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책임 회피 때문에 당장 이달 20일부터 보육 대란이 벌어지게 생겼다. 정부가 어린이집 무상보육 재정 부담을(2조 1천억 원) 시도교육청에 떠넘겼지만, 교육청은 그만한 돈도 없을 뿐더러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를 반대하며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시·도 의회에서는 유치원 예산만 통과시키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부결시켰다. 그 결과 어린이집·유치원 모두 보육 ‘대란’을 겪을 판이다.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지원이 끊기면 부모들은 매달 수십만 원씩 보육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

또 공수표? 박근혜 정부는 무상보육을 비롯한 복지 공약을 내놓고는 책임 회피로 일관한다. 그러는 동안 부모들은 보육 대란이 현실이 될까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 ⓒ조승진

정부는 교육감들이 “법적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법적 의무’는 지난해 5월 국회도 거치지 않고 정부 자신이 뜯어고친 지방재정법시행령에 의한 것일 뿐이다. 정작 상위 법률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복지 시설로 분류돼 중앙 정부(보건복지부)가 책임지도록 돼 있다.

몇 해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요구해 온 무상보육 정책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시행됐다. 전 서울시장 오세훈이 무상급식 반대 몽니를 부리다 물러난 사건은 새누리당조차 복지 확대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부담은 자본가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져야 했다. 박근혜가 무상보육을 비롯해 엄청나게 많은 복지 공약을 내놓고도 끝까지 ‘증세는 없다’고 버틴 까닭이다.

이런 고민 끝에 당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은 2012년 1월에 열린 ‘제3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비용을 교육청에 떠넘기기로 결정했다. 교육청 예산은 중앙 정부에서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크게 의존하는데(2014년 기준 68퍼센트) 이 중에 일부를 무상보육 예산으로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무상보육의 책임을 교육청에 떠넘기는 한편 교육청이 다른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려 한 것이다. ‘형 급식 뺏어서 동생 보육비 주라는 말이냐’ 하는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또, 지난해 9월 발표 ‘2016~2020년 중기지방교육재정계획 수립 지침’을 보면 시도 교육감과 시도지사가 교육재정 부담에 대한 사전협의를 하도록 돼 있다. 협의 대상에는 보육비도 포함되는데 그렇게 되면 교육청뿐 아니라 지자체에도 보육비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지자체는 교육청 예산의 일부(2014년 현재 약 17퍼센트)를 부담하고 집행(보육비 지급)을 책임지도록 돼 있다.

이런 조처는 정부가 복지 확대를 가로막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일부 진보 교육감들과 지자체장들이 복지를 확대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효과를 낸다. 교육부 차관 이영은 “학부모를 볼모로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교육청을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며 길길이 날뛰었지만 애당초 책임을 떠넘긴 것은 정부다.

또, 이런 떠넘기기는 한정된 재정 내에서 여러 복지 정책들을 경합시킴으로써 복지 확대 열망을 억누르는 효과를 내기도 쉽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늘렸다거나 목적예비비를 3천억 원 지원했다거나 하는 정부의 주장은 죄다 헛소리다. 당장 초중고등학교의 열악한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에도 부족한 돈이기 때문이다. 지방채 발행은 빚의 구렁텅이에 빠진 채무자처럼 교육청의 복지 확대 여지를 더욱 옥죌 뿐이다. 정부는 지방채를 발행하라고 할 뿐 그 이자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2월 4일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도 재정 지출 축소와 사회보험료 인상 등 복지 지출 억제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보육 대란은 이런 정책이 낳을 결과의 일부다. 정부는 사실상 무상보육 예산 떠넘기기를 통해 교육 재정을 삭감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지난해처럼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선 안 된다. 그럴수록 박근혜만 더욱 기세등등해질 뿐이다. 무상보육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