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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적인 이중잣대

11월 15일 정보통신부는 이른바 ‘친북 사이트’ 31개에 대한 접속 차단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국정원과 경찰청이 위법 사이트 차단을 요청했고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도 불법 통신은 금지돼 있다. 법에 따라 위법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이트들을 ‘위법’ 사이트로 규정하는 기준은 모호하고 자의적이기 그지없다.
예컨대, 경찰청이 파악한 친북 사이트에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조선통신〉 등 국내 언론이 북한의 공식성명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자주 확인하는 사이트나 〈조선의 노래〉, 〈조선복권〉 등 북한 노래를 제공하는 사이트나 복권 사이트까지 포함돼 있다.
더군다나 “이번에 차단되는 사이트는 법원에서 불법 판정을 받은 곳이 아니라 정부가 자의적인 기준으로 불법성을 판단한 곳”(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이다.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차단 조치 자체가 불법의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남북 지배자들 사이의 교류는 허가하는 반면, 평범한 사람들의 교류와 표현의 자유는 한사코 통제하려는 시도는 위선적인 이중잣대다. 북한에 대한 태도 문제는 토론의 대상이지 정부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남한 정부의 친북 사이트 폐쇄 조치가 처음인 것은 아니다. 19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1997년부터 2000년까지 17건의 친북 사이트 폐쇄 조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한 번에 31곳의 사이트를 무더기로 차단한 경우는 이제껏 없었다. 친북 사이트 폐쇄 조치 자체도 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친북 사이트 폐쇄 조치는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개폐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우파에 밀려 거듭해 온 후퇴의 일환이다. 그것은 또 열린우리당이 말하는 ‘형법 보완’이나 ‘대체 입법’의 미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