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9일 “반쪽짜리”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법안이 통과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세월호 참사의 온전한 진상 규명은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유가족들은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이를 바탕으로 한 안전사회 건설을 골자로 한 특별법을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원인과 배경을 제공한 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하려면 공식적이고 강력한 법안과 기구가 필요하다는 정당한 요구였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보장한 독립적 기구’는 이런 요구의 상징이었다. 무려 6백만 명이 입법 요구 서명에 동참했다. 그런데 참사의 책임자 박근혜는 “헌법 체계를 흔든다”는 억지를 부리며 유가족들에게 온갖 모욕과 공격을 퍼부었다.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법학자들이 나서서 정부의 억지를 반박하며 유가족이 요구한 법안을 방어했다.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중문화예술인들까지 유가족이 요구하는 특별법을 공개 지지했다. 수만 명이 모임 대중 집회가 여러 차례 열려 유가족들의 투쟁에 변함없는 지지를 표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야합해 누더기 특별법을 통과시키며 유가족들의 뒤통수를 쳤다. 야합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특별법의 핵심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었다. 유가족들은 몇 차례나 야합안에 분명한 거부를 표명했다. 그런데 운동 내 일부 온건파 리더들은 ‘현실론’이란 이름으로 국회 내 여야 협상에 종속돼 애초의 요구에서 갈수록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세의 돌파구를 열 힘을 가진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반쪽짜리, 누더기

반쪽짜리 특별법에 따라 특조위는 조사권이 있지만 그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라 기관과 인물에 대한 조사권은 보장받지 못했다. 특조위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을 때 당사자(기관)가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권한도 없고 열람권도 보장되지 않는다. 동행명령을 거부해도 과태료 1천만 원에 그쳐 강제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진상규명 운동이 누누이 지적한 대로 참사의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가기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다.

정부는 제대로 된 권한도 없는 특조위가 진상 규명을 위한 정보라도 일부 확보할 가능성조차 차단하려 했다. 올해 초부터 새누리당과 우파 언론들은 “세금 도둑” 운운하며 특조위 공격에 열을 올렸다. 내부에서는 새누리당 추천 인사들이 “진상 규명을 방해하려고 위원이 된 것 같은 행태”를 보이더니 부위원장 조대환은 특조위를 비난하며 자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예산 집행을 미루며 길들이기를 시도했다.

지난 5월, 파견 공무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쓰레기 시행령” 통과는 진상 규명 방해 의지를 강력히 표현한 것이었다. 반쪽짜리 특별법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런 집요한 공격과 무력화 시도 때문에 특조위는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 추천 특조위원인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우리가 만일 수사권이나 기소권이 있다면 압수수색 같은 권한을 활용해 하루면 확보할 수 있을 자료를 정부에 요청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초적 자료 하나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질질 끌고 있어 조사가 진척되기 어렵다”며 갑갑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특조위가 지난 5월에 요청한 이준석 선장,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등에 대한 수사·재판 기록이 아직도 다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도 자료 제출 요구를 거듭 거부했다.

이렇듯 특조위가 제대로 가동되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활동 종료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구성 후 1년”이고 “1회에 한해 6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1월 1일을 특조위 구성 완료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행령이 5월에 통과됐고 7월에서야 예산 집행이 결정됐는데도 말이다. 정부의 안이 관철되면 세월호가 인양이 되더라도(2016년 7월에 인양이 완료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특조위는 중요한 증거인 세월호를 제대로 조사도 못한 채 활동을 마칠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렇게 시간을 끌어 유가족들과 운동 세력을 지치게 하면서 특조위 활동이 큰 성과 없이 끝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지난 1년을 제대로 돌아봐야

정부의 적극적인 방해 속에서 진상 규명의 유일한 공식 수단인 특조위가 마비된 상황은 갑갑함을 키우고 있다. 공식 기구가 제 구실을 못 하다 보니 4·16연대가 꾸린 민간조사위원회 활동에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해경 123정 정장만 기소해 항소심까지 마쳤다. 법원은 항소심에서 정장의 업무상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장만의 책임이라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주요 책임자 중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 이렇듯 특별법 통과 후 지난 1년은 진상 규명의 시작은커녕 은폐·축소를 위한 방해 공작의 1년이었다. 따라서 운동 내 일부가 특별법의 의미를 과장하거나 특조위의 권한을 과대포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물론 “반쪽짜리” 특별법조차 6백만 명의 서명과 몇 개월에 걸친 세월호 진상 규명 운동이 거둔 성과다. 그러나 제대로 된 권한이 없는 특조위 만으로 진상 규명은 가능치 않다는 쓰디쓴 진실을 지난 1년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노동자 연대〉는 지난 4월 “수사권·기소권 같은 권한도, 인적 구성의 독립성도 충분하지 않은 반쪽 조건에서 온전한 진상 규명을 위한 활동은 계속해서 암초에 부딪힐 것이다. 국가를 상대로 한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하고 주장했다. 이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조위가 앞으로 있을 청문회 등의 수단을 이용해 진실의 일부를 밝혀내더라도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려면 강력한 대중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국회 내 논의나 감시는 기대할 게 없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지난 4월 시행령 투쟁에서도 유가족들의 요구를 애써 외면했다.

따라서 11월 7일 ‘특별법 제정 1년 범국민대회’는 지난 1년 동안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은폐하려는 정부를 규탄하고 이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널리 선포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다시금 진상 규명의 의지와 힘을 모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사회를 건설할 이해관계가 있고 이윤체제를 멈출 잠재력을 가진 노동계급이 나서야 한다.

지난 4월 시행령 저지 투쟁 때 민주노총 4월 파업과 맞물려 항의 운동이 힘을 얻었듯이 세월호 진상 규명 운동은 현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 운동, 노동개악 저지 투쟁 등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함께 대중적 힘을 모아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디더라도 진상 규명이 한 걸음 전진할 수 있다. 또한, 진상 규명 운동이 체제의 문제를 들추며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것인 만큼 일희일비하거나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조속하고 온전하게 인양돼야 

세월호 침몰의 진정한 원인을 둘러싼 의혹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이 미수습자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참사 진상 규명의 중요한 증거라고 보고 있다. 세월호 인양은 진상 규명의 상징이자 규명의 실질적 과정의 일부다.

그런데 진상규명을 이토록 방해하는 정부가 주요 증거를 온전히 조사해 보고할까? 지금도 정부는 인양 과정을 유가족들에게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답답한 유가족들은 참사현장 인근 동거차도에 가서 망원경을 동원해 어떻게든 인양 현장을 감시하려 시도하고 있다. 배를 임대해 인양 작업 근처로 가보려던 유가족들은 “배를 임대해 주면 불이익을 준다는 소문이 있다”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인양 업체로 상하이샐비지를 선정하며 최저가에 기준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게다가 유가족들이 이미 우려를 표명한 방식으로 인양을 할 계획이어서 증거 훼손 등의 우려도 큰 상황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수중조사와 유실방치 조처 등을 10월 말까지 마무리하고, 내년 3월 이후부터 인양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4·16연대는 “정부의 의도가, 내년 총선과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넘기기 위한 의도적 시간끌기라는 의혹을 감출 수 없다” 하고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지금 미수습자 가족들은 내년 다른 희생학생들과 함께 명예 졸업식을 치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세월호는 조속히, 온전히, 투명한 과정 속에서 인양돼야 한다.

“흔적이 사라져선 안 됩니다”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이 다가오고 교실 존치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은 그대로 보존돼 있다. 그런데 단원고 당국은 학생들의 졸업과 함께 교실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당사자 간 합의 존중”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며 한 발 물러나 있는 실정이다. 학생 2백50명이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교실은, 또 다른 참사의 현장이자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미수습 학생이 있으며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다. 가족협의회는 “사건이 해결되기 전까지 사건 현장을 그대로 둬야 한다”고 존치 요구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진상규명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참사의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시도가 참사 자체를 지우는 것 아니냐는 가족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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