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임원 선거가 한창이다(12월 3~9일 투표). 이번 선거는 경기 노동전선 주도 하에 일부 좌파가 참가한 기호 1번 이상언-라일하 후보 조와 전국회의 경향의 기호 2번 김원근-박덕제 후보 조의 양파전이다.

노동자연대 경기지회는 전투적인 지도부가 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상언 선본에 참가했다가 후보 등록 직전에 이 선본에서 철수했다. 라일하 사무처장 후보를 좌파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상언 선본을 지지했던 것은 이상언 후보가 여러 쟁점들에서 꾸준히 좌파적 목소리를 내고 실천해 왔다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투쟁적인 지도부 당선은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활력을 고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이상언 후보에 대한 기본적 신뢰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2년 동안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를 함께 이끌어갈 사무처장 후보가 누구인가 하는 점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좌파 선본의 사무처장 후보는 노동운동을 더 투쟁적으로 이끈다는 방향에 대해 기본 공감대가 있어야 하고, 노동자 운동을 배신한 전력이 없어야 한다. 이전 활동에서 투쟁 회피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그에 대한 공개적 반성과 돌아보기가 있어야 한다. 아쉽게도 라일하 후보는 이 기준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라일하 후보는 불과 얼마 전까지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이었다. 그는 2014년 2월에 안철수 신당에 창당 발기인으로 참가했고, 이후 안철수 신당과 통합해 탄생한 새정치연합의 당원이 됐다.

무원칙한 타협

새정치연합은 주되게 (비주류일지라도) 자본가에 기반을 둔 부르주아 정당이다. 그래서 대자본가 정당인 새누리당과 때때로 갈등을 빚지만, 주로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오락가락, 불철저함, 배신을 일삼고 있다. 안철수 신당, 새정치연합의 당원(이었던) 라일하 후보는 당연히 노동운동의 좌파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노동자 운동에 등을 돌렸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원칙 있는 좌파라면, 새정치연합 당원이 (조합원 수준을 넘어) 민주노총 지도부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용인해선 안 된다.

라일하 후보는 올해 공무원연금 투쟁을 배신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을 탈퇴한 이충재 전 집행부의 핵심 간부 중 한 명(정책실장)이기도 했다. 그는 공무원연금 투쟁에서 적어도 4월까지는 이충재가 추진한 ‘양보 교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사실상 묵인·동조했다. 물론 이충재의 배신적 야합과 민주노총 탈퇴까지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는 정규직·고임금·고연금 노동자들의 양보에 기초한 ‘사회연대전략’을 지지하는 견해를 반영한다. 그는 이런 전략을 주장하고 실천하는 “사회연대네트워크” 소속 회원이자, 공무원노조의 가장 오른쪽 세력인 ‘혁신모임’ 회원이기도 하다.

노동조합 지도부 세우기

유감스럽게도 경기 노동전선과 일부 좌파 활동가들은 선거 출마와 노동조합 집행권 장악이라는 실용적 목적을 우선해 무원칙한 타협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정당화하려고 라일하 후보를 ‘실무 관리형’의 무난한 활동가로 포장하고, 새정치연합 당적을 서둘러 정리하면 된다고 봤다. 앞으로 벌어질 정치적 방향에 대한 이견은 ‘조율’만 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얼마 전까지 이충재의 배신에 맞서 투쟁해 온 공무원노조 일부 활동가들마저 안타깝게도 라일하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것은 일부 좌파의 ‘노동조합 지도부 세우기’ 전략이 때로 얼마나 무원칙적이고 투사들의 바람을 저버릴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비록 사무처장 입후보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좌파라면 이런 타협은 하지 말아야 했다.

노동자연대의 노동조합 선거 전술은 현장 조합원의 자주적 활동을 고양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런데 정치적 궤적과 실천이 전혀 투쟁적이지도 않았던, 심지어 노동조합 활동가가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어가 부르주아 야당에 투항한 사람이 어떻게 현장 조합원들의 투지를 끌어올릴 수 있겠는가.

노조 지도부에 당선하지 못하더라도 현장 조합원과 투사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미래의 투쟁을 차근차근 건설해 나가는 것이 원칙 있는 좌파의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