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무소속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민주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대세’ 힐러리 클린턴을 맹추격하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유세장마다 지지자들을 운집시키는 샌더스는 “소수가 대부분을 갖고 나머지 사람들은 거의 아무것도 갖지 못하게 만든 카지노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부자 증세와 금융자본 규제,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과 성별에 따른 임금·노동조건 차별 철폐를 요구했다.

불평등과 양극화에 반대하는 이런 요구들 때문에 좌파 일부는 샌더스의 “정치 혁명”을 “99%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본다.

샌더스가 인기를 얻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미국의 노동자와 서민은 1929년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평등과 양극화, 생활 수준의 하락을 겪고 있다. 끔찍한 인종 차별과 경찰 폭력에도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미국 노동자와 서민 사이에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불만이 자라나고 있다. 조금씩 성장하는 최저임금 인상 운동, 경찰 폭력에 맞선 ‘흑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등에서도 이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기성 정치보다 좌파적 대안을 갈구하는 미국 사람들이 샌더스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버니 샌더스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모여든 지지자들의 바람을 얼마나 일관되게 대변해 줄지는 미지수다.

샌더스는 옳게도 대자본의 전횡에 반대한다. 그러나 그것을 노동계급의 힘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는 이 점에 대해 선을 그으며, 자신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누구나 동등한 시민권을 누리는 스웨덴 복지국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운동과 일정 거리를 두려 한다. 샌더스는 기업 규제를 요구하지만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지방정부 노동자들과는 거리를 두며, 유색 인종에 대한 경찰 폭력은 우려하지만 비무장 흑인들을 살해한 경찰을 처벌하라는 운동을 지지하라는 요구에는 난색을 표했다.

지배 정당

샌더스가 그의 “정치 혁명”의 수단으로 민주당을 택한 것은 중요한 문제다.

미국 민주당은 노동자 서민의 정당이 아니라 세계 최강 제국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대자본가들의 당이다. 이 당의 정치자금 중 80퍼센트 이상이 여러 부문의 대자본가들에게서 나오며, 이 당의 경제 정책의 틀을 구상하는 것은 월가의 싱크탱크다.

이 당의 정치적 기반 때문에, 역사적으로 민주당은 운동에 힘을 주기보다 운동을 통제하고 탄압하는 구실을 해 왔다. 민주당은 1930년대 후반 미국 노동자들의 대중 파업을 억눌렀고, 1940년대 후반에는 수만 명의 급진적 노동운동 투사들을 집요하게 탄압해 미국 노동운동 내 전투적 부위를 궤멸시켰다. 1970년대에는 공민권 운동의 온건 지도자들을 입당시켜 흑인들의 행동을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하기 수준으로 제약하려 들었고, 이 때 민주당에 입당한 공민권 운동 출신 인사들은 1980년대에 레이건 정부가 경찰력 강화와 흑인 공동체 파괴를 위해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을 지지했다.

이 당은 세계적 차원에서도 제국주의 갈등을 부추기는 당이다. 민주당 정부 하에서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수행한 베트남 전쟁, 발칸 반도에서 벌인 코소보 전쟁, 지금도 중동과 동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일으키는 제국주의적 긴장 등을 보면 이 당이 노동자 서민이 아니라 지배자들의 의지를 구현하는 당임을 알 수 있다.

샌더스는 바로 이런 당의 대선 후보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대외 정책에 대한 그의 입장은 심히 우려스럽다. 샌더스는 경선 레이스에서 자신이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다며 클린턴과 선을 긋고 있지만, 과거 부시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샌더스는 이라크 점령을 위한 국방예산 증액에도 찬성했다.

상원의원으로서 샌더스는 2014년 미국 상원의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 지지 결의안에 찬성한 바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을 “중동 테러리스트”라고, 우고 차베스를 “죽은 공산주의 독재자”라고 비난해 사람들을 아연케 하기도 했다.

경선 캠페인 와중에도 샌더스는 자신이 대통령이 돼도 드론(무인전투기)을 이용한 군사 개입을 계속할 것이라 주장했고, 지난 10월 15일 민주당 경선 TV 토론에서는 “미국 지상군을 투입하지 말”되 “아랍 국가들과 함께 연합군을 만들어” 중동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면 그가 아무리 TV토론에서 “이라크 침공은 역사적으로 가장 큰 대외정책의 실수”라 했다 해도 샌더스를 전 세계 민중의 편에 선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이라크 전쟁에 파병한 영국 전 총리 토니 블레어를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제러미 코빈과 대조적이다.

기성 정치와 다르다고 모두 사회주의자는 아니다. 긴축에 맞선 노동자 대중 행동에 대한 단호한 지지,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일관된 반대, 긴축을 추구하는 대자본 정당과 국가에 대한 도전 – 모두 샌더스에게서는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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