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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고 있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11월 24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국산 로켓인 H2A를 이용해 최초로 상업위성을 발사하여 궤도에 올려놓았다. 총리인 아베 신조는 논평으로 “이번 (로켓 발사의) 성공으로, 또 다른 새로운 수주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일본의 우주개발에 대한 국제적인 기대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우주 기술의 개발, 우주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확실히 대처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언뜻 보면 평범한 논평으로 보이지만, 현재 일본의 정치적 상황을 보면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말이다. 이번 H2A 발사는 지난 7월 아베와 집권 자민당이 일본 의회에서 집단적자위권을 용인하는 안보법안을 통과시킨 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발사이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상업적 목적의 우주 개발과 군사적 목적의 우주 기술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로켓 기술은 탄도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군사적 목적의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아주 유용하게 활용된다.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1920년대부터 활성화 된 독일의 민간 로켓 개발기술을 이용해 V2라는 탄도미사일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전후 미국은 V2의 기술을 가져가 유인우주선 사업과 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을 추진했으며, 소련도 V2의 기술로 위성용 로켓이자 ICBM인 R-7를 개발했었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독자적인 로켓 개발을 시작하여, 현재는 미국·프랑스·러시아 등의 전통적인 제국주의 강국들과 맞먹는 고도의 로켓 개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액체연료 로켓인 H2A와 고체연료 로켓인 ‘엡실론’ 등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이 마음만 먹을 경우, 이러한 로켓들을 얼마든지 모두 군사적 목적의 미사일로 전용해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본은 오래전부터 우주 기술을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했다. 원래 일본은 1969년 제정된 ‘우주의 평화적인 이용에 대한 국회결의’에 따라 모든 우주개발 관련 기술을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하지만 방위청은 이를 무시하고 1993년부터 군사용 정찰위성의 도입을 추진했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자, 집권 자민당은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본격적으로 우주 기술을 군사적인 목적으로 전용하기 시작했다. 2003년 일본은 ‘정보수집위성’이라는 눈속임으로 한반도의 정찰을 목적으로 한 첫 정찰위성인 'IGS-1'를 발사했다.

2008년 집권 자민당은 ‘우주기본법’을 제정해, 일본의 우주 기술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은 평화헌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민당과 법안을 공동으로 제출했다. 이후 2009년 일본은 본격적인 군사용 정찰위성인 ‘IGS-3’을 쏘아 올렸다. 현재 일본은 5기의 군사용 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있으며, 지상 30cm의 물체를 분별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집권 자민당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법’을 개정하면서, JAXA의 목적을 “우주의 평화적 이용”의 기여에 한정한 규정을 삭제하고 “국가의 안전보장”을 추가로 넣었다. 이후 JAXA는 미츠비시 중공업 같은 대규모 방산기업과 합작해 로켓과 미사일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은 현재 일본이 얼마든지 군사적 목적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양산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실제로 ‘엡실론’은 조금만 개량을 하면 얼마든지 장거리 ICBM으로 개조가 가능하다.

그나마 현재 일본은 ‘원자력기본법’에 따라 ICBM을 비롯한 핵무기의 개발이나 제조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격화되는 동아시아의 제국주의적 갈등 속에서, 일본과 동맹관계인 미국이 협조하기만 하면 일본의 우파들은 ‘원자력기본법’도 얼마든지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도 있다. 이미 2012년 집권 민주당은 자민당의 전면적인 협조를 얻어 이 법에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항목을 삽입했다.

이런 상황이니, 이제는 일본이 ‘우주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서 핵무장을 추진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무섭게 성장 중인 일본의 방위산업

한편 2차 대전 전범기업인 미츠비시 중공업은 일본 최대의 대기업 중 하나면서 일본 최대의 방산기업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미츠비시 중공업의 방산매출액은 세계 방산기업 중 20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한국의 여느 대기업 방산기업보다도 월등히 높은 순위이다. 그 외에도 일본은 세계 100대 방산기업 순위에 6개의 방산기업(미츠비시 중공업, 미츠비시 전기, 가와사키 중공업, NEC, IHI, DSN)을 올려놓고 있다.

현재 일본의 방위예산과 방위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방위백서에 따르면, 2014년도 일본의 방위예산은 4조 7천억엔 이었으며, 2015년도에는 4조 9천억 엔으로 전후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세계 5위 규모이다. 올해 일본 방위성은 약 5조 엔이 넘는 방위예산을 국회에 요구했다. 방위연구비 또한 4년 연속 증가해 2014년에는 1천5백 억 엔을 기록했다. 역대 일본의 방위예산은 전체 GDP에서 1퍼센트 이하를 점유해 왔는데, 이대로라면 최초로 1퍼센트 선을 돌파할 것이다.

일본의 방위산업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2010년 일본의 방위산업 규모는 약 1조 8천억 엔이었으며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 집권 자민당이 모든 무기의 수출입을 금지한 ‘무기수출 3원칙’을 사실상 폐기하고 방위산업의 전면적인 개방을 결정한 한편, 무기 개발과 수출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방위장비청까지 설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일본의 경총인 경단련(경제단체연합회)이 2004년부터 집중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지배자들은 훨씬 이전부터 독자적으로 무기 개발과 방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전범국가로서 무기 수출과 수입이 전면적으로 금지된 대신, 반세기 이상 자체적인 무기와 방산기술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형식적으로 민간 기업들의 방위산업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자위대용 무기로 최대한 국산을 사용하여 이들 기업들의 이윤을 철저하게 보장해 주었다.

비록 수많은 시행착오와 비효율이 발생하기는 했어도, 이를 통해 일본은 매우 높은 수준의 방산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이지스함을 독자적으로 건조했으며, 레이더·소해(기뢰를 제거하는 기술)·잠수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F-15나 F-2 같은 최신예 전투기 등 “미국의 방산제품을 대부분 자국에서 생산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산업연구원, 〈일본의 우경화 경향과 방위산업의 발전 전망〉)”이다.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일본의) 군사기술이나 군수생산능력은 질적·양적인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장문석)이며, “일본의 방위산업능력은 풍부한 연구 인력과 연구개발비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정진태)

일본은 증액한 방위예산으로 2017년까지 최신형 스텔스기 F-35·최신형 공중급유기 KC-46·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오스프리 수송기를 추가로 배치하고, E-2 초계기·최신형 이지스함 아타고급·대형 헬기항모 이즈모급·대잠초계기 씨호크 등을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다. 이러한 무기 도입 중 상당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의 일본 도입을 추진하는 것과 동일하게 동아시아의 패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7월 달 아베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전면적으로 용인하는 ‘안보법안’을 의회에서 강행 통과시켰으므로, 이러한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더더욱 본격화될 것이다.

저항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갈수록 동아시아의 정치적 긴장만 고조시키고 있다. 가증스럽게도 아베는 안보법안 통과 직후 안보법안을 “시민의 평화를 위한 법”이라고 지껄였는데, 과연 상식적인 생각이 있는 자인지조차 의심된다.

아베 정부의 안보법안 강행처리와 군사대국화에 반대하는 저항은 한 풀 꺾였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대학생 단체인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SEALDs)’이 도쿄의 중심지인 시부야에서 수천 명이 모인 집회를 주최했다. 학생들과 청년들의 참가가 두드러진 집회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노동계급의 조직적인 행동은 없는 상태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전투적인 노동운동이 완전히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고 있는 주요 운동세력들은 ‘국회에서 안보법안을 폐기하자’는 의회주의 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상태이다.

그러나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이 시민들의 평화를 위협하는 안보법안을 진정으로 폐기하기 위해서는, 제국주의와 반자본주의를 내건 조직적인 노동계급의 저항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