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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흔적 지우기에 맞선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다짐의 추모식’이 열리고 있다. ⓒ이미진

1월 12일 안산 단원고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같은 시각, 안산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에서는 단원고 졸업생, 희생 학생의 형제자매, 청년들이 중심이 돼 꾸린 ‘416교실 지키기 청년모임’ 주최로 추모행사가 열렸다. 평일 낮인데도 2백여 명이 모였다. 나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외대 학생들’과 함께 참석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단원고 학교 측이 제안한 ‘명예 졸업식’을 미수습 학생들과 선생님이 돌아오기 전까지 할 수 없다며 거절한 바 있다. 이 날 추모행사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기억하고, 미수습자들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진상규명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추모 행사에서 고(故) 김웅기 군의 형 김인기 씨는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급급한 명예 졸업식과 주먹구구식 보전 방향으로 이 억울한 참사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수백 명의 꽃을 앗아갔음에 반성하고 선체 인양과 미수습자 수습, 명백한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다짐의 추모식’에서 단원고 학생들이 분향을 하고 있다. ⓒ이미진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다짐의 추모식’에서 단원고 희생 학생 오영석 군의 어머니 권미화 씨가 아들의 영정 사진을 보고 있다. ⓒ이미진

이후 참가자들은 “여전히, 가만히 있으라”고 쓰여진 손 팻말을 들고 단원고로 행진을 했고, 헌화를 하려고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가족들은 자식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거나 슬픔에 잠겼다.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마음 아파했다. 교실 곳곳에 희생 학생들에게 보내는 메모들과 편지들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세월호 참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안산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다짐의 추모식’을 찾은 시민들이 단원고등학교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이미진

단원고 학교 당국은 희생 학생들이 쓰던 교실을 치우려 하자 ‘세월호 참사 흔적 지우기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기도교육청이 당사자 간 합의를 내세우며 한 발 물러서 있으면서 유가족들의 속도 타들어 갔다. 결국, 지난해 말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거세게 항의하자 경기도교육청은 ‘유가족 동의 없이 교실을 옮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일 가족협의회는 교실 존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당국이 1월에 명예 졸업식을 열려는 이유가 교실 리모델링 등을 위한 시간을 벌고 세월호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도 경기도교육청은 교실 존치 문제가 다시금 떠오르자 ‘4·16 민주시민 교육관’을 건립해 교실을 이전하는 계획을 부랴부랴 내놨지만 예산과 부지 확보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 당국이 교실 유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일리가 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2년이 다 돼 가는 동안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의 흔적을 지우고 진실을 은폐하는 데에 급급했다. 커다란 슬픔 속에서도 유가족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유가족들의 단원고 교실 존치 요구는 참사 흔적 지우기에 맞선 정당한 요구다.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명예 3학년’ 교실을 찾은 단원고 희생자 고(故) 김수정 학생의 어머니가 딸의 빈자리에 앉아 있다. ⓒ이미진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등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명예 3학년’ 교실에 졸업식에 참가하지 못한 희생 학생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물건들이 놓여 있다. ⓒ이미진
멈춰버린 시간 단원고등학교 ‘명예 3학년’ 교실 벽에 걸려있는 2014년 달력에는 단원고 희생 학생들이 수학여행에 다녀온 후에 계획한 일정이 적혀 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