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오는 12월 15~16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2006년 이래 처음 인상이다. 이런 상황은 2007~08년의 세계경제 위기가 얼마나 길었고 심각했는지를 잘 보여 준다.

미국 경제는 노동시장이나 인플레 등에서 약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와 나아가 세계경제가 금리 인상이 초래할 후폭풍을 견딜 수 있을지 는 논쟁거리다.

먼저 미국 경제를 살펴보자. 실업률은 경제 위기가 절정일 때의 10퍼센트대에서 5퍼센트대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일 뿐이다. 인플레도 연준의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소비자물가지수는 제로에 가깝고, 근원물가지수(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지수)도 1.9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 경제의 실질GDP 성장률도 2.2퍼센트 수준으로 역사적 평균치인 3.3퍼센트를 밑돌고 있다. 달리 말해, 미국 경제는 영속적이고 장기적인 저성장을 겪고 있다.

금리 인상을 앞두고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케인스주의자들은 양적완화 정책과 더불어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양적완화 유지나 적자 재정을 통한 정부 지출 확대가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자본 투자를 늘려 결국 경제가 성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 같지는 않다. 케인스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정부 지출이 확대된다고 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주된 요인은 투자인데, 이것은 이윤율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1~2를 보면, 미국과 전 세계의 자본 이윤율이 정체돼 있어 경제가 회복다운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1월 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은 “2018년까지 G20 회원국 전체 성장률을 추가로 2퍼센트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세계경제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하락해 왔고, 그 때문에 세계경제와 주요국 경제의 성장률 예상치도 낮아지고 있다. OECD의 수석경제학자 캐서린 만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한 국제무역이 계속 정체해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2014년 말부터는 더 추락하고 있다.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견실한 무역은 세계경제 성장과 동반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2015년 3분기부터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2015년 2분기 기업 투자가 지난 2년의 평균치인 4.1퍼센트보다 더 낮은 2.1퍼센트를 기록했고, 신규 공장에 대한 투자는 전분기 대비 4퍼센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유로존 경제도 디플레 위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이 추가로 양적완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 경제도 경착륙 위기감 때문에 6~8월에 주식시장 쇼크가 나타났다. 중국 경제의 둔화는 중국과 무역을 많이 하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신흥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일본 경제도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아베 정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기업 투자가 매우 위축돼 있다는 점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 또 다른 불황을 초래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촉매

그동안 전 세계 주요 국가들(미국, 유로존, 중국, 일본 등)이 양적완화를 통해 값싼 통화를 제공해 왔다. 그 결과 전 세계 주식·채권 시장은 호황이었다. 또 다른 결과는 아시아, 남미, 유럽의 기업들이 낮은 금리의 자금을 활용해 자산을 매입하거나 건설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중국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고, 신흥국 기업들은 부채가 그 국가의 GDP에 버금갈 정도로 높아졌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달러 표시 채권은 10조 달러에 달하고, 그중 신흥국 경제로 유입된 자금은 3조 달러가 넘는다. 이는 2009년에 견줘 갑절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고, 가계부채도 사상 최대치로 증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값싼 돈으로 위기를 가리는 일을 더는 지속하기 힘들어 보인다. 전 세계 경기 회복의 기반이 됐던 원자재 호황이 붕괴하면서 그 연쇄적 파장이 전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러시아·베네수엘라 같은 산유국과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나라들의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흥국 경제 상황은 더 열악하다. 수출 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익성은 낮아지고, 금리 인상 기대로 말미암은 달러화 인출로 신흥국 통화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 표시 부채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채 부담은 더 증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 때문에 국제결제은행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신흥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3년 벤 버냉키 연준 전 의장이 긴축을 예고하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긴축 발작’ 때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이 닥칠 것이다.” 더욱이 유럽과 일본은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가치를 더 높여 국제 금융질서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릴 수 있다.

물론 국가가 개입할 수 있으므로 경제가 계속 추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성장의 늪에 빠진 유로존과 일본,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중국, 석유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침체에 빠진 산유국과 자원 수출국, 교역 둔화로 말미암은 수출국들의 위기, 금리 인상으로 말미암은 신흥국 위기 등은 또 다른 불황을 예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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