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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교수·학생들이 총장직선제를 지켜내다
교육부의 구조조정을 저지하자

지난 8월 17일 고(故) 고현철 교수님이 총장직선제 폐지를 반대하며 투신해 숨졌다. 많은 학생들과 부산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교수님들이 방학 중인데도 추모대회에 참가했다. 많은 학생들에게 교수님을 잃은 것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다.

고현철 교수님이 투신한 후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부산대는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부산대는 전국 국립대 중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는 유일한 대학이 됐다.

지난 몇 년간 고(故) 고현철 교수님을 비롯한 부산대 구성원들은 총장직선제 폐지에 맞서 싸워 왔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교육부는 “총장직선제를 고수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며 총장직선제를 고수하는 대학의 지원금을 삭감했다. 많은 대학들이 투쟁했지만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부산대 역시 2012년 총장직선제를 고수한다는 이유로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배제되고 수십억 원의 지원금이 삭감됐다. 정부는 대학특성화사업(CK1)에서도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들에게는 사업비를 감액하겠다고 했다.

이런 협박에도 부산대가 국립대 중 유일하게 총장직선제를 고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3년 동안 교수님들의 투쟁과 2011년 학생총회와 같은 학생들의 저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의지로 총장직선제를 지켜낸 것이다.

줄 세우기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교육부 장관 황우여는 총장직선제 폐지 정책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이미 밝혔다. 아니나 다를까 교육부는 벌써 직선제를 유지하면 재정적·행정적으로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부산대에 발송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금은 국립대들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이다. 최근 교육부는 이러저러한 ‘사업’을 통해 대학을 줄 세우기 해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립대 설립의 정신, 즉 국가가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것이다.

일부 교수님들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지원금이 삭감된 것에 미안해하며 모금을 해서라도 지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수님들의 연구비도 삭감되고 있다. 지원금 삭감은 교수평가제도로 경쟁에 몰린 교수님들과 취업·학점 경쟁에 지친 학생들 모두를 압박하는 구실을 한다.

국가가 당연히 국립대에 지원해야 할 지원금을 부산대 구성원들이 온전히 받아야 한다. 따라서 부산대에서 총장직선제를 지켜 낸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연대해 교육부의 직선제 폐지 협박에 맞서 지속적으로 싸워야 한다.

정부가 이토록 총장직선제 폐지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이유는, 그것이 국공립대 구조조정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공립대학 구조조정은 ‘총장직선제 폐지’와 ‘재정회계법’이라는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는 간선제를 통해 정부 측에 유리한 인사를 총장으로 임명해 대학을 교육부에 예속시키고, 자신들의 정책을 도입하기 쉽게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재정회계법을 통해 국립대 예산을 차등적으로 감축하고 대학들을 더욱 경쟁에 내몰려고 한다. 따라서 대학을 줄 세우고 영리화하려는 정부의 정책에도 힘을 모아 싸워 제동을 걸어야 한다.

총장직선제 문제는 단지 부산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거점국립대교수연합회(거국련)는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교육부의 어떤 정책도 거부하고 이의 폐지를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18일에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거국련,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이 모두 모여 총장직선제 폐지 압박에 대한 대응책을 함께 논의하기로 결정했고, 전국 15개 국·공립대학의 총학생회도 8월 30일 경북대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전국의 국공립대 학생·교직원들이 함께 교육부의 비민주적 정책과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투쟁해야 한다. 고(故) 고현철 교수님의 유지를 이어받아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 함께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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