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악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야합 작품으로 내놓은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이하 사회적 기구)와 국회 특위의 공식 일정이 곧 종료된다.

10월 30일 종료된 사회적 기구가 내놓은 공적연금 강화 대책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청년과 특수고용노동자, 영세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민연금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게 전부다. 핵심 쟁점이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은 정부·새누리당이 한사코 반대한데다 새정치연합도 별 의지를 보이지 않아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11월 25일 종료되는 국회 특위에선 사회적 기구가 내놓은 보잘 것 없는 합의안마저 무산될 듯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실상 자신들이 공적연금 강화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법안 통과 후 4개월이 지나서야 첫 전체회의가 열렸고, 분과 회의는 고작 열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위해 회의를 무려 91차례 연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공무원연금 개악 과정에서 보여 줬듯이, 새정치연합도 새누리당과 한통속이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국민연금 상향에 동의하는 의원은 소수”에 불과했으며, “(원내대표) 이종걸은 일찌감치 소득대체율 50퍼센트 명문화를 포기했다.”(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의 사회적기구 평가토론문) 그래 놓고는 이제 와서 특위가 빈손으로 끝나는 책임을 새누리당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악 야합 당시 노동자연대와 공무원노조·전교조 내 일부 좌파 활동가들은 사회적 기구가 공무원연금 삭감을 위한 미끼일 뿐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재정 절감을 명분으로 공무원연금을 삭감한 정부가 그보다 훨씬 많은 재정이 필요한 국민연금을 개선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이 개악되고 사회적 기구가 구성될 때에도 이 기구가 정부와 사용자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지적하며 이 기구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수단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 상황을 볼 때, 이 경고는 옳았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삭감과 국민연금 상향을 주고받기 할 수 있다거나(사회연대전략), 사회적 기구가 공적연금 강화를 이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지배자들은 양보했던 개혁 조처마저 도로 빼앗아 가려고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회적 기구에서 ‘OECD 1위인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과장됐다’거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지 않다’고 우기며 소득대체율 상향에 펄쩍 뛰었다. 기재부는 공무원연금 삭감분 20퍼센트를 사각지대 해소에 사용하기로 한 약속조차 뒤집으며 ‘예산 편성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히려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악 직후 33만여 명이 가입돼 있는 사학연금을 공무원연금의 부속물 정도로 취급하며 추가 개악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더디고 힘들더라도, 노동자들의 힘을 충분히 사용하는 대중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에서 보듯 사회적 기구에 대한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환상은 오히려 노동자들의 투쟁을 억누르는 효과를 냈다. 사회주의자들과 좌파들은 온갖 양보론에 맞서 노동자들의 이익을 일관되게 방어하며 투쟁을 건설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