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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고등교육 ‘개혁’:
대학 노동자와 교수, 학생에게 고통전가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 정책의 핵심 기조는 산업 수요에 맞게 중 고등교육을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각종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학과와 정원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 고등교육 ‘개혁’의 핵심 중 하나다.

정부는 취업률과 학사관리 엄정화, 정원 조정 등을 지표로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 감축을 강제하고 재정 지원을 제한해 왔다. 그리고 ‘산업 수요’에 맞춘 학과를 특성화한 대학에 지원금을 주는 대학‘특성화 사업’, 기업과 연계 수준이 높은 대학에 지원금을 주는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을 추진했다. 이제는 인문·사범·예체능 계열의 정원을 줄이고 ‘산업 수요’가 높은 공과계열의 정원을 늘리면 지원금을 주는 ‘산업수요 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9월 18일 전국교수대회. 이날 국·공·사립 교수 1천여 명은 정부의 시장주의적 대학 정책에 항의했다. ⓒ조승진

이 정책으로 대학은 더한층 ‘취업사관학교’로 변모하고 있다.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정원이 줄거나 통폐합되고, 취업과 무관한 수업들은 폐지되거나 취업의 필요에 맞춰 교과목과 내용이 달라진다. 정부가 대학 평가 기준에 ‘학사관리’ 지표를 포함하자, 대학들은 너도나도 상대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퇴출되는 대학의 교수와 직원들은 정리해고 된다. 통폐합된 학과의 교수들도 임금이 삭감되거나 퇴직을 종용받는다. 정원이 감축된 대학들은, 교직원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있다. 한신대처럼 연구비와 학생 복지비 등을 대폭 삭감하고 학사 조교 1명에게 4개 학과의 업무를 다 맡겨서 행정이 마비되는 일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고통전가를 법제화해 밀어붙이려 한다. 9월 20일 교육부 장관 황우여는 “정기국회에서 대학구조개혁법과 사학연금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구조‘개혁’법: 비리 사학의 ‘먹튀’ 보장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려 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부정비리 사학들은 대학을 정리하면서 잔여 재산을 ‘먹튀’할 수 있게 된다. 학교법인이 자진 해산할 경우 학교법인의 잔여 재산 일부를 설립자에게 되돌려 주고 증여세 등도 면제해 주는 게 이 법의 골자다. 또, 대학 퇴출시 대학의 잔여재산을 공익·사회복지 법인 등으로 전환해 사학법인이 가져갈 수 있도록 보장하고, 대학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상지대, 청주대, 서남대 등에서 비리 사학재단들의 횡포도 더 심해질 것이다.

시간강사법: 비정규 교수의 대량 해고 예고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시간강사들이 대량 해고되고 있다. 대학들이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려고 소수의 강의전담교원(비정규직)을 채용하고 그들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대신 훨씬 많은 수의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시간강사의 일자리는 1만 5천 명 분이 줄어들었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비정규 교수들의 처지를 더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다. ‘시간강사법’은 강사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규정하면서도 실질적 교원 지위는 주지 않는 기만적인 법안이다.

그런데도 이 법에 따르면, 주당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는 교원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는데도 교원확보율 산정 시에는 ‘교원’으로 인정된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은 필요한 만큼 정규직 교원을 충원하지 않고 그만큼을 비정규직 강사로 채울 게 뻔하다.

뿐만 아니라 대학들이 교원확보율에 포함되는 강사를 충원하려는 과정에서 일부 강사들에게 강의를 몰아줄 수 있다. 더한층의 대량해고 사태가 예고되는 것이다.

이에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시간강사법 폐기와 대체입법 마련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지난 9월 18일 전국교수대회에 모인 교수들도 시간강사법 폐기를 요구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새누리당뿐 아니라 이 법을 반대하지 않는 새정치민주연합에도 항의하고 있다.

사학연금법 개악: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덜 받아라

대학 교수와 직원들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거의 10여 년간 사실상 실질임금이 삭감돼 왔다. 그런데 올해 공무원연금이 개악되면서 사학연금도 개악될 상황이다. 사학연금의 급여 종류와 지급기준 등은 모두 공무원연금법의 해당 조항을 준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8일 새누리당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교문위에 발의했다. 사학연금 역시 공무원연금처럼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덜 받도록 개악하려는 것이다. 사학연금이 개악되면 대학 교직원들뿐 아니라 사립학교의 교사들, 사립대 병원 노동자들 모두 피해의 당사자가 된다.

저성과자 해고

한편, 대학 노동자들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도 크게 분노하고 있다. 특히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개악안은 대학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진행되면서 대학의 평가 지표를 올리기 위한 일이 직원들에게 전가되면서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경쟁도 더 강화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가 가능하게 되면 대학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해고를 당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전국대학노동조합은 노동개악 중단, 대학구조조정 폐기, 사학연금 개악 중단 등을 요구하며 오는 11월 14일 ‘생존권 사수와 대학 공공성 쟁취를 위한 대학 노동자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조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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