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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혹사시키는 비인간적 사회

한국이 1991년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2조는 국가가 아동과 청소년을 유해한 노동환경과 착취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하는 청소년들은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2천8백40원이다. 많은 청소년이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데, 이 돈은 파스 값밖에 안 된다. 대다수 청소년은 최저임금 이상을 받지 못한다.
패스트푸드 회사들은 이조차 지키지 않는다. 그들은 일한 지 6개월이 안 된 청소년들에게 2천5백60원 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서는 취업기간이 6개월 미만인 18세 미만 노동자에게 시간급 10퍼센트 감액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른바 ‘견습기간’이라며 1∼3일 정도 공짜로 부려먹는다. 견습기간 중에 하는 일도 청소나 무거운 짐 들기처럼 힘든 일들이다. 심지어 견습기간을 3개월을 두며 그 동안 시간당 2천 원 정도만 주기도 한다.
참여연대는 맥도날드·버거킹 등 다국적 패스트푸드 회사들이 총 6천9백54명에게 주휴수당 5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약 20만 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인 셈이다.
노동강도는 매우 강하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일한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청소를 9시 반에 시작해서 10시 10분 정도까지 끝내야 했어요. 2층을 저 혼자 청소해야 했어요. 유리 닦기, 바닥 닦기, 행주로 의자와 테이블 닦기, 쓰레기통 비우고 닦기 등 그 시간 동안 저 혼자 했어요. 늦기라도 하면 혼나요.”
맥도날드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학생은 하루 7시간 일하면서 단 30분만 쉴 수 있었다고 한다.
부당한 일을 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EBS 〈청소년원탁토론〉에 나온 조정은 씨는 “카페에서 일했는데 사장님이 어깨를 주무르라고 시켰어요.” 하고 말했다.
많은 여성 청소년은 성적 피해를 당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위원회는 0.4퍼센트 정도가 성적 피해를 당하고 있고 이것은 “비교적 낮은” 수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훨씬 더하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많은 청소년들이 자기가 당한 것을 성희롱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부담스러워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함께 면담을 진행한 한 청소년은 “저와 피자집에서 같이 일한 친구는 점장님이 귀를 만지고 그랬어요. 친구는 되게 불쾌해 했어요.” 하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6개월 동안 일한 여학생은 창고에서 옷을 갈아입었는데 어느날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또, 외모에 따라 차별받고, 자신들의 성이 상품처럼 이용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는 생일파티를 해주거나 고객을 접대하는 “엔젤”, 혹은 “테스” 등으로 불리는 청소년들이 있다.
이 친구들은 귀엽게 차려입고, 돈벌이를 위한 “꽃”이 된다. 소위 ‘예쁘지 않은’ 청소년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한다.
많은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3학년이 되면 현장실습을 나간다. 많은 경우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같은 시간 일하는 노동자 임금의 70∼80퍼센트 정도 밖에 받지 못한다. 졸업을 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 때문에 제대로 항의하지도 못한다.
성희롱이나 성폭행 같은 피해 사례도 많다. 현장실습 개선을 위해 전교조와 참여연대가 만든 단체 ‘우리두’ 홈페이지에 따르면 성희롱이나 인권유린 때문에 절반 이상이 중도에 그만둔다고 한다.
이 경우 현장실습에 “불성실”했다고 기록에 남는다. 이런 불이익이 두려워서 참고 계속 일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2002년에 세원테크는 현장실습 학생들을 파업 파괴를 위한 구사대로 이용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청소년들은 구제받을 길이 거의 없다. 대부분 개인적인 저항을 하다 포기하거나 혹은 처리하는 데 3개월 이상 걸리는 상담센터를 이용한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어리다는 생각에 부당한 대우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친절 교육’은 많이 받아도 인권 교육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배경내 씨는 “노동부는 한 번씩 특별 근로감독을 하는 정도의 면피용 대응뿐이에요. 상시적 전담 부서와 일상적으로 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해야 해요.” 하고 말했다.
2002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는 열정의 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어두운 곳에서 하루종일 그 공을 만든 많은 아이들은 별을 볼 수 있는 시력을 잃었다. 아동 노동 인권단체 ‘글로벌 마치’는 전 세계 2억 4천6백만 명이 노예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노동 현실이 제3세계만큼 끔찍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윤을 위해 아이들에게서 빛을 빼앗는 것도 서슴지 않는 자본주의에서 착취받고 희생당하는 것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