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일본 정부와 매우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위안부’ 문제 해결책을 합의했다. 많은 시민들은 이 협상 결과에 분노하고 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일본 정부의 잇따른 우익적인 행보와 여기에 맞장구를 치는 박근혜 정부에게 분노하고 행동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 한국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참혹한 식민통치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일본의 우익세력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법적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시민사회세력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로 한국적인 민족주의의 관점으로만 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다루며 여전히 ‘민족적 자존심’, ‘민족적 울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통상적인 민족주의적 문구들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연대〉 신문 독자편지란에서 김소망 동지가 역설하고 있듯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반제국주의의 관점으로 해석해야 민족주의적인 한계를 넘을 수 있다. 이 점은 〈노동자 연대〉 최신호에서 이현주 동지가 쓴 ‘위안부’ 문제를 다룬 기사에서도 옳게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매우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역사학자인 요시미 요시아키에 따르면, 중일전쟁 당시 동원된 ‘위안부’ 중 한국인은 51.8퍼센트였고 중국인은 36퍼센트였으며 일본인은 12.2퍼센트였다. 또한 익히 알려졌다시피,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은 점령지인 대만·버마·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 등지에서 수많은 여성들을 강제로 ‘위안부’로 동원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제2차세계대전 당시 ‘위안부’로 동원되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했던 직업적인 성매매 여성들(일본은 1956년 이전까지 공창제를 실시했다) 2만 명 이상 중 40퍼센트가 일본인이었고 20퍼센트가 한국인이었다. 일본인으로서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증언한 시로타 스즈코나 우에하라 시게코 같은 여성들이 “자신은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갔다”고 말한 점을 보면, 상당히 많은 일본 여성들도 ‘위안부’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한국인으로만 국한해서 생각할 수 없다.

‘기지촌’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서방 국가들을 포함한 많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군대는 전쟁을 치르면서 조직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하고 관리했다. 특히 미군은 한국·일본·필리핀·베트남 등지에서 현지 정부의 전면적인 협력을 얻어 ‘기지촌’이라고 불리는 ‘위안부’를 운영했다. 한국군 또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서 미국의 제국주의를 지원하며 군 차원에서 ‘위안부’를 운영했다.

이런 ‘위안부’들은 일본군 ‘위안부’와 그 본질적인 속성이 전혀 다르지 않았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사람은 한국군 ‘위안부’를 보며 일본군 ‘위안부’를 그대로 따라했다고 느꼈다고 한다. 미군 ‘위안부’들은 인신매매·협박·감언 등으로 강제로 기지촌으로 끌려 와 성적 학대와 고문을 당했다. 1992년 ‘기지촌’ 여성이었던 윤금이 씨가 미군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알려지기 전에, 얼마나 많은 ‘기지촌’ 여성들이 살해당하거나 자살했는지는 알 수 없다.

‘기지촌’ 여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캐서린 문이 말하듯이, 이러한 조직적인 ‘위안부’는 “어떤 사회의 문화가 (아니라) 특정한 사회적·경제적 조건에서 창출되는 결과(이며) ... 국가 안보나 경제 발전을 여성의 사회복지보다 우선시”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다. 공황으로 인해 침체된 국가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조직한 ‘위안부’나, 냉전 시기에 소련에 맞서 정치적·경제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킨 미국이 조직한 ‘위안부’는 그 본질적인 특징이나 이해관계가 다를 수가 없다.

이렇듯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단순히 한국적 상황의 특수한 민족주의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모든 제국주의는 폭력성과 호전성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심각할 정도로 존엄성과 생명권을 위협받기도 한다. 미국·러시아·일본·한국 등 제국주의 전쟁을 수행하거나 이를 도와 온 모든 국가가 그러한 폭력을 자행하며, 이는 여성을 국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사회주의자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반제국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제국주의의 위선과 폭력을 폭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