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 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강화하는 공격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공무원, 금융부문(은행), 공공기관 등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부문이 민간보다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경향이 강하고 고용도 안정된 특징을 부각해 ‘철밥통’, ‘귀족’이라며 이데올로기적 공격도 하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 성과평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평가 대상자의 10퍼센트에게 반드시 “최하위등급”을 매겨 6개월간 호봉 승급을 제한하려 한다. 또 이들에 대한 “평가 결과를 인사관리 등에 반영할 수 있는 근거”로 삼는다. 사실상 ‘퇴출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교육부도 교원평가를 강화하고 성과급을 확대하는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15일 금융위원회는 국책은행부터 성과주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금융 개혁’의 핵심 과제라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은 11월 25일 거의 모든 부처 차관들과 공공기관장 1백30여 명을 불러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평가 강화

정부의 계획은 개인 성과 평가를 강화해 이를 임금에 연동시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를 고용에까지 연결시키려 한다. 일단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갖춰지면 저성과자 퇴출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그동안에도 정부와 기업들은 임금 중 성과급 비중을 높여 왔지만, 이참에 연공제의 근간을 바꾸려 한다.

이를 통해 근속 연수와 경력에 따라 호봉이 오르고 일정 정도 자동 승급이 되는 것을 막아 임금을 억제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성과연봉제는 노동자 대다수의 임금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낸다.

특히 기본급에 해당하는 기본연봉 인상 차등이 누적되면, 다음 해 성과 평가를 잘 받아도 한번 벌어진 임금 격차를 좀처럼 따라잡기가 어렵게 된다. 이는 퇴직금의 격차로도 연결된다.

이 때문에 성과주의 임금체계는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자들의 통제력을 대폭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아무리 평가 기준을 공정하게 만들어도 관리자들의 자의적이고 주관적 요소가 배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KT가 비밀리에 퇴출 대상을 정해 두고 이들을 고의로 저평가해 퇴출 대상으로 내몬 사실이 폭로된 것을 보면, 관리자들이 성과 평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공공부문에서 성과 평가 강화는 공공서비스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노동자들이 단기적인 성과와 수익 올리기에 내몰리면 공공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공공요금 인상 압력은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위기감과 불만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노총 금융노조 등은 한국노총 지도부를 압박했고, 한국노총 지도부는 ‘정부의 성과주의 공세 등이 중단되지 않으면 노사정위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선언을 해야만 했다.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노동조합 조직을 약화시킬 수 있다.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조합원들의 임금과 고용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개별 성과 평가로 임금과 고용이 결정되면 노동조합의 협상권은 약화될 것이다.

격차 해소? 하향평준화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고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임금 격차 등을 줄이겠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정규직 임금과 노동조건이 악화되면 비정규직의 조건을 개선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예컨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 중 하나는 바로 ‘호봉 인정’인데, 정규직에서 호봉제가 없어지면 비정규직이 이를 성취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사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책은 생색내기 수준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인건비 축소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늘린 주범이다. 게다가 성과주의 강화는 비정규직에게도 적용된다. 이미 경북·강원도 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 중에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케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따라서 지금 공공부문부터 시작되는 성과주의 임금체계 강화 공격에 노동운동은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잘 조직돼 있는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이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퇴출제에 굳건하게 맞서면서 ‘노동개혁’ 반대 투쟁에 앞장서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