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11월 20일)에서 노무현과 부시는 “북핵 문제를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의 재선 때문에 한반도에서 위기가 고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적잖은 사람들에게 이번 정상회담이 뭔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부시가 2002년 2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고 “평화의 길을 완성하자”(도라산역 연설)고 말했다. 그 바로 한 달 전에 부시는 북한과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선포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이라크 점령의 협력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부시는 노무현에게 이라크 파병에서 보여 준 “강력한 지도력”에 감사했고, 노무현은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노무현은 사실상 “파병 부대의 주둔 기간을 연장할 것임을 시사했다.”(〈프레시안〉 11월 21일치) 

지난해부터 노무현은 파병 이유 중 하나로 ‘한반도 평화’를 들었다. 즉, 파병과 ‘한반도 평화’를 맞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병은 한반도와 다른 지역에 대한 개입력을 높이려는 미국의 패권 정책에 힘을 실어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게다가 ‘테러와의 전쟁’은 동북아에서 군사적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가 되지 않으려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 노무현은 이라크에 제3위 규모의 점령군을 보내면서 동시에 군사비를 증강하고 있다.

고이즈미는 부시의 전쟁을 지지하면서 일종의 임시 군대인 “자위대”를 실질적 정규군인 “자위군”으로 변경하려 한다.

여전히 군사 강국인 러시아,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일본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동북아가 더욱 끔찍한 경쟁으로 내몰릴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과 한반도 위기 고조를 좌절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미국 제국주의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지금 그것은 바로 이라크다.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져 있는 한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반대와 철수를 위한 운동이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