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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지부 임원 선거:
정부와 사측의 공격에 맞서려면 ‘투쟁’이라는 수단이 중요하다

기아차지부 임원 선거가 한창이다. 10월 22일 1차 투표, 28일 2차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는 기아차지부에 처음으로 도입된 러닝메이트제도 하에서 치러진다. 지부 임원과 각 공장별 지회장 후보들이 하나의 조로 출마했다.

기호 1번(지부장 후보 김성락)은 ‘금속노동자의 힘’이 내세운 후보 조다. 이들은 기층의 일부 전투적 활동가들이 속해 있는 세력이지만, 좌파 ‘현장 조직’이 자신이 배출한 집행부 시절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뒤로 한 채 선거 도전을 우선시 하면 어떤 문제가 빚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기호 2번(지부장 후보 고영채)은 ‘민주현장’이 내세운 후보 조다. 이들은 현 집행부를 배출한 세력으로, UPH-UP, 단협 개악 등 8+8 양보안을 제시하고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5·12 신규채용 합의를 체결한 당사자다. 지금이라도 반성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비판적 평가를 내놔야 조합원들이 믿어줄까 말까 할 텐데, 유감스럽게 기호 2번에게서는 그 어떤 성찰도 찾아볼 수 없다.

기호 3번(지부장 후보 박홍귀)은 ‘새희망’이 내세운 후보 조다. 이들은 중도우파를 대표하는 세력으로, 오랫동안 투쟁 회피와 노사협조주의를 추구해 왔다. 실제로 박홍귀 후보는 위원장이었던 시절 ‘정치 파업은 안 된다’ 며 투쟁을 회피하고, 조합원들에 대한 사측의 탄압을 수수방관하고(심지어 농성장을 철거했다!), 결국 노조 간부 채용 비리 건으로 중도 사퇴했다.

기호 4번(지부장 후보 우희진)은 ‘더불어’가 내세운 후보 조다. 이들은 지난 선거 때 결성된 신생조직인데, 이번 선거에서 정부와 사측의 공격에 맞서 싸우겠다고 분명히 주장하는 유일한 후보다. 이번에 러닝메이트로 함께 출마한 일부 후보를 비롯해 온건한 인물들이 기호 4번 진영에 일부 포진해 있는 것은 약점이다.

평가의 중요 잣대

각 후보 조에 대해 제대로 판단을 하려면, 이번 선거가 어떤 상황 속에서 치러지고 있는지, 차기 집행부에 요구되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악 공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사측이 수익성 하락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목을 조이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적당한 타협이나 제한적 투쟁으로는 노동자들의 조건을 방어하고 요구를 따내기 어렵다. 강력한 투쟁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기호 4번 우희진 후보 조를 제외하고는 이런 과제를 분명히 밝히는 후보가 없다. 나머지 후보들은 여러 공약을 제시했지만, 정작 주요 요구들을 어떻게 쟁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선 앞서 밝혔듯이, 기호 3번 박홍귀 후보 조는 “정치 파업”, “조합원 동원 식 투쟁”이 문제라며 비난해 온 우파적 세력이다.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금속노조 가입 후 10년을 빼앗겼다”며 산별노조 조합비를 대폭 줄이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는 사실상 금속노조에서 이탈하자는 것이다. 박홍귀 후보는 2009년부터 금속노조 탈퇴를 주장해 왔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개악 공격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은 완전히 해악적이다. 정부와 사측이 핵펀치를 날리며 치고 들어오는데,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싸우지 않고, 대정부 “정치 파업”도 없이, 어떻게 우리의 조건을 지킬 수 있는가. 이런 투쟁을 위해서는 금속 노동자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단결이 필수적일 텐데, 오히려 금속노조 탈퇴로 분열을 획책해서야 되겠는가.

기호 3번은 통상임금을 쟁취하겠다고 했지만, 내놓은 계획이라고는 고작 간부 몇몇이 정몽구가 사는 한남동에서 농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법 개악까지 노리고 있는 마당에, 이런 꾀죄죄한 투쟁 시늉으로 요구를 관철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약했지만, 정작 비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상실감을 줄 ‘장기근속자 자녀 채용 우대’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기호 2번 고영채 후보 조도 투쟁으로 요구를 쟁취하겠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김종석 집행부를 계승하는 세력이라는 점에서도 제대로 싸우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기호 2번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공약은 기아-현대 노조를 통합해 “이기는”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간 기아차지부가 작아서 못 싸운 것인가? 기아차지부는 3만5천여 명의 조합원을 가진 강력한 노조다. 문제는 투쟁할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있는 힘을 제대로 쓰지 않은 데 있다.

그동안 김종석 집행부가 현대차 이경훈 집행부와 한 ‘단결’이라고는 투쟁 회피를 위한 협력뿐이었다. 이런 점에 대한 평가 없이 ‘단결’만 외친다고 만사형통은 아니다.

기호 2번은 사측의 임금피크제 공격 등을 올해 임투에서 “끝장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차 사측이 “정부는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듯, 정부는 현대·기아차에서 노동 개악 추진과 어긋나는 협상안이 나오지 않도록 압박하고 있다. 기아차의 임금피크제, 임금체계, 통상임금, 노동시간 등의 문제는 단지 단사 차원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대정부 투쟁이 중요한 이유다.

기호 2번이 강조하는 ‘물량 확보 공동위 설치’도 투쟁과는 거리가 먼 구상일 수 있다. 이들은 물량이 확보돼야 임금과 고용을 지킬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런 견해가 바로 8+8 문제에서 양보안 제시로 이어졌다. (노동조건을 후퇴시켜서라도 생산량을 보전해 줘야 임금을 보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우향우 하는 금속힘과 투사들의 과제

그렇다면, 기호 1번 김성락 후보 조는 좀 다른가? 아쉽게도 기아차의 대표적 좌파 세력이었던 기호 1번도 투쟁을 강조하지 않고 있다. 이는 특히 기호 1번에 치명적이다. 이전 김성락 집행부의 ‘무쟁의’ 전력은 전투적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 준 핵심 문제였다. 금속힘이 아직까지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기호 1번이 김성락 집행부 시절에 “무상주 쟁취”를 했다고 자랑하는 것은 낯뜨겁다. 당시 무상주는 무쟁의의 대가였다. 김성락 지부장 후보는 또 무쟁의를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기호 1번은 “통상임금 시작과 끝 김성락”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김성락 집행부 시절의 통상임금 대응은 소송 제기로 그쳤고 이를 압박할 투쟁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이들은 “컨베어 노동자 고통 없는” 8+8 시행도 공약했는데, 이것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8+8 양보교섭에 참가한 광주지회 집행부(기호 1번 진영)에 대한 반성적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광주지회 집행부는 그동안 여러 문제를 드러냈는데, 특히 이들이 ‘1백만대 생산 공장 증설’을 주장하며 광주시의 “반값 임금 일자리 모델”에 협력해 온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것이 노동자들에게 가할 저임금, 임금 삭감 압박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현장연대’는 지난해 촉탁직 알바 채용에 가장 먼저 합의한 집행부인데다, 올해 도박-비리 문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기호 1번이 화성공장에 대해 말하는 “국내 최고의 공장”, “자동차 산업의 허브” 만들기도 노동자들을 위한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 2009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은 서로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려고 임금 삭감, 구조조정, 파견 확대 등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 왔다.

기호 1번은 선거 득표를 의식해 기존 입장도 후퇴시켰다. 예컨대, 장재형 화성지회장 후보는 몇 해 전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자녀 채용 특혜를 비판하는 데 앞장섰는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공약을 내놨다. 이는 위험한 신호다. 기회주의적으로 하나를 후퇴시키면 부지불식간에 다른 문제들에서도 흔들릴 수 있다.

사실 금속힘은 그동안 이런 식의 후퇴 때문에 여러 혼란과 위기를 겪었다. 특히 전투적 활동가들은 사기가 떨어지거나 활동에서 멀어지곤 했다. 이들은 때로 중앙 지도부의 우경화에 정당한 불만을 토로해 왔다.

그런데 지금 이런 활동가들은 대체로 (자신이 가졌던 문제의식에 눈을 감거나 혹은 ‘내 조직’이라는 이유 때문에 억지로)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활동은 투사들에게 독이다. 투쟁 전선 구축이 아니라, 이전 집행부 시절에 대한 반성적 평가를 하지 않은 채 집행권 장악을 목표로 무작정 뛰는 것은 활동가들이 스스로를 재무장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금속힘이 진정 의미 있는 선진 조합원·투사들의 지지를 회복하려면, 철저한 자기 반성 속에서 투쟁적 노선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기호 4번에 비판적 지지를

기호 4번 우희진 후보 조는 확실히 요구를 관철할 수단을 제대로 못 보는 다른 후보들과 다르다.

이들은 선거 공약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제대로 싸우지 않고 조합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이전 집행부 세력들에 대한 비판. 다른 하나는 투쟁을 통해 노동조건을 지키겠다는 것.

특히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맞서 앞장서 총파업을 하겠다거나, 사측의 공격에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주장은 기호 4번의 선거 공약에서 두드러진 장점이라 할 만하다.

기호 4번은 옳게도 통상임금, 5·12 합의 폐기 등 현안 쟁점들에 대해서도 투쟁을 조직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2차 공약집에서는 타 후보들이 제시한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확대’, ‘광주공장 1백만대 생산(반값 임금)’ 공약의 문제점을 옳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8+8 문제에서도 “물량보전과 임금 맞교환으로 누더기가 된 주간연속2교대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를 위해 필요한 3무 원칙(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전환배치 등 유연화 없는 8+8)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더불어’는 그동안 생산량 보전 논리를 일정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사실 지난 수년간 8+8 문제에서 많은 이들이 정치적으로 후퇴한 상황에서, 3무 원칙 문제는 좌파 활동가들에게 하나의 당면 시험대이기도 하다.

기호 4번 진영에 일부 온건한 이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도 약점이다. ‘더불어’가 작은 신생조직임에도 러닝메이트 후보에 출마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주도적인 이들이 옛 전노회(개혁파)의 구력 있는 활동가들이고, 이런 경력을 기반으로 선거 도전을 위해 세를 규합해 왔던 결과인 듯하다. 사실 우리는 이 활동가들의 과거 전력에 대해서는 보증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기호 4번은 현시기 필요한 중요한 과제, 즉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맞선 총파업, 투쟁을 통한 노동조건 방어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할 만하다. 이들은 근래 이를 위한 현장 투쟁에도 비교적 열심히 임했다.

우리는 이런 투쟁 공약을 전면에 내건 후보 조가 많은 지지를 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동지들이 당선 유무와 상관 없이 공약한 대로 현장에서 적극 투쟁 조직에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