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가 2015년 10월 8일에 발행한 리플릿에 실린 글이다.


철도공사는 근속승진제 폐지에 이어 임금피크제를 강요하고 있다. 차량·전기·시설·역 등 거의 전 분야에서 2천7백 명 외주화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철도에서 “특별퇴직”마저 실시하겠다고 한다. 9월 1일 공공기관운영위에서 철도공사 3급·4급 직원 중 직급 초과 현원인 1천5백90명에 대한 “특별퇴직” 계획이 확인됐다.

정부는 그동안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의 정년을 보장하고 청년에게 신규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이라고 홍보해 왔는데, 이게 완전 거짓이었음이 철도 일자리 문제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하기야 정부는 연내에 공공부문에서 저성과자 퇴출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이러면서 무슨 정년 보장이겠는가. 또, ‘유사·중복 기능 조정’, ‘경쟁체제 도입’, ‘외주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청년들에게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철도노조 집행부는 임금피크제 수용을 조건으로 총액인건비 증액, 인력 충원과 외주화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이 요구들이 정부의 정책과 배치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임금피크제를 수용함으로써 부족 인력을 충원하자는 구상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설사 임금피크제 도입을 대가로 신규 채용을 일부 늘리더라도, 이미 엄청난 규모로 불어난 철도공사 정원 부족을 메우거나 향후 퇴직 종용과 민영화 추진으로 줄어들 일자리를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철밥통’을 깨는 것을 확고한 정책으로 단호하게 추진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임금피크제 도입은 이 정책의 일환이지, 이 정책으로 인한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것이 아니다.

임금피크제는 청년실업 해결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개악의 지렛대

이런 정부 정책을 직시한다면, ‘좀 더 나은 임금피크제’라는 양보안을 가지고 교섭 테이블에서 외주화 저지와 인력 충원을 노동자들의 바람만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안일한 대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훈 위원장은 임금피크제 교섭에 나선 중요한 이유가 “청년실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현장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공공부문의 정규직 노조가 실업과 고용 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려 있는 청년과 미조직 비정규직을 방어하고자 나서는 것은 정말이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투쟁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도입이 전체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위한 지렛대임을 안다. 따라서 단사 차원의 단협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협소한 시각을 버리고, 임금피크제를 단호히 거부하면서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투쟁에 나서는 것이 청년·미조직 비정규 방어를 위한 최선의 길이다.

이런 투쟁은 정부의 이간질을 반박하고,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방어하는 것이 곧 청년 일자리와 비정규직 노동조건을 방어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물론 일부 투사와 활동가들은 ‘좀 더 나은 임금피크제 방안’을 사실상 교섭 결렬용으로 여겼을 수 있다.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을 내고 협상 타결을 저지하는 용도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임금피크제 저지를 위한 투쟁보다 협상에 매달리는 효과를 냄으로써, 의도치 않게 투쟁의 발목을 잡은 측면이 있음을 돌아봐야 한다.

임시 대대가 실질적 투쟁 결의의 장이 되려면

따라서 오늘 대의원대회에서는 첫째, 양보교섭안을 폐기하고 임금피크제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쟁의 발생을 결의하면서도, 양보교섭안을 유지하고 교섭을 지속하겠다고 한다면, 조합원들은 파업 결의가 그저 교섭 압박용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쟁의를 결의하면서도 조합원들을 준비시키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더 나은 임금피크제’ 같은 요구로는 결코 조합원들의 투지를 모을 수 없다. 임금 삭감을 당할 조합원은 말할 것도 없고, 선배들의 임금 깎아 신규 채용을 늘리자고 적극 투쟁에 나설 조합원이 어디 있겠는가.

조합원들이 임금피크제 저지를 위해 투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 비관할 일도 아니다. 지난 대대는 임금피크제 합의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줬다.

또, 최근 근로복지공단 노사의 임금피크제 합의가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된 것은 임금피크제에 대한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큰 반감을 보여 줬다. 10월 7일 공공연구노조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임금피크제 강제 도입(개별 동의 추진)에 반대해 원장실 항의 농성에 돌입했다.

둘째, 정부가 저성과자 퇴출제와 성과연봉제 칼날을 빼든 만큼 저성과자 퇴출제와 성과연봉제 저지를 당면 투쟁의 요구로 확정해야 한다. 10월 5일 기재부는 저성과자 퇴출제 연내 도입을 결정했고 성과연봉제도 곧 뒤따를 예정이다. 또, 철도에서 중요한 현안인 외주화 저지도 포함해야 한다.

오늘 대의원대회는 임금피크제 수용을 전제로 한 교섭안을 폐기하고, 저성과자 퇴출제, 성과연봉제, 외주화 저지를 요구로 내걸고 진지하게 파업 채비에 나설 것을 결의해야 한다.

10월 15일 공공부문 총파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 정부가 공공부문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이유는 경제 위기 장기화가 그 배경에 있다. 정부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을 공격함으로써 노동계급 전체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려 한다.

이는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의 공격이 단호하게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철도 노동자들은 이미 이 혹독한 경험을 하고 있다. 선진국 정부들도 내핍을 강요할 때 공공부문을 최우선 표적으로 삼았고, 연금·임금·고용 전반에 대한 공격을 퍼부었다. 영국·프랑스·그리스 등에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저항이 두드러진 이유다.

따라서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이런 정부의 집요한 공격에 교섭 수완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안일한 접근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때는 정부의 공격에 맞서 현장 조합원들의 힘을 동원하는 강력한 저항을 구축하지 않고서는 노동조건을 방어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그간 다소 주저했던 공공운수노조가 10월 15일 총파업을 결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특히 공공부문과 미조직 노동자의 경우 정부 지침이 법 이상의 효력을 갖는 만큼, 전례 없는 단호한 투쟁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10월 15일 공공부문 파업이 성공적으로 되려면 특히 철도 노조의 동참이 매우 중요하다. 철도노조는 공공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 가운데 하나인 데다, 청년층 사이에서 ‘안녕하십니까’ 열풍을 일으키는 광범한 지지를 받은 바도 있는 노조다. 이런 철도노조가 나서 10월 15일 공공부문 파업이 일회성 집회가 아니라 실질적 파업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10월 15일 총파업의 성공은 철도 노동자들 자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공공부문 전선이 확대되고 강력해져야 정부의 공격에 맞서기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고, 그래야 철도에서도 투쟁을 확대하고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북돋을 수 있다.

철도노조의 투사와 활동가들은 철도노조 집행부가 공공운수노조의 파업지침을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기층에서 파업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오늘 대의원대회는 그 첫 걸음을 떼는 장이 돼야 한다. 10월 15일 파업 동참을 결의하고, 이를 철도 투쟁을 확대해 가는 계기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