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 그리스에서 총선이 실시됐다. 긴축 중단을 바라는 그리스 노동자 서민의 염원을 안고 등장한 좌파 정당 시리자 주도의 정부가 그 희망을 저버리며 위기에 빠져 겨우 8개월 만에 다시 치르게 된 총선이었다. 결과적으로 시리자는 1월 총선과 비교해 득표수가 약 30만 표 줄었다. 그럼에도 2위인 우파 정당 신민당과 약 7퍼센트 차이로 1위를 했고, 새 정부를 이끌게 됐다.

투표율의 대폭 하락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투표율이 크게 떨어졌다. 전에도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줄어 왔지만, 이번의 투표율 하락은 특히 두드러진다. 이번 총선에서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1월 총선 때보다 무려 60만 명가량 늘었다. 전체 유권자 대비 7퍼센트 수준이다.

시리자의 배신으로 말미암은 실망감이 가장 큰 요인인 듯하다. 1월 총선과 7월 국민투표 때 투표율은 차이가 크지 않았다(약 1퍼센트인 8만 명 가량 감소). 단 2개월 만에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의 수가 60만 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2개월 사이에 3차 구제금융 합의가 이뤄지고 각종 긴축안이 그리스 국회를 통과했다. 전임 정부들을 이끌었던 우파 신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의 도움으로 말이다.

한편, 전체 투표율의 하락 속에 우파 신민당의 득표도 20만 표가량 줄었다. 신민당은 핵심 지지층은 유지했지만, 시리자에 대한 그리스 유권자들의 실망감에서 득을 보지는 못했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성장한 시리자 바깥 좌파들

둘째, 시리자 바깥 좌파들의 득표가 전체적으로 늘었다. 우선, 시리자에서 좌경적으로 이탈해 나온 정당인 민중연합이 15만 4천 표가량을 득표했다. 기대에는 못미치는 성과였다. 특히, 득표율이 3퍼센트를 넘지 못해 아쉽게도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시리자가 아무리 배신했더라도 우파의 재집권을 막자는 정서가 아직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시리자와 신민당의 지지율 격차가 매우 좁혀지거나 때로는 신민당이 앞섰던 상황을 보며, 그리스 유권자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 시리자에 투표한 듯하다.

혁명적 반자본주의좌파연합 안타르시아는 득표수와 득표율이 모두 증가했다. 물론 득표율이 0.85퍼센트로 매우 낮으므로 선거에서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안타르시아가 혁명적 주장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전체 투표율이 크게 떨어지며 대다수 정당의 득표수가 줄거나 정체했지만, 안타르시아는 득표수가 증가했다.

공산당의 득표율은 0.1퍼센트 증가했지만 득표수는 3만 8천 표가 줄었다. 시리자 바깥 좌파 중 유일하게 득표수가 줄어든 정당이 공산당이다. 우파가 찬성 운동을 벌이며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던 7월 5일 국민투표 때 기권 운동을 벌이는 등 종파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큰 요인인 듯하다. 물론 핵심 지지층은 이럭저럭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리자 바깥 좌파들의 득표를 종합하면, 적어도 12만 표가량 늘었다. 앞으로 좌파의 성장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핵심 지지층을 유지하는 속에서 득표수가 소폭 하락한 황금새벽당

계속되는 경제 위기와 기대를 모은 좌파 정당의 배신 등은 프랑스에서처럼 극우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스의 강경 파시스트 정당인 황금새벽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지율이 0.7퍼센트 올라 국회의원 수가 1명 증가할 듯하다. 하지만 득표수는 1만 표가량 줄었다.

그동안 ‘인종차별?파시즘반대공동행동’(KEERFA)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파시즘 운동이 벌어진 덕분에, 실망감에 빠진 대중 속에서 황금새벽당이 성장하는 것이 순조롭지는 않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선거운동 기간에 황금새벽당은 아테네 근교 항구 도시에서 거리 행진을 벌이려 했지만 반파시즘 활동가들에게 가로막혔고, 결국 행진을 포기하고 그들의 사무실에서 집회를 했다.

하지만 그리스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 위기도 해소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황금새벽당은 언제든 급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황금새벽당의 성장에 맞서 운동을 계속 건설하는 것은 그리스 좌파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순탄치 않을 새 정부의 미래

일부 언론은 그리스 총선 결과를 보며 시리자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정치적 입지를 더 탄탄하게 굳혔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총선 결과를 시리자에 대한 그리스 유권자들의 재신임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글머리에서 보았듯이 득표의 속내를 보면 이는 부정확한 관측이거니와, 무엇보다 상황은 새 정부에 그리 녹록하지 않다. 우선 세계·?그리스 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 그래서 새 정부의 운신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 오히려 3차 구제금융에 따른 혹독한 긴축을 시행해야 한다. 긴축을 서둘러 시행하라는 그리스 국내외 지배자들의 압박이 거셀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을 강하게 공격할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강력한 투쟁을 경험한 그리스 노동자들의 투지는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투쟁이 2011~12년처럼 고양되지는 않았지만, 시리자 정부 하에서도 중요한 투쟁이 벌어져 왔고, 노동자들의 강력한 긴축 거부 의사는 7월 국민투표 때도 표출됐었다.

그래서 새 정부의 공격은 만만찮은 반격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저항으로 지난 5년 동안 정부가 다섯 번이나 중도 하차했다. 2기 시리자 정부라고 부를 수도 있는 그리스 새 정부의 미래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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