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부산대학교, 강원대학교, 경북대학교, 인천대학교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국공립대 학생 3백50여 명이 모여 ‘전국 국공립대 학생 공동행동’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는 전국 국공립대 총학생회 연석회의가 주최했다. 이날 집회에 모인 학생들은 지난 8월 17일 총장직선제 수호, 대학 민주화를 위해 투신한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故고현철 교수를 추모하며 총장직선제 보장, 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자율성 보장을 요구했다.

10월 2일 열린 전국 국공립대 학생 공동행동 ⓒ박규경

집회에서 만난 학생들은 교육부가 국공립대학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하려는 데 분통을 터뜨렸다. 한 부산대학교 학생은 “그동안 공부하랴, 아르바이트하랴 바빠서 이런 일에 신경을 못 썼다. 고현철 교수님이 투신하시고 나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보게 됐고, 생각보다 상황이 많이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함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들어서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2010년부터 정부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국공립대를 압박하여 총장직선제를 간선제로 변경하도록 압박하고,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여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부담을 덜고 교육공공성을 후퇴시켰다. 이와 같은 정책기조는 최근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28개 국공립대학 가운데 절반가량인 13개 학교에 B등급을 주고 2개 학교에 C등급을 준 데서도 다시 확인된다. ‘부실’한 국공립 대학들은 법인화해 정부에 기대지 말고 알아서 재정 마련을 하라는 것이다.

연단에 오른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장, 강원대학교 총학생회장의 발언은 최근 국공립대학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여실히 알게 해 줬다. 지용구 경북대 총학생회장은 “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떨어지고 나서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바꿨다. 교육부에 총장 후보를 지명해서 올리니까 아무 이유도 없이 총장 임명을 안해주더라”며 교육부가 총장간선제를 강요하고 나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총장에 앉히려고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이장영 강원대 총학생회장은 최근 강원대학교가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등급을 받은 것과 관련해 “강원대학교를 부실대학이라고 판정한 것은 결국 교육부가 부실 교육부라는 것”이라며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비판했다.

또한 이정은 인천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은 “인천대학교는 교육부의 강압적인 정책으로 2013년 1월에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인천시나 정부나 지원을 해주지 않아 빚을 내서 대학 운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규탄했다.

연대발언을 위해 단상에 오른 최광백 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국공립대의 문제는 국공립대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립대의 문제는 사립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앞으로도 계속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집회가 끝난 후 학생들은 동화면세점 앞을 출발해 청계천을 거쳐 인사동까지 힘차게 행진했다. 학생들은 행진 도중에 “민주대학 지켜내자”, “총장직선제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총장직선제의 정당성을 알리는 리플릿을 반포했다. 힘차게 행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힘내라”, “화이팅” 등의 격려의 말을 남기기도 했고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인사동에 도착한 행렬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로 약속하며 해산했다.

ⓒ박규경
ⓒ박규경

교육부의 강압적이고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으로 인해 전국의 대학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구조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대학들을 일렬로 줄세우고, 재정지원을 차등화하고,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을 차별하는 것을 합리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학과 통폐합, 임금 삭감, 고용 불안정 등으로 이어져 학내 구성원인 교수, 학생, 교직원 모두를 괴롭힐 것이다. 정부는 고등교육 재정을 늘리고,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이와 같은 행태를 제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국공립대 학생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립대 학생들이 함께 모여서 행동해야 한다. 또한 학생, 교직원, 교수들이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