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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 신규채용 합의가 또다시 부결되다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신규채용 합의안을 다시 한 번 부결시켰다. 1월 22일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52퍼센트가 합의안에 반대했다.

앞서 20일 현대차 사측과 정규직지부, 울산 비정규직지회 등은 내년까지 사내하청 노동자 2천여 명을 채용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사측은 이번에도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소송 취하를 전제로 일부 근속을 인정하는 신규채용안을 고집했다. 지난해 9월 64퍼센트의 높은 반대로 부결된 신규채용안보다 근속 인정 기간과 보상금이 약간 늘기는 했지만, 크게 차이는 없었다.

현대차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은 파견법 개악 등 '노동개혁'에 맞선 투쟁에도 중요하다. ⓒ이미진

울산비정규직지회 집행부가 이런 안에 합의한 데는 1월 27일로 예정됐던 2심 판결이 외곽부서 등 적잖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나오고 또 다른 일부에게는 유리하게 나오는 식으로 엇갈리는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무엇보다 사측의 탄압과 압박 속에서 2014년 정규직지부와 전주·아산 비정규직지회 집행부가 체결한 신규채용 합의를 용인할 것인지를 두고 금속노조 내 논란이 벌어지고, 지회 내에서도 이탈자가 생기고 활동가들이 지쳐가는 등 투쟁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어려운 여건 때문에 지난해 9월 신규채용 합의 때보다 반대표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노동자들은 이번에도 잘못된 합의를 거부하며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줬다.

1월 21일 부산고등법원이 한국지엠 창원 사내하청 노동자 5명 전원에 불법파견을 판결한 것도 이번 부결에 영향을 준 듯하다. 한국지엠 판결에서 5명 중 두 명만이 조립공정이었고, 나머지 세 명은 생산관리·KD포장 등 외곽부서였다.

그동안 신규채용 합의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아산비정규직지회의 양회삼 신임 지회장은 이번 부결의 의미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울산 동지들이 신규채용안을 부결시켜 줘서 정말 기뻤습니다. 우리 조건이 어렵지만, 불법파견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것입니다. 법원 판결에 따라도 우리의 사용자는 현대차입니다. 사측은 최소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기존 근속과 공정을 인정해야 합니다.

[2014년에] 아산 비정규직지회 집행부가 8·18 합의를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이 신규채용 합의를 거부한 노동자들이 비대위를 구성했고, 지금 새롭게 집행부를 세웠습니다. 우리의 입장은 신규채용 거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금속노조도, 정규직지부도 우리 입장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최근 현대차 사측은 야비하게도 재판부를 설득해 2심 선고를 4월로 연기시켰다. 이렇게 시간을 벌어 다시 노동자들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 십수 년간의 불법파견 논란 속에서 사내하도급 관계를 정비하는 게 필요한 사측은 신규채용이라는 수단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측은 이를 통해 소송 취하를 압박해 법적 부담을 줄이는 한편, 오랜 기간 사내하청으로 일해 온 숙련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흡수해 정년퇴임자 증가에 대응하려 한다. 한 해 5백여 명에 이르는 현대차의 정년퇴임자 규모는 곧 1~2천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측은 ‘합법 파견’을 위한 법 개악을 꾀하면서 기존 법령의 제조업 파견 제약을 해소해 앞으로 안정적인 사내하청 고용을 지속하고자 한다. 현대차를 비롯해 제조 대기업들이 ‘뿌리산업 파견 확대’ 등 파견법 개악을 강력히 촉구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렇게 볼 때, 제조업에 만연한 파견은 결코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위한 투쟁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현대차의 비정규직·정규직 활동가들이 굳건한 연대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과 파견법 개악 저지라는 운동의 원칙을 확고히 하며 투쟁을 발전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