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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성모병원의 노조 탄압:
천주교 인천교구는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인천성모병원 문제를 해결하라

올해 초 인천 서구에 있는 국제성모병원이 환자 수 부풀리기 등으로 의료급여를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국제성모병원은 ‘환자 유치의 날’을 정해 직원들의 친인척을 동원해 가짜 환자를 유치하고 진료기록부를 조작했다. 이는 "국민들이 꼬박꼬박 낸 보험료를 절도하는 행위”(무상의료운동본부)이자 “의료 시장의 과잉경쟁이 낳은 부패 추문”(보건의료노조)이다.

그런데 경찰은 일부 사안에 대해서만 기소하고 봐주기 수사로 종결해 버렸다. 보건의료노조가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강조하며 병원 현장실사와 부당 청구 행위 근절을 위한 근본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돌아온 것은 병원 측의 노조 탄압이었다. 보건의료노조 등이 문제를 폭로하자 인천성모병원 사측은 보건의료노조 소속의 홍명옥 인천성모병원지부장을 이 사안의 '내부제보자'로 지목해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성모병원과 마찬가지로 인천성모병원은 천주교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병원이다.

2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 환자존중, 직원존중, 병원 만들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공공의료 강화! 공공기관 가짜 정상화 폐기!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마친 노동자들이 "돈벌이 경영과 노동자 탄압"하는 인천성모병원을 규탄하고 천주교 인천교구가 책임있게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되는 중간관리자들의 폭언과 모욕 등 집단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홍명옥 지부장은 출근길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입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병원 측은 홍명옥 지부장이 “허위사실 유포로 해사(害社) 행위를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병가도 인정하지 않으며 ‘무단결근’으로 징계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은 악랄하게도 병원 앞에서 집회가 있을 때마다 마스크를 쓴 직원과 경호원들을 동원해서 건물 앞에 일렬로 세워두고, 채증을 하며 집회를 방해했다. 병원은 직원들에게 병원측 입장을 실은 유인물을 읽게 하고 연서명을 받는 등 “30년을 동고동락한” 동료들을 이간질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은 이전에도 노조 간부와 조합원을 부당하게 징계하고 고소고발하는 등 노조 탄압으로 악명을 떨쳐왔다. 11억 8천만 원의 손배소송과 가압류, 몰래 카메라 설치 등 노조 파괴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이 모든 일들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현한다’는 천주교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병원 내에서 벌어진 일이다. 오죽하면 인천성모병원의 일부 의사들조차 “가톨릭대학이라는 이름에 침을 뱉은 …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볼 낯이 없다”, “무리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오로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의료진의 행위 … 이런 앞뒤가 바뀐 전략에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하며 공감을 표했다.

그리스도의 사랑 = 수익?

돈벌이에 눈이 먼 병원의 강압 때문에, 노동자들은 오래 전부터 고통을 겪어 왔다. 국제성모병원과 마찬가지로 인천성모병원도 “새로운 환자 유치와 수익 창출을 위해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직원 동원”을 해왔다. 병원 측은 외래환자 2천 명, 3천 명 돌파하는 날들을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퇴근 후 홍보활동을 진행하도록 했다. 환자 유치 목표치에 미달하면, 직원 모니터에 온종일 적색 신호를 깜빡이며 압박했다. 병상가동률 85퍼센트 지침, 진료시간 마감 없는 무한 진료로 노동자들은 점심시간도 제대로 쓸 수 없이 혹사당했다. 간호 노동자들은 3교대 근무도 힘든데 상습적인 연장 근무에 시달리고 제대로 된 수당도 받지 못했다. 병원은 고속 성장했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4년 동안 동결됐다.

홍명옥 지부장과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집단괴롭힘의 직접적인 책임자인 인천성모병원 행정부원장과 행정실장의 사퇴, 가해자들의 사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노조활동 전면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병원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쥐고 있는 천주교 인천교구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의 4개월이 넘는 대화 요청과 홍명옥 지부장의 7일간 단식 농성 투쟁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인천교구는 이 문제 해결에 전혀 나서지 않고 있다. 천주교 인천교구 최기산 주교는 이학노 인천성모병원장 신부와 박문서 행정부원장 신부를 만나고 나서 노조와의 면담을 거부했다. 그리고 "병원 내부의 문제니 병원 안에서 해결하라"며 사실상 병원을 비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홍명옥 지부장과 보건의료노조는 다음 주에 교황을 만나기 위해 바티칸까지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천주교 인천교구는 요지부동이지만, 인천성모병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연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중순에는 '인천성모·국제성모병원 정상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가 발족했다. 인천시민대책위는 8월 말에서 9월초 사이에 인천시민 1천 명의 서명을 받아, 천주교 인천교구에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신문 광고를 냈다. 천주교 인천교구 앞 단식농성장에는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진보정당·노조가 연이어 방문했다. 최근 인천 남동구청장의 공무원노조 사무실폐쇄에 맞서 싸우고 있는 공무원노조 노동자들이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인천성모병원 노동자와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은 정당하다. 이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