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은 2014년 후보 시절 “교권, 비정규직 노동권 보호, 모범적 노사관계 수립을 한다는 것이 저의 우선 공약 사항이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감이 된 지 1년 반 만에 서울지역의 교사,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 노동자, 서울교육청 소속 일반직 공무원들에게 “반노동적”이라고 비판 받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서울학비연대, 공무원노조 서울교육청지부는 12월 17일 교육청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12월 21일엔 전교조 서울지부, 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공무원노조 서울교육청지부,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가 공동 주최해 조희연 교육감의 노동정책을 평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재판

조희연 교육감은 2014년 11월부터 전교조 서울지부와 교섭을 벌여 올해 6월 초 2백48개 조항의 모든 문안을 합의했지만, 6개월 넘게 단협 체결을 거부하고 있다. 단협의 핵심적인 내용은 학교의 민주적 운영, 학교 업무 정상화, 교원의 처우 개선과 관련된 것들이다. 조희연 교육감도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내용이 학교 현장의 정상적 교육 실천을 위하여 필수적인 것들”이라고 수차례 평했다.

그런데도 서울교육청은 단협 체결을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2심 판결 이후로 미루자고 한다. “학교 현장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전교조가 법외노조 상태가 지속되면 “단협 체결권이 실질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며 11월 16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전교조는 합법 노조가 됐다.

토론자로 나온 민변 노동위 장종오 변호사는 2012년 공무원노조의 단협을 인정한 법원의 판례를 들며 노동조합에 대해 법외노조 통보를 하더라도 단협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충남과 제주교육청은 지난 6월 법외노조였던 전교조와 단협을 체결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전교조와 단협을 체결하는 것이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하는 듯하다. 진보적 정책을 집행하면 보수 세력이 반발하고 그리 되면 재판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자신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라’로 나오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3심이 조 교육감의 발목을 잡고 있고 진보교육감으로서 담대하고 소신 있는 정책 추진은 보이지 않는다. 재판 결과라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재판에서 진보 교육감이 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노동자들과 교육운동단체 활동가들은 모두 조희연 교육감 방어 운동에 열의 있게 참가해 왔다. 그런데 조희연 교육감의 동요와 후퇴 때문에 노동자들은 조 교육감을 방어하면서도 동시에 비판·압박해야 했다. ‘조희연 교육감에 대해 한편에선 단협 해태를 비판하며, 한편에서는 방어를 해야 했다’, ‘조 교육감 방어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도 조합원이 부당노동행위로 해고돼 조 교육감을 고발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이렇게 진보가 진보답지 못할 때 보수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희연 교육감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하거나 동요와 후퇴를 거듭한다면 우파들의 기만 살려줄 뿐이다. 반대로 교육 개혁을 열망하며 진보 교육감을 원했던 대중은 실망하고 환멸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장은 “12월 3일 서울시 의회에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무일수를 3백일로 상향할 수 있는 예산안이 통과됐다. 바로 그날이 연행됐던 날이다. 연행을 각오하고 투쟁을 한 덕분이다”하고 말했다.

부분적인 개혁을 성취하기 위해서도 노동자들은 투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진보 교육감으로부터 독립성을 견지하면서 대중적 투쟁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비·공무원 노동자들이 서울교육청에 요구하는 것들

이날 토론회에는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참가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보조’를 ‘실무사’로,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를 ‘교육공무직원’으로 그 명칭을 바꿨다. 올해부터 급식비 월 4만 원, 영양사 직무관련수당 월 5만 원, 초등 사서실무사 자격수당 월 2만 원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명절휴가비와 맞춤형복지비를 약간 인상했다.

그러나 전 직종의 학교비정규직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해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호봉제를 도입하고 정규직과 차별적 수당제도를 개선하겠다던 공약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부분적 개선도 모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며 투쟁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은 불안정하고 처우는 나쁘다.

학교비정규직 인원은 증가하고 있지만 무기계약 전환 비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조희연 교육감은 후보 시절 스포츠강사들을 만난 자리에선 “노동권 보장과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반년 후 서울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스포츠 강사 82명(서울지역 스포츠 강사 중 24퍼센트)을 해고했다.

서울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급식비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정규직 13만 원, 다른 시도교육청 학교비정규직 평균 8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월 4만 원이다. 또 서울교육청은 급식비를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시키라는 지침을 내려 통상임금이 기준이 되는 퇴직금 산정에서도 불이익을 주고 있다.

최근 서울교육청은 ‘학교 업무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사가 수업에 전념하도록 교무 행정 업무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서울교육청은 정규직 교원의 업무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늘리거나 이미 고용돼 있는 비정규직에게 업무를 떠넘겨 왔다. 서울교육청이 얼마 전 발표한 학교 업무 정상화 종합 계획(안)에서도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처우 개선 관련 민원 소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전교조 서울지부는 학교 업무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12월 3일 조희연 교육감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경찰력을 동원해 교육청 안에서 농성 중이던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대표자들을 연행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내년부터 학교 업무 재구조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학교 내 업무 분장을 하고 그 과정에서 학교비정규직 직종을 통합할 계획이다. 이미 경기지역에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종 통합이 추진됐고 노동유연화와 노동강도가 세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다.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학교비정규직 직종 50여 개를 20여 개로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직종 통합은 노동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것인데 직무급제나 인력 구조조정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따라서 서울교육청의 학교 업무 재구조화 과정에서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후퇴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한편, 조희연 교육감은 2016년 1월부터로 공무원에 대해 “부적응 행위 사실기록 누적관리”를 추진하려고 한다. 이 제도는 문용린 교육감 시절부터 추진돼 왔다. 당시에는 면직까지 포함했던 것을 조희연 교육감이 검토해 면직은 삭제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서울교육청지부는 ‘사실기록 누적관리’는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퇴출제나 다름없는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제도에 의하면 하위직 공무원이 상급자의 직무명령에 대해 상습적으로 불복하거나 ‘부적절한 행위’를 하게 되면 경위서를 받고 사실 확인 후 자체 경고를 하고 6개월 단위로 근무성적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서울교육청이 제시한 ‘부적응 행위’는 직무명령에 상습적으로 불복, 낮은 업무 성과, 근무태도 불량, 불성실한 태도 등이다. 이 제도가 하위직 공무원들에 대한 면직과 해고 사유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오세훈 시절 서울시와 최근 수원시청에서 이와 비슷한 제도가 시행돼 공무원 4명이 자살했다. 상급자의 자의적 판단으로 하위직 공무원과 노동조합을 통제하기 위한 시도다.

공무원노조 서울교육청 지부장은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악 이후 공무원에 대한 퇴출제 시도, 성과급제 확대 등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진보교육감이 있는 서울교육청에서 퇴출제나 다름없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민변 노동위 장종오 변호사도 ‘사실기록 누적관리’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저성과자 퇴출과 일반해고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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