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대다수가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산재노동자의 단 6.3%만이 보험혜택을 받았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에 문제가 심각했다.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최근 3년 6개월 동안 조선업종에서 산재 승인을 받은 직업병 환자의 92.7퍼센트가 정규직이었던 반면 비정규직은 7.7퍼센트에 불과했다.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 우려 때문에 산재보험을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방노동청은 지난 4년 간 여수산단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자의 3분의 2가 비정규직이었다고 발표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신체불편 증상 개수와 근골격계 질환 호소자 수는 정규직의 2배에 이르렀다. 파견노동자 2명 중 1명은 건강 이상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또 근골격계질환자에 대한 산재승인을 축소하는 내용의 ‘근골격계 질환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을 마련했다. 이 지침은 근골격계 질환 인정기준과 업무관련성 평가를 엄격히 하고, 입원치료 기간을 대폭 줄이도록 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미 지난해 7월 근골격계 부담작업 범위를 대폭 제한함으로써, 법적으로 명시된 사업주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근골격계질환자들이 산재승인을 받을 수 있는 길조차 차단시켜 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총은 “공단이 산재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지 못하고” “공단의 산재인정 기준이 관대하다”며 산재보험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노동부 산하 노동연구원도 ‘산재보험 도덕적 해이 근절방안’, ‘산재보험과 민영보험과의 협력방안’에 대한 연구를 실시함으로써 경총의 주장을 거들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쪽은 사업주들과 정부다.
지난해에만 57만여 건의 산재가 은폐됐고,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앞장섰다. 정부는 고의적 산재 은폐와 관련된 책임자나 사업주들을 단 한 명도 구속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산재노동자의 79.7퍼센트가 산재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85.4퍼센트가 산재심사를 맡고 있는 공단 자문의들을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노무현 정부는 급증하고 있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노동유연화와 규제완화, 보험축소로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의 비정규 개악안과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투쟁은 노동자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