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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살고싶다는 건설노동자들의 절규는 무죄다
저임금·장시간 노동 항의하다 징역형 구형받은 건설노동자의 재판 방청기

지난 11월 26일, 전국건설노조 북부건설기계지부 조합원 박재순 동지의 재판이 열렸다. 2014년 7월에 포천시가 발주한 포천 산업단지 공사 현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불법적 덤핑 탓에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악화됐고, 박재순 동지는 이에 항의해 포천시청 건물 난간에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1심에서 재판부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박재순 동지는 이 부당한 판결에 항소했고, 검사는 애초 구형 그대로 실형 6개월을 요구하며 항소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사측의 불법행위로 노동자들이 저단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건설기계노동자들은 공사 발주처인 포천시청을 찾아가 사측의 불법행위를 관리감독하라고 요구하며 집회와 농성을 사흘 넘게 진행했다. 그러나 포천시청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사측 입장을 두둔하며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폭염에 지쳐가는 노동자들은 절박한 요구를 어떻게든 전달해야 했다. 박재순 동지가 포천시청의 위험한 난간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포천시청은 사태를 해결하라”고 목놓아 외친 것은 이런 포천시청의 무책임한 행태 때문이다. 검찰은 박재순 동지가 아니라 불법 노동행위를 눈감아주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포천시청을 법정에 세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재순 동지가 최후진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건설사들의 만연한 비자금 조성과 부실공사, 부당노동행위는 눈감아주고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는 검찰이 시청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절규를 문제 삼아 징역형을 구형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포천시청이 관내 불법이 자행되는데도 외면하고 건설 기업들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주는 포천시청의 직무유기를 고발하려”고 한 박재순 동지의 행동은 완전히 정당하다.

박재순 동지는 최후진술에서 2009년 쌍용차해고자노동자복직범국민대회에 참여해 기소됐던 것을 문제 삼는 검찰의 주장에도 속 시원히 비판했다.

지난 5년간 건설업에서 임금 체불이 두 배나 늘었다. 2014년에는 건설 일용 노동자 7만여 명이 3천억 원의 임금 체불로 고통받았다.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도 1조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금 체불은 3년 이하 징역, 2천만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처벌은커녕 실질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건설 기업들은 비호하고 노동자들의 저항은 탄압하는 박근혜 정부의 이중잣대가 이번 재판에서도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노동자들의 힘이기에 정부는 강력한 탄압으로 노동자들의 힘을 억누르려 한다. 저들이 두려움에 굴복하도록 노동자들이 더 강력하고 실질적인 저항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이번 재판을 통해 박재순 동지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재순 동지는 지난 1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투쟁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보다 빨리 재판을 끝내려고 실용적 태도를 취했다.

박재순 동지는 이번 재판이 끝난 후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1심 재판 이후 계속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 재판에서 당당하게 나 자신의 행동이 정당함을 주장하니 자신감이 생기고 후련했다.” 다음은 박재순 동지의 최후진술문이다.

박재순 동지 최후진술

“건설사 비호하며 노동자들의 절규에 징역형 구형하는 검찰 부당하다”

검찰은 2014년 7월 23일 포천시청 정문 앞 집회에서 제가 포천시청 안으로 들어가 국기게양대 에서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건조물 침입죄 등으로 저를 기소했습니다.

2014년 7월 23일 포천시에서 발주한 포천 용정산업단지 작업 현장에서 저단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건설기계노동자들과 사측의 불법행위 등을 관리감독 해달라고 요구하는 건설노조 서울북부기계지부가 포천시청 앞 집회를 했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나흘간 하루 종일 집회를 했지만 포천시장과 관계자들은 우리 건설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는 외면하고 사측의 입장만 두둔하며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발 우리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으라는 심정으로 시청 국기계양대에 올라가서 ‘하루빨리 우리의 요구를 해결하라’고 외쳤습니다. 건설사들의 만연한 비자금 조성과 부실공사 부당노동행위를 눈감아주고,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는 검찰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노동자들의 절규를 문제 삼아 징역형을 구형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검찰은 2012년에 쌍용차해고자복직범국민대회 집회에 참가했다가 벌금형을 받은 사건도 문제삼았습니다. 당시 쌍용차 정리해고 후 노동자 23명이 사망했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죽도록 일해도 하루아침에 짤리고, 죽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에 같은 노동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벌금을 맞았는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사는 것입니다. 검사는 우리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불법도 자행한다고 했는데, 일한 만큼 보상해 주고 정부가 노동자를 보호한다면, 제가 왜 길거리에서, 시청에서 외쳤겠습니까?

검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제가 공안사범들과 유사하다고 했는데, 나는 노동자로서 헌법에 보장된 묵비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이것이 정당한 권리 행사임을 법을 잘 아는 검사님이 알 텐데 편향되게 해석한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저는 포천시청 관계자들의 직무유기를 고발하려고 한 것입니다. 관내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외면한 포청시청이 잘못이지 저는 잘못이 없습니다. 저는 무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