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새누리당 노동 개악법이 국회 환노위에 자동 회부된다. 여기에는 비정규직법 개악(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맞춰 노사정위에서도 비정규직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9·13 야합에서 노사정위는 "[비정규직]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을 정기국회 법안 의결시 반영토록 한다"고 결정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 운운하면서 정작 비정규직의 조건을 더 악화시키고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정부여당에 대한 광범한 반감 때문에, 저들에게도 “실태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의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검토 보고서'를 11월 16일까지 마련해 국회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또, '비정규직 공동실태 조사단'을 꾸리고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소위 '전문가'들(노·사·정·공익위원으로 구성)의 면면을 보면, 이 보고서와 실태조사가 국회에서 정부여당의 노동 개악을 뒷받침 하는 논거들로 채워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전문가그룹의 공익위원(단장 포함 13명) 대부분은 친기업적 인물들이다.

전문가그룹의 단장인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와 공익위원인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새누리당의 노동시장선진화 특별위원회의 자문위원이다. 총대 메고 노동 개악을 밀어붙이는 여당 기구의 자문위원인 만큼, 주요 쟁점에 관해서도 자본가들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해 왔다.

△9월 15일 노사정위 야합  ⓒ〈노동자 연대〉

조준모 교수는 ‘한국형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창해 온 인물이다. 그는 2009년 비정규직법 개악이 논의됐을 때도 “[비정규직 관련법은] 외국도 환경 변화에 맞춰 개정해 왔다. 천년만년 갈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 법을 바라볼 필요가 없다”며 파견에서 “사용직종의 네거티브 방식[일부 금지 업종 외 모두 허용]”을 제안했다(〈동아일보〉). 2013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최저임금을 무작정 올린다고 저소득층의 생활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한 바 있다.

그는 친기업적 입장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도 지지한다. "기본적으로 편향된 노동교육을 받고 오면 아무래도 사용자를 균형성 있게 바라보기보다 '나를 착취하는 대상'으로 보게 된다."(〈연합뉴스〉)

박지순 교수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간이 늘면 정규직 전환도 더 늘어날 것"(〈조선일보〉)이라며 정부의 기간제 사용 연장 공격에 동조한다. 그는 대법원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사용자측 참고인으로 참가하는 등, 통상임금 논란에서 재계 입장을 대변한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노사정위 후속 논의 때 새로 공익위원으로 위촉된 권혁 부산대 교수와 김상호 경상대 교수는 지난 8월 정부가 주최한 '비정규직 관련 입법방향 전문가 토론회'에 참가해 정부보다도 더 큰 폭의 비정규직법 개악을 주문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들이다.

권혁 교수는 우리 나라의 파견 규제가 유럽에 견줘 너무 엄격하다는 불만을 토로하며, 중장기적으로 “절대금지업종을 제외하고 파견[을] 확대”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주장했다. 그는 2011년에도 "이미 벌어진 사내하도급을 소급해 불법화할 것이 아니라 통로를 열어두"어야 한다며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옹호했다.

김상호 교수도 정부가 내놓은 기간제 사용 연장을 지지하면서, 오히려 사용자가 사용기간 규정을 어긴 경우의 처벌을 완화하는 안을 내놨다.

이런 ‘전문가’들이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개악에 반대할 리 만무하다.

공익위원 중에는 '개혁파'로 여겨지는 교수도 몇 명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생활임금 캠페인을 지지하는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러나 그는 올해 초 정부의 기간제 연장 공격을 사실상 정당화 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고용노동부의 설문조사의 책임자이기도 했다.

박근혜는 시정연설에서 “노동개혁은 반드시 금년 내 마무리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노사정위가 ‘전문가’와 ‘공익’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장단을 맞춰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