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이다.


[터키 수도] 앙카라 광장 폭탄 테러는 쿠르드족과 터키 정부의 꼬인 관계가 중동 위기의 급격한 악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 줬다.

정확히 말하면 쿠르드족은 중동 지역의 모든 국가와 관계가 꼬여 있다. 쿠르드족은 제1차 세계대전 후 오스만 제국 분할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다. 쿠르드족의 민족자결권은 부정당했고, 거주지는 이란·이라크·시리아·터키 네 나라로 분할됐다.

터키의 쿠르드족이 특별한 것은 부분적으로는 터키 내 사회적 비중 때문이다. 《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쿠르드족은 터키 인구의 18퍼센트가량[약 1천3백만여 명]으로 추정되며, 그중 2백만~4백만 명 가량이 수도 이스탄불에 거주한다. 또, 전통적으로 쿠르드족 밀집 지역인 아나톨리아 반도 남동부 지역에서 쿠르드노동자당(PKK)이 1980년대 중반 이래로 강고한 무장 투쟁을 벌인 것도 터키 쿠르드족의 영향력을 키웠다.

레젭 타입 에르도안이 이끄는 이슬람주의 정당 정의개발당(AKP)이 2003년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터키 정부와 PKK는 오랜 시간에 걸쳐 거북이 걸음으로 평화 협상에 임해 왔다. 쿠르드족에게 일부 자치권을 인정하고 쿠르드 어(語) 사용과 쿠르드 문화를 이유로 더는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협상의 주된 내용이었다.

최근 1~2년 사이 평화 협상이 더 어려워진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요인은 바사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터키-시리아 국경 지대의 쿠르드족 거주 지역을 포기하고 시리아 내 PKK 동조 세력이 그 지역을 장악한 것이다. 아사드는 에르도안을 곤란하게 하려고 그랬던 듯하다. 에르도안은 PKK와 합의에 이를 생각은 있지만 PKK의 영향력 확대는 저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둘째 요인은 지난 6월 터키 총선에서 PKK에 친화적인 민주국민당(HDP)이 13.12퍼센트를 득표한 것이다. 이 때문에 AKP는 의회 다수당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됐다. 현직 대통령인 에르도안 입장에서 더 안 좋은 점은, 총선 결과 때문에 AKP가 대통령제로 헌법을 고치려던 시도가 저지됐다는 것이다. [주: 에르도안이 속한 APK는 당 규칙 상 총리 4선을 금하고 있어, 2003년부터 총리를 지낸 에르도안은 2015년 총선 이후에는 총리가 될 수 없었다. 그러자 에르도안은 2014년 대선에 APK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고, 이후 터키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터키와 쿠르드족 사이의 적대가 심화됐다. 소강 상태였던 터키군과 PKK간의 무장 충돌이 재개됐다. 에르도안은 [연정 구성 실패로 인한] 총선 재실시를 앞두고 터키 민족주의 선전을 대폭 강화했다.

이런 상황은 쿠르드족에게 끔찍한 일이지만, 서구 제국주의 열강에게도 골치 아픈 일이다. 무엇보다 저마다 시리아를 두고 노리는 바가 다르다. 에르도안은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처럼 아사드 정권의 몰락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시리아 내의 여러 지하드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고 싶다고 말하지만, 미국이 더 신경 쓰는 것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아이시스)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 전사들은 아이시스에 맞서 미국의 가장 효과적인 군사 동맹이다. 그래서 지난 여름에 터키가 시리아 내 쿠르드족을 공습하기 시작하자, 터키의 서방 동맹국인 나토 소속 국가들은 불평을 늘어놓았다.

유럽 난민 문제도 복잡한 요소다.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신청은 몇 년째 처리될 기미도 없었다. 표면적 이유는 에르도안이 최근 권위주의적으로 선회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이유는 8천만 무슬림이 유럽연합에 속하는 것을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같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인종차별적 이유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터키는 시리아 난민을 2백만 명 넘게 받아들였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난민의 유럽 유입을 터키가 막아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톡톡히 받아내겠다고 공언했다.

10월 18일 독일과 터키의 정상회담에서 메르켈은 지원금 3백억 파운드[약 52조 원], 터키인들이 비자 없이 유럽을 여행할 권리,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협상 재개 등 유럽연합의 “행동계획”을 약속했다. 한 소식통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럽연합이 터키에 이렇게 적극 다가서는 것은 본 적도 없는 일이다. … 산타 클로스라도 온 것 같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럽연합이 [유럽연합 가입 절차의 일환인] 터키의 인권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11월 터키 총선 이후에 발표하도록 가로막았다고 보도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유럽연합은 에르도안이 자유주의적일 때는 거리를 두더니 에르도안이 쿠르드족과 전쟁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자 유화 정책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세기 전과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열강과 지역 지배계급의 술책에 쿠르드족이 희생되고 있는 듯하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