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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뉴딜이 경기회복을 가져올까?

지난 10월 7일 경제부총리 이헌재가 “한국형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그 핵심 내용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이다.
1930년대 뉴딜 정책을 연상시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뉴딜”의 실제 내용은 전과 다를 바 없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연장이다.
정부는 한국형 뉴딜에 10조 원을 ― 주로 민간자본과 연기금을 동원해서 ― 투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건설중이고 내년에 민간으로 전환시킬 3개의 고속도로를 포함해 총 8∼9개의 민간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만 그 정도 예산이 든다. 홍보용으로 끼워넣은 복지시설에 투자될 돈은 쥐꼬리만큼밖에 안 된다.
산자부 뉴딜은 핵발전소·핵폐기장 건설을 위한 기만적인 것이고, 과기부의 정보통신산업 투자, “초일류 국가 대형 프로젝트” 등은 실체는 없이 기대감만 부풀리고 있다.
대대적인 토목공사로 건설 경기가 되살아나면 일시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효과는 위기의 근본 원인이 치유되지 못하는 한 대부분 2∼3년을 버티지 못한다.
2002년에 비해 2003년은 GDP 대비 건설투자율이 20퍼센트(3.2퍼센트포인트) 상승했는데도 GDP 성장률은 오히려 둔화했다.
설사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 덕에 일시적으로 건설업이 호황을 맞게 되더라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지도 불확실하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건설업의 전체 수주 건수와 수주액은 감소했는데도 실업률이 떨어지는가 하면 2002년부터 2004년 4월까지는 건설 경기가 되살아나는데도 실업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지난 몇 년 간 간헐적인 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됐다.지금의 경기침체는 단기적으로는 “내수(소비와 투자) 부진에 유가 상승,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의 금리 상승 등 ‘트리플 악재’가 겹쳐 외끌이 수출 경제가 흔들리”(정성진, 〈다함께〉 34호)는 데서 비롯했다. 최근의 환율 하락은 이런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이윤율 저하의 구조적 위기에서 탈피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순환적 회복조차 매우 취약하고 단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설 경기 부양 ― 그조차도 움찔대는 수준에 불과한 ― 정책으로는 일시적인 효과밖에 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후에 민간투자와 연기금 손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부담은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져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최근 감사원 결과에 따르면, SOC 민간투자사업은 그 동안 사업비 부풀리기, 운영수익 보장, 담합에 의한 수의계약 형태의 사업자 선정 특혜 의혹, 엉터리 사업계획(수요 과다 계상) 등 많은 문제점들로 인해 국민 부담만 약 18조 원(사업 단계에서 10조 원, 운영 단계에서 8조 원 추정)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민주노동당 논평 ‘한국형 뉴딜은 정부와 투기세력간의 새로운 거래(New Deal)일 뿐’)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을 잇는 민자고속도로는 비싼 통행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손실분을 채우고 있고, 서울과 과천을 잇는 우면산 도로도 적자를 정부 재정으로 메꾸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에 순전한 허풍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이헌재가 발표한 정책의 추진 배경, 내용, 실현 가능성을 통틀어 두 가지 일관된 요소가 있다. 첫번째는 규제완화다. 정부는 뉴딜이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것이니만큼 민간투자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학교, 복지시설, 공공청사 등의 설립과 이익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업비의 “50퍼센트 이상 출자시 자기자본 비율을 25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하향 조정”하고 “개발, 운영단계의 세제 지원과 부채비율 상승에 따른 불이익 방지 방안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두번째는 연기금 투자 확대다. 김광림은 “일각에서는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이 재정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은 주로 연기금 등의 민간자금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현재 형식적으로나마 연금보험 가입자들의 발언권이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정부와 기업주들로만 구성되도록 이번 정기국회에서 연기금관리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다.
정부안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은 아예 여기서 정부도 손을 떼고 “투자전문가”들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제완화와 연기금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넘겨주는 대신 투자를 촉진시키겠다는 정부의 생각에 기업주들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경제 성장에는 별 도움이 안 되더라도 충분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개별 기업주들은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장기적 계획보다는 짧은 시간 내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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