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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확대하는 ‘노동개혁’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는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가 정규직 탓이라며 노동시장 구조 개악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 공격의 칼날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날로 분명해지고 있다.

10월 13일 노사정위는 비정규직 문제(기간제법과 파견법)를 “국회 일정을 감안하여 최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어떻게든 11월 국회에서 관련법 개악을 밀어붙이려는 정부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노총 집행부는 9·13 노사정 야합에 이어 다시 정부·여당에 장단을 쳐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 집행부가 또다시 부적절한 타협으로 나아갈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설사 노사정위에서 추가 야합이 되지 않더라도 개악안은 11월 초 국회에서 다뤄질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당론으로 관련법을 발의해 둔 상태다.

지난 15년간 줄기차게 이어져 온 비정규직 투쟁 ⓒ이미진

지금 정부·여당은 기업주들이 비정규직을 더 쉽게,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우선, 기간제 사용 기간을 연장해 기업주들이 2년이나 더 정규직 전환을 연기할 수 있게 해주려 한다. 그나마 기간제 노동자 5명 중 1명은 (정규직이 아니라 대체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왔는데, 이조차도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또, 파견 허용 대상을 대폭 늘리려 한다. 정부는 애초에 55세 이상자와 전문직·고소득 노동자에 대해 파견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전체 노동자 40퍼센트가 파견노동에 노출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노사정 야합 직후, 그 대상을 제조업으로까지 확대하는 법 개악안을 발의했다. 그 내용인즉,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것인데, 이는 자동차·조선 등의 제조 공정에서 기본이 되는 업무로, 그간 사회적 논란이 돼 온 제조업 불법파견의 합법화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다.

파견 확대는 제조업 대기업들이 오랫동안 강력히 요구해 온 정책이다. 재계는 독일 등 서유럽의 파견제도가 기업 경쟁력의 필수조건이었다며, 거듭 불법 제조업 파견 합법화를 촉구했다. 2013년에 현대차 사측은 “사업주의 자유를 박탈”하고 “사내하도급을 불법과 합법으로 구별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파견법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한 바도 있다.

이 같은 법 개악 시도는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싸우는 사내하청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한편, 비정규직 법 개악 외에도 정부의 “노동개혁”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공격한다. 사실 단협도 없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은 그 공격으로부터 가장 큰 고통을 입을 것이다.

예컨대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가뜩이나 고용 불안으로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언제 어디서 해고될지 모른다는, 그야말로 찍소리 말고 살라는 것과 다름없다.

심지어 지금 행자부는 임금이 최저임금의 1백50퍼센트 이상인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에게도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벼룩의 간도 빼먹겠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시장 개악은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노동시장을 더 유연화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그 칼끝이 겨누는 대상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집요함과 새정연의 불철저함, 노사정위 추가 야합 위험 등을 볼 때 결코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10월 24일 비정규직철폐 노동자대회는 노동자들이 투쟁 태세를 갖추고 11월 파업투쟁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

새정연을 믿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임금피크제나 통상임금은 몰라도 비정규직법안은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새정연이 반대하면 환노위에서 새누리당이 비정규직 개악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점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그러나 새정연이 비정규직 법 개악을 막을 수 있다고 결코 장담할 수 없다. 관련법 국회 통과를 막는 데서 가장 간명한 방법은 새정연이 환노위에 법안이 상정되지 않도록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정연은 거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더구나 새정연의 주축은 민주당(또는 열린우리당) 시절 파견법, 기간제법을 만든 당사자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고 환노위 국회의원인 우원식은 2006년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으로 기간제법 통과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우원식은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요구(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파산하고 대부분의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잃는다”며 반대했다.

새정연는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새정연의 핵심 기반 역시 기업주들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법 개악에 일관되게 반대하기 어렵다. 은수미 의원조차 당 지도부가 합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 같은 광범한 대중적 지지를 받는 운동에서도 새정연은 기소권 요구를 가장 먼저 접고, 새누리당과 야합해 운동의 힘을 빼는 구실을 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