 시행령 반대 투쟁은 지난해보다 더욱 격렬하게 벌어졌다. 당시 투쟁은 이 운동이 가진 잠재력만이 아니라 ‘세월호 세대’의 등장을 확인시켰다. 또한 민주노총의 4·24 파업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투쟁 확대를 기대하게 했다. 민주노총은 파업의 주요 요구에 시행령 폐기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 시기에 폭로된 성완종 스캔들은 박근혜를 더한층 정치적 위기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최루액 대포와 시위 참가자 무더기 연행 등 거리 시위에 대한 물리적 공격을 벌이던 박근혜 정부는 5월 21일 시행령을 기어코 통과시키고 특조위 활동 방해와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구속 등 공세를 이어갔다.

기세 있게 벌어진 세월호 참사 운동을 노동자 투쟁이 이어 받아 박근혜에 제대로 맞서는 것이 불충분하면서 박근혜가 반격을 퍼부을 틈이 벌어졌다. 아쉽게도 4월 파업이 지배자들을 위협할 수준으로 확대되지 못했고, 박근혜를 압박하기 위해 중앙집중적 방식으로 투쟁을 건설하지 못한데다가 5월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둘러싼 노동운동 진영의 혼란으로 강력한 투쟁 건설 기회를 놓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메르스 무능 대처로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곤두박칠쳤지만 노동운동은 투쟁의 기회로 삼지 못했다.

앞서 지적했듯이 박근혜 공격을 제어할 열쇠는 대중 투쟁에 있었고 노동운동이 진지하고 실질적 투쟁을 건설하지 못한 것이 지난 운동에서 드러난 약점이었다. 따라서 지금 박근혜 정부의 연이은 공격의 배경을 강력한 진보정당 부재에서 찾으며 대중 투쟁보다 국회 안 세력 강화에 무게 중심을 두려는 것은 부적절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노동계급의 폭넓고 깊은 분노를 고려한다면,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고양되는 시기에 노동자들이 체제를 멈출 고유의 힘을 발휘해 싸우도록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했다. 아쉽게도 이것이 운동의 진지한 과제로 논의·실행되지 못했지만 지난해 KBS 파업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내건 투쟁을 건설하며 세월호 운동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안전사회 대책으로 안전산업 활성화 따위를 내놓는 박근혜 정부에 제대로 맞서려면 이윤 경쟁 논리로 고통 받는 동시에 이를 멈출 힘을 가진 노동계급이 나서야 한다.

세월호 참사 500일이 다가옵니다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국민대회

일시 : 8월 29일(토) 오후 3시

장소 : 서울역 광장

(국민대회 이후 거리 행진,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문화제 진행)

※ 자세한 추모 주간 일정은 416act.net에서 확인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