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노사정위 복귀를 결정하려고 열린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는 산하 연맹 간부들과 조합원들의 점거로 결정을 미뤄야 했다.

당시 이를 주도한 것은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이었다. 이 세 연맹은 8월 이후에도 한국노총 내부에서 지도부의 노사정위 복귀에 반대하고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하반기 국회에서 노동법을 개악하려고 노사정위 합의의 외피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한국노총 지도부를 압박했다. 그래서인지 김동만 위원장은 세 연맹 위원장들과의 회동 자체도 거부했다고 한다.(이에 관해서는 올 여름 임명된 청와대 정무수석 현기환이 김동만 위원장과 같은 금융노조·한국노총 고위 간부 출신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8월 22일 열린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도 이들 연맹 소속 조합원들은 “노사정위 복귀 반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여 꽤 호응을 받았다.

그럼에도 한국노총 지도부는 8월 2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격한 반대 속에 복귀를 공식 결정했다.

이들 세 연맹은 노사정위 야합 후에도 노사정위 합의 파기와 탈퇴를 계속 요구해 왔다. 10월 16일에도 공동성명을 내고 “노동개악 지옥에서 당장 빠져 나와” “정권과 맞서 싸우는 한국노총이 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한국노총의 노사정 합의 파기(와 사실상의 노사정위 탈퇴)를 촉구하는 단위노조 대표자 선언도 조직하고 있다. 10월 말까지 대표자 5백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세 연맹은 이 선언의 내용과 취지를 10월 28일과 29일 이틀간 〈매일노동뉴스〉에 광고를 냈고 한국노총 내 다른 연맹으로도 확산하려 한다.

고무적이게도 금속노련과 화학노련은 제조공투본 소속으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한국노총 내에서 상대적으로 투쟁적이고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금융노조가 최근 민감한 현안들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이 흐름에 합류하지 않는 것은 아쉽다.(금융노조는 지난해에도 유일하게 산별 하루 파업을 실행하고 올해도 2만여 명 규모의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

이런 움직임은 현재 비정규직법 개악에 관한 노사정위 후속 논의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노총 지도부에게도 압박이 되고 있다.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가 합의 목표 시한으로 한 11월 16일 전체회의까지 비정규직법 관련 노사정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그동안 한국노총 지도부나 노동계의 노사정위 참여론 지지자들은 노사정위에 ‘개입’하는 것이 그나마 최악의 안은 막을 수 있는 길이고, 잘 하면 정부의 노동 개악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현실의 검증을 이기지 못한다. 이미 한국노총은 9월 중순 노사정위 야합 직후에 발의된 새누리당의 “노동 개혁 5대 입법”을 두고 합의 정신을 저버린 것이라거나 노사정위가 불공정하게 운영된다고 여러 차례 불평했다. 11월 10일에는 노사정위가 사용자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브리핑하기도 했다.

이미 개악 법안 처리 절차가 국회에서 시작된 상황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8~9월처럼 ‘노사정위 합의가 늦어지면 정권 의지대로 강행하겠다’고 압박하면, 한국노총 지도부는 또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악만은 막자는 논리와 비정규직 개악마저 합의할 수는 없다는 압력 사이에서 말이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여권의 합의정신 위반과 노사정위의 불공정에 대해 불평만 하지 말고 노사정위에서 나와 개악 저지 투쟁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