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중장비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대규모 인력 감축을 강행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에만 ‘희망퇴직’을 4차례나 실시했다. 이 속에서 사무직·생산직 노동자 1천여 명이 공장을 떠났다. 12월에는 20대 초반의 입사 1∼2년차 신입사원들에게까지 퇴직을 종용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세계경제 위기로 건설 경기가 침체하고, 무리한 투자로 발생한 차입금과 이자 비용이 증가해 경영상의 어려움이 생기자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다.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은 사회적 비난을 의식해 “신입사원은 [퇴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지만, 입사 3~4년차인 20대 젊은 노동자들도 여전히 대상에 포함돼 있다.

특히 사측은 ‘찍퇴’(사측이 찍어서 희망퇴직 강요하기) 대상 노동자들 중 퇴직을 거부한 40여 명을 내쫓으려고 협박과 인권 유린도 서슴지 않고 있다.

사측은 퇴직 거부자들에게 “지금 나가면 위로금 등을 받을 수 있지만, 거부하면 정리해고 되고 위로금도 한 푼 못 받는다” 하며 협박했다. 이들을 대기 발령 시키고, 심지어 수천 만 원을 써 가며 컨설팅 업체를 시켜 감시하고 괴롭히고 있다. 현재 사측은 12월 23일에 해고 대상자를 발표하고 한 달 뒤에 해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측의 ‘찍퇴’를 거부하고 싸우고 있는 입사 4년차 20대 후반의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10월에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려고 [동대문 상권 활성화 명목으로] 2백억 원을 쾌척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전 두산인프라코어 김용성 사장의 연봉이 10억 원이었답니다. 그런데도 묵묵히 일해 온 우리들에게는 위로금 받고 나가라고 합니다. 우리들은 그동안 물량이 없다고 계속 연월차 쓰고, 임금도 거의 동결되고, 성과급은 국물도 없었던 시절을 버틴 죄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

“대기 발령 상태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끔찍합니다. 화장실은 오전·오후 한 번씩만 가라 하고, 핸드폰은 걷어서 사용 못하게 합니다. 또, 하루에 회고록을 A4용지 5장 분량으로 쓰라고 시킵니다. 그러고는 글씨가 크다는 이유로, 화장실에 자주 간다는 이유로 경고장을 발부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협박하더라고요” 하며 울분을 토했다.

모범기업?

고용노동부는 올해 6월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신규채용을 늘린 모범기업으로 두산인프라코어를 선정한 바 있다. 임금피크제를 일찌감치 도입해 전년에 비해 채용 규모를 두 배 이상(3백58명) 늘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신규로 채용된 생산직 2백 명은 1년 미만의 단기 계약직이었고, 그마저도 최근에는 임금피크제 대상인 정년을 앞둔 노동자뿐 아니라 20대의 신규 노동자들까지 퇴직을 강요하며 거리로 내쫓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저성과자 퇴출,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의 미래를 얼핏 보여 준다.

“사측은 우리[퇴직 거부자]가 근태 불량자이자 직급제 도입 이후 평가가 안 좋은 자들이라고 말합니다. 객관적 근거를 대라고 해도 보여 줄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기발령자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사실 생산직에서 저성과자를 뽑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같은 라인의 노동자들이 협업해서 굴삭기 하나를 만드는데, 내가 저성과자면 나와 같이 일한 모두가 저성과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산직 대기발령자 중 절반 이상이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지회 전·현직 간부들입니다. 그동안 눈엣가시 같던 금속노조 소속 지회를 찍어 내려 한다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처음에 희망퇴직을 권고받을 때도 전사노조(친 사측 경향의 기업노조)로 옮기면 빼 준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현재 사무직 노동자 26명과 생산직 노동자 21명이 ‘찍퇴’를 거부하며 싸우고 있다. 또, 경영 위기 속에서 본격적으로 산업 재편과 인력 감축에 나선 두산그룹에 맞서기 위해 두산그룹 계열사 노조들의 공동대응도 논의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지지와 연대도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