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학벌사회》의 저자 김상봉 ‘학벌없는사회’ 정책국장에게서 수능 부정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듣는다

이번 수능시험에서 핸드폰을 이용한 부정 행위와 대리 시험 등이 밝혀지면서 일각에서는 처벌을 통해 시험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난해 수능시험이 끝난 뒤에는 많은 학생들이 자살을 했습니다. 다행인지 어쩐지 올해는 자살한 학생은 거의 없지만 많은 학생들이 범법행위를 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우리 나라 교육은 학생들을 극한에 몰아 자살과 범법행위 중에서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인생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대학 진학은 생존에 직결된 문제고, 학생들의 신분을 결정합니다. 공부, 학문 다 웃기는 소리죠. 어느 대학을 나오느냐 하는 것은 인생이 걸린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이 경쟁에 임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의 본래 의미인 자기 실현과 계발은 사라지고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한 경쟁만이 남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행위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법으로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인생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이 개발될 겁니다. 돈 있는 집 부모들은 성형 수술을 해서라도 대리 시험을 치게 할 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평준화를 도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봅니다.

대학평준화는 왜 필요합니까?
평준화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가 너무 심해서 ‘평준화’ 하면 다들 하향 평준화를 얘기하고 평준화가 교육을 망치는 주범인 양 얘기하는데, 저는 교육이 평준화되는 것은 너무나 당위라고 봅니다.
지금 우리 나라 교육이 망가지는 이유는 [대학이] 서열화해 있기 때문입니다. 1류 대학과 3류 대학이라는 구분이 외피 상으로는 교육적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획일적인 서열 속에서 사람들의 신분을 나누는 기준이 되고 있죠.
인간의 능력은 무수히 다양합니다. 교육이 정상화된다는 것은 각자가 다양한 소질을 다양하게 계발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나라의 교육은 한 가지 방식으로 줄을 세우고 모든 학생들이 시험 선수가 되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나라 교육의 모든 부조리, 경쟁력 저하, 모든 일탈의 원인이죠.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시험선수가 돼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대학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대학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면 서열화를 없애야만 합니다.

최근에 쓰신 《학벌사회》라는 책에서 대학평준화 방안을 제시하셨는데, 그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대학평준화가 추첨을 해서 학생을 배분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대학·지역으로 몰릴 필요가 없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대학평준화의 기본 취지입니다.
이것을 실행하기 위한 1차적 방법이 국립대학의 통합 네트워크입니다. 지금 서울대를 제외하면 지방의 거점 국립대학들은 이미 평준화돼 있습니다.
서울대를 묶어서 처음부터 평준화하자고 하면 무리가 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서울대 학부를 한 10년 정도 폐지하고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것이 자리를 잡으면 그 때 서울대를 포함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때는 수도권 인구를 고려해서 서울대 학생 수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베를린대학은 학생수가 10만 명입니다. 베를린 인구가 3백만∼4백만 명 정도인데도 그렇습니다. 따라서 서울대 학생 정원을 훨씬 더 늘려서 대중적 국립대학이 돼야 합니다.
그러면 사립대학들은 어떻게 하느냐 혹은 연고대가 나서서 설치지 않겠느냐고 얘기하는데, 그건 쉽게 되지 않을 겁니다.
국립대학은 지금도 사립대학에 비해 등록금에서 우위에 있고, 장기적으로는 국립대학들은 무상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사립대학들은 경쟁이 안 될 겁니다.
장기적으로 사립대학은 공립대학 체계로 흡수해야 합니다. 지금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에서 보듯이 사립학교 재단들은 교육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로 학교 폐쇄하겠다는 것을 보십시오.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질적인 평준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직자 지역할당제’를 실행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고시 할당제인데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고시를 계속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인구비례로 고시를 할당하는 겁니다.
지금은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의 90퍼센트 안팎이 서울 지역 학교 출신입니다. 그리고 서울대, 연·고대가 60∼70퍼센트입니다. 그런데 인구비례로 할당하면 서울은 23퍼센트밖에 안 되죠. 결국 서울에 있는 대학에 기를 쓰고 올 필요가 없는 겁니다. 오히려 서울의 학생들도 지방의 대학들로 가게 될 겁니다.
미국의 경우에 의사나 변호사 자격증을 주 정부가 줍니다. 그러면 자연히 특정 지역으로 몰릴 이유가 없는 겁니다. 자연히 각 지역의 대학들로 분산되는 것이죠.

서울대 출신들이 정·재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라는 것도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지 않을까요?
시장주의자들은 말로는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시장 경쟁은 독점이 없어지고 다양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가 시장으로 들어오는 거죠.
하지만 모두가 대등한 상황에서, 독점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가 다양성과 역동성을 갖고 경쟁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 기득권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지금 서울대학과 지방 국립대, 사립대 사이에 무슨 경쟁이 있습니까?
‘경쟁을 통해서 교육의 수월성을 담보한다?’ 그러나 한국의 고등학생들처럼 많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우리나라의 학생들처럼 대학 수학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어디 있습니까?
그 까닭은 경쟁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쟁이 왜곡됐기 때문입니다. 경쟁이 다양화해야 합니다.
그 말은 지금처럼 획일적인 시험 경쟁과 대학 서열은 안 된다는 겁니다. 각 전공 영역에서 경쟁을 할 때 진정한 경쟁력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서열화가 강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곧 무너질 거라고 봅니다. 왜냐면 최근 고교등급제가 얘기가 나오면서 그 전선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시장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독점을 인정해 달라는 것일 뿐이라는 점이 분명해졌고 이제 그것은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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