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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가장 효과적인 탄압 무력화 방법은 가장 강력한 형태의 반격이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악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강경하게 몰아치고 있다. 민주노총의 저항에도 정부는 ‘노동개혁’ 5대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 2대 정부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12월 중 발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총궐기를 빌미로 한 탄압 강화를 노동개악 추진의 채찍으로 삼는 모양새다. 민주노총 본부와 산하조직 사무실 압수수색을 자행했고, 한상균 위원장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근혜는 국무회의에서 직접 민주노총 위원장을 거명하며 비난했고, 황당하게도 IS(이슬람국가)가 시위대에 스며들 수 있다며 두려움을 부추기려 애썼다.

폭탄을 오래 방치하면 심지가 눅눅해진다. ⓒ이미진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민주노총 지도자들의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압수수색에 대한 항의도 그러려니와, 무엇보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상정 시” 총파업을 하기로 했던 중집 결정을 별 해명도 없이 이행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20일 시작됐고, 23일 본격적으로 근로기준법 개악안(노동시간, 통상임금)부터 입법 심사가 시작됐는데도 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중집) 일각에서는 노동개악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꽤 있는 듯하다. 이것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기대와 불가분일 것이다.

물론 다양한 쟁점을 둘러싼 이견과 여야의 이해관계 다툼 속에 국회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오늘(11월 24일)만 하더라도 국회 현안과 본회의 일정을 둘러싼 여야 원내대표 협상이 누리예산 등에 대한 이견으로 조금 전 결렬됐다.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도 기간제법과 파견법 상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갈등으로 정회한 상태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 노동개악 저지라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일관되게 대변하리라고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공공연한 친자본주의 정당에, 더구나 심각한 경제 위기 시기에 이것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고 거의 무망한 일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해도 말이다.

최근에 새정치민주연합이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에 합의한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여기에는 의료민영화와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열어 주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포함됐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법에 ‘당론상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같은 당 소관상임위 의원들도 반대하는 법안을 지도부가 ‘빅딜 야합’한 것이다.

이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계급 사람들의 삶이 걸린 문제들을 얼마든지 여야 협상의 제물로 만들 수 있다. 새누리당이 강하게 예산안 연계 전술을 취하는 이유다. 그래서 12월 2일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 ‘노동개혁’ 5대법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합의하지 않으면 예산안을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고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압박하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새정연은 예산안의 정부 원안 통과를 방치하기 힘든 처지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대법안을 일괄 처리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고, 일방 처리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물론 만약 박근혜 정부가 일방 처리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둔다면 그것은 큰 실수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탄압을 휘두를 때도 그와 동시에 새정연과 한국노총 지도부, 다양한 개혁주의자를 끌어들여 합의 모양새를 만드는 것에도 신경을 써 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공무원연금 삭감 때를 상기해 보라.)

공공연한 친자본주의 정당

이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상이한 ‘노동개혁’ 법안들에 상이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산재보험법은 동의할 수 있고, 근로기준법 개악안(근로시간과 통상임금)은 논의할 수 있고,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상정(논의)할 수 없다는 식이다. 이런 입장은 새누리당의 일괄(패키지) 타결 입장에 반대해 개별 처리 협상을 열어 두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노동운동 진영 안에 분열과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11월 14일 총궐기를 준비하면서, 총궐기를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총파업을 하겠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중집이 총파업 시기로 정한 “법안심사소위 상정”이 총궐기 직후 닥쳤지만, 파업 돌입을 단행하지 않았다.

일부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너무 빨리 파업에 들어가면 초반에 동력을 소진하게 된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법안 심사가 시작되고, 정부지침 발표 시기가 예고되고, 민주노총이 압수수색을 당하고, 현장에선 관련된 공격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총파업에 돌입하기에 너무 이른 때는 결코 아니다.

게다가 경고성 하루파업이 아니라, 결국 잠정적일지라도 ‘노동개혁’ 추진을 저지하는 실질적 효과를 내는 파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다면, 어떤 시기에 하는 파업은 소모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도 없을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총파업에 가장 좋은 때를 찾으려는 것일지라도 계속해서 투쟁을 미루면, 국회 일정에 더 목을 매고 새정치민주연합에 기대게 되는 한편, 조합원들을 수동화시키면서 김을 빼게 만들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폭탄을 오래 방치해 심지가 눅눅해지면 불이 잘 붙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