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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북한 직총은 자주적 노동단체가 아니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함께 10월 28~31일 평양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민주노총·한국노총은 북한의 조선직업총동맹(이하 ‘직총’)과 함께 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는 계급이 아닌 다른 어느 ‘정체성’(성, 성적 지향, 인종, 민족 등)으로든 화합이 이뤄지는 걸 환영한다. 계급 외의 정체성 갈등은 계급투쟁을 왜곡하고 결국 억압하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애초에 지난 5월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박근혜 정부가 이 축구대회가 ‘순수한’ 교류 행사가 아니라며 방북을 불허해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10월에야 남북노동자축구대회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분단된 지 70년이 됐지만, 여전히 남북 간에는 자유 왕래는커녕 이산가족 상봉조차 일회성 이벤트로밖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북의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남북 노동자와 서민의 자유로운 교류를 막아 왔다. 특히, 역대 남한 통치자들은 모두 노동자 축구대회 같은 일시적 교류 행사조차 자신들의 당면 이익에 맞지 않으면 불허하고 통제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직총을 연대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직총은 북한판 민주노총도 아니라 북한 국가기구의 일부로서, 북한 관료가 국가를 통해 집합적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을 돕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직총

1947년 김일성은 당시 ‘북조선직업총동맹’을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로 규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런 주장은 “[북한의] 국영기업소 내에 자본과 노동 사이의 계급적 이익의 대립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것이고, 노동자가 인민정권을 상대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북조선사회주의체제성립사》(서동만, 선인) 283쪽). 그래서 북한 당국은 직총의 자주성을 철저히 부정했다.

이것은 북한이 설사 사회주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잘못된 주장이다. 레닌은 노동자 국가 하에서도 “노동자들이 그들 자신의 국가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물며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사회주의와 완전히 동떨어진 비민주적이고 착취적인 사회 아닌가.

당시 북한 관료들은 기업 관리 체계로서 지배인 유일관리제를 채택했다. 이것은 북한 당국도 인정하듯이 “국가에서 임명한 책임자에게 전체 일꾼들이 복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해방 직후 노동자들이 자주관리를 위해 만들었던 공장위원회 같은 것은 껍데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북한 국가자본주의의 형성과 위기: 마르크스주의적 분석》(김하영, 노동자연대) 15쪽)

직총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직맹[직총]의 임무는 노동자의 생산의무를 실행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며, 직맹의 업적은 국가에서 위임된 생산계획을 수행하는 데서 그 역할로 평가됐다”(서동만, 같은 책, 326쪽). 명목상의 ‘단체계약(남한의 “단체협약”에 해당)’은 경제계획 지표 달성, 노동규율 준수, 책임자의 지시와 명령 이행 등 노동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사항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이 ‘단체계약’조차 1964년 완전 폐지됐다.

직총이 가장 열성적으로 추진한 일은 천리마운동, 애국적생산돌격운동 등 쉼없이 계속된 증산운동에 노동자들을 동원하는 일이었다.

물론 직총을 통제하는 자들은 노동자들에 의해 선출되지 않는다. 직총위원장을 내정하고 운영 방침을 결정하는 것은 조선로동당이다. 직총의 간부들도 모두 로동당원들이다. 심지어 “공장·기업소 지배인은 당 위원회 및 [각 공장 단위의] 직맹위원회 부위원장이 된[다](〈통일뉴스〉, 2001년 7월 23일 기사 “북의 조선직업총동맹”). 남한에 노동조합 부위원장이 사장 또는 공장장이고 간부들이 모두 새누리당 당원인 노동조합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노조’가 과연 노동자들의 조직인가.

따라서 남북 축구대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억압하는 북한 관료와 그 일부인 직총을 남한 노동자들이 연대할 대상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노동계급 연대가 아니라 민족 화합에 봉사하는 것뿐이다.

“노동개혁” 문제

예리한 관측자라면 지난 4월 5월 남북 축구대회를 불허했던 박근혜 정부가 왜 지금 태도를 바꿨는지 따져 볼 것이다. 9월 25일 〈통일뉴스〉는 박근혜 정부가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의 실무회담을 승인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보도했다. “정부는 그동안 허용해 온 기준인 순수 사회문화 교류를 넘어선다는 판단으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해 왔으나 지난 [9월]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후 지원 입장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22일 박근혜는 ‘노사정위 대타협’을 한 노사정 대표 4인을 청와대 오찬에 불렀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박근혜는 노사정위 야합을 두고 “한국형 노동개혁의 좋은 모델”이라고 칭찬했다. 그러자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이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고, 박근혜는 이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즉, 지난 8월의 남북 합의가 박근혜 정부의 입장 변화와 관계 있지만, “노동개혁”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의도에서도 박근혜가 한국노총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