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대기업 폭스바겐이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것이 폭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사기극의 규모는 세계 자동차 업계 사상 최대일 것으로 보인다. 9월 18일 미국 환경보호청이 50만여 대를 리콜하라는 명령을 내린 지 2주도 안 돼 1천1백만 대 이상의 배기가스 배출량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한국에서도 지난 5년 동안 조작 차량이 약 12만 대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규모는 한국 전체 신차의 5퍼센트, 수입차 전체의 17퍼센트에 이른다.

폭스바겐은 디젤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검사 때만 가스 배출이 억제되도록 했다. 폭스바겐은 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사 디젤 차량이 연비가 좋으면서도 친환경적이라고 광고했다. 그러나 이 차량들은 실제 거리 주행 때는 법적 기준치의 40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폭스바겐의 동기는 단순했다.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를 뛰어넘어 2018년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로 등극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기극 덕분에 특히 미국에서 폭스바겐의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었다.

독일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도 이 사기극에 일조했다. 독일 환경 NGO ‘움벨트힐페’는 “독일 정부가 오래 전부터 [실제 검사 없이] 기업이 제출한 신고 서류만 보고 허가를 내줬다”고 폭로했다.

이번 사기극의 규모가 너무 커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 폭스바겐의 사기극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자동차 기업들은 대부분 연비와 배기가스 배출량을 검사할 때 온갖 꼼수를 쓴다. 무거운 음향 장치를 ‘옵션’으로 분류해 검사 차량에서는 제거하거나, 연비를 높이는 특수 타이어를 사용하거나, 연료가 잘 타는 고온에서 검사를 실시하는 식이다. 유럽의 한 환경단체에 따르면, 유럽에서 팔리는 차량 4백 종 중 3백95종이 제조업체의 주장보다 배기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

연비 조작만이 아니다. GM은 자사 차량 약 2백60만 대에 설치된 점화장치에 결함이 있음을 알았지만, 그 장치 때문에 1백24명이 사망하고 2백75명이 다칠 때까지 모르쇠로 버텼다. 도요타는 결함이 있는 에어백이 설치된 차량을 수천만 대나 판매했지만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소 여덟 명이 사망하고 백여 명이 다쳤다.

동역학

이런 행태는 개별 기업의 부도덕이나 탐욕 때문에 벌어지는 ‘일탈’이 아니다. 체제의 동역학이 낳은 논리적 결론이다.

자본주의는 최소 투자로 최대 이윤을 내야 한다는 원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문제를 고치고 안전 조처를 시행하느라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자본가들의 필요에 어긋난다. 문제를 무시하고 안전 조처를 어기더라도 이윤을 더 늘려야만 경쟁자들을 누르고 살아남을 수 있다. 설령 그 과정에서 사람이 죽고 환경이 파괴되더라도 말이다.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승용차는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에서 해마다 거의 7백만 명이 대기 오염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는데, 그중 80만 명 가량이 승용차 배기가스로 말미암은 대기 오염 때문에 사망한다고 밝혔다. OECD 나라들에서는 대기 오염으로 죽는 사람들의 20퍼센트가량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생긴 대기 오염으로 사망한다. 한국에서도 수도권 성인 사망자의 16퍼센트가 대기 오염 때문에 각종 질병에 걸려 사망한다.

자동차는 안전하지도 않다. 세계보건기구는 질병을 제외한 사망 원인 1위로 자동차 사고를 지목했다. 한국에서 교통사고는 질병을 제외한 사망 원인 2위로(1위는 자살) 전체 사망자의 11.2퍼센트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그러나 이를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타는 것은 대중교통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은 배차 간격이 길고, 느리고, 붐비고, 시설이 열악하며, 아예 다니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러나 이렇게 된 것은 대중교통을 확충하는 데 쓸 수 있던 재원을 자동차 산업 육성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 규제 완화, 중소형 승용차를 위주로 한 도로교통체계 설립 등.

자동차 기업들도 한몫했다. 일례로, 1920년대 GM은 타이어 제조 기업, 석유기업 등과 손잡고 내셔널시티라인이라는 기업을 세워 미국 전역에서 시내 전차 회사를 사들였다. 이 공작으로 GM은 수십 년에 걸쳐 미국 도시교통 전체를 자가용 중심으로 재편해 버렸다. 그 결과, 로스앤젤레스 한 도시에서만 총연장 2천 킬로미터가 넘었던(서울지하철 1~9호선의 여섯 배 이상) 시내 전차는 완전히 파탄 났고, 미국은 인구 1인당 자동차 보유량이 세계 최대인 자가용 천국이 돼 버렸다.

이번 폭스바겐의 사기극은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을 대가로 떠받쳐 온 이 체제의 단면을 흘깃 보여 준다. 이런 탐욕으로 얼룩진 사회가 아니라 안전하고 깨끗한 곳에서 살아가려면, 개별 기업들의 앞뒤 없는 이윤몰이가 아니라 아니라, 다수 대중의 필요를 기준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 운영 원리가 필요하다.

 

나치의 전쟁 계획 속에서 건설된 폭스바겐

 

제2차세계대전 이전 독일은 서유럽 전체에서 자가용 보급율이 가장 낮았다.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던 것도 그 이유의 하나였다.

1930년대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면서, “교통에서 개인의 자유를 구현한다”는 미명 하에 자동차 도로를 건설하고 ‘서민차’(독일어로 ‘폭스바겐’) 계획을 추진했다. 30만 명 이상이 자동차를 구입하려고 돈을 냈지만, 이 돈은 모두 군수산업으로 흘러 들어갔고 자동차는 구경도 못 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서민차’ 계획 주도자 포르셰 가문을 포함해 폭스바겐 경영진 2백여 명이 나치 부역 혐의로 전범재판을 받았다. 전승국으로 폭스바겐을 차지했던 영국은 하인리히 노드호프를 폭스바겐 경영자로 앉혔다. 노드호프는 제2차세계대전 중에 노예노동을 이용해 나치 군용트럭을 생산한 인물이다.

이후 폭스바겐은 온갖 지원을 받으며 전후 독일 경제의 상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