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노동개혁 정면돌파’를 슬로건으로 걸고 당선한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최근 〈매일노동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려스러운 발언을 했다.

위원장은 일단 박근혜의 개악에 맞서 “2시간 또는 4시간짜리 시한부 파업이 아니[라] 정치총파업”을 하겠다고 했다. 그것이 전면 총파업을 뜻하는 것이라면 옳은 주장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파업을 하면 할수록 현장은 지치고 있다”며 부정적인 의사도 내비쳤다. “[상반기 총파업은] 조직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지가 앞섰(고,) 현장 조합원들은 아직도 정부의 노동개혁이 자신의 삶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 4·24, 7·15, 9·23 총파업이 준비 부족으로 위력적이지 못했고 조합원들에게 실망만 안겼다는 것이다.

위원장은 “정치총파업”을 위해 “입체적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조합원들의 인식(교육) 부족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선거에서 조합원들은 ‘준비된 파업론’을 주장한 후보가 아닌 ‘선제적 총파업’을 호소한 한상균 위원장을 선택했다. 이는 박근혜의 사악한 공격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9월 노사정 야합 이후 모든 언론은 온통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관해 떠들어댔다.

이런데도 현장 조합원들의 인식 부족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넘쳐 자발적 파업에 나설 정도로 높은 수준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상균 당선이 보여 준 것은 노조 지도부가 일관되게 투쟁을 소명하고 조직한다면, 조합원들이 이에 응답할 의사는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상반기 총파업이 어려움을 겪은 핵심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필자는 산별·대공장 노조 지도부의 소심함과 배신적 파업 파괴 행위가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배신적 행위를 단호하고 원칙 있게 처리하지 못한 총연맹 지도부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전교조와 금속노조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별노조 지도자들은 4·24 파업을 은근히 회피했다. 연금 개악 저지의 핵심이었던 공무원노조의 전 위원장 이충재는 배신적 합의까지 했고,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지부장 이경훈은 파업 파괴 행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총파업의 위력이 반감됐다. 이는 7·15 파업 조직에도 어려움을 주었다.

9·23 파업은 산별노조 지도자들이 보인 소심하고 기회주의적인 행위(민주노총 파업 소명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자신의 노조에 속한 산하 노조에 실질적인 파업 지침을 하달하지는 않는)로 인해 파업은 위력적이지 못했다. (9월 17일 당선된 김상구 위원장 역시 파업을 조직하지 않은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이런 파업 회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파업이 “할수록 지치는” 잘못된 파업은 아니었다. 4·24 파업에선 민주노총이 투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고, 9·23 파업은 한국노총 지도부의 야합을 널리 폭로하고 공분을 키우는 효과를 냈다.

지금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고시한 후 민생을 앞세워 노동개악을 강력히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노조 지도자들이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준비된 파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박근혜와 지배계급이 ‘신사적’으로 기다려 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투쟁하고 싶은 시기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상구 위원장을 비롯한 산별 지도부와 총연맹 지도부가 단호하게 총파업을 선언하고, 실질적인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입으로 ‘준비, 준비’만 외치지 말고 현장 조합원들을 직접 만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투쟁에 대한 믿음을 주어야 한다.

민주노총과 주요 산별노조 지도부는 11월 14일 민중 총궐기를 힘 있게 조직하고, 곧 있을 법 개악안 국회 환노위(법안심사소위) 상정에 대비해야 한다. 이 때 실질적인 총파업에 나설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