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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노동자 공격에 맞선 효과적 투쟁 건설을 위해

심화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민자 투자를 활성화하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등 시장화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도 계속 하고 있다. 핵심으로는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강화하고 저성과자 퇴출제를 도입하려 한다.

정부는 공공부문 노동자 공격을 시작으로 전 분야로 노동 개혁을 선도하려 한다. 올해 상반기에 30개 공공기관에서 전체 직원의 70퍼센트까지 포괄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이어서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 공기업들에서는 올해 안에 최하위 직급과 기능직을 제외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공기업과 금융 공기업에서 연봉 총액의 최고와 최저 격차를 30퍼센트까지 벌리겠다고 한다.

임금피크제가 일부 고령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한다면 성과연봉제는 대다수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할 것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해 지나치게 높은 은행권 초임을 현실화” 하겠다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의 발언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동자들 사이 경쟁을 강화시킬 것이고,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은 상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1월 30일 노동개악 정부지침 저지!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이미진

공무원과 교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즉, 구체적 형태는 달라도 공공부문 전반에서 성과주의를 강화하는 공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위기감을 매우 크게 느끼며, 이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공격이 공공부문 노동자 대다수를 겨냥하고 있고 노동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임금⋅인사 문제와 관련돼 있는 데다가 고용 불안도 키우는 방향이라 반감이 만만치 않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최근 민주노총이 공공·공무원·전교조·보건의료 노조들과 함께 ‘민주노총 공공부문 직무·성과주의 임금체계 및 성과 평가 저지를 위한 연대회의’를 구성했다. 정부의 공격에 맞서 다양한 공공부문 노조들이 함께 단결해 투쟁을 벌이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부터 공격을 선도하려는 만큼 민주노총이 적극 나서 전체 노동운동이 공공부문을 함께 방어하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효과적 대응 방향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정부가 얼마나 강하게 공격할지는 총선 결과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특히 정부가 ‘진짜 사용자’인 공공부문 노조들은 총선에 큰 관심을 보이며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선거 시기에 노조들이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노동개혁’과 공공부문 공격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라고 요구하며 노동 의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투쟁을 일찌감치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총선 시즌에 정치인들과 정당들을 압박하는 데서도 더 유리할 것이다.

총선 대응책을 고민할 때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국민적 지지’를 얻거나 더민주당 후보들과의 정책 공조를 한다면서 임금이나 고용 같은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를 선명하게 내세우면 안 된다는 포퓰리즘에 빠지면 안 된다. 또, 노동자 고유의 요구를 내놓는 것을 정규직 노동자들의 ‘실리주의’ 추구라고 보며 모종의 정규직 양보론을 내세우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는 노동자들의 투지를 약화시키고 분열시켜 투쟁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공공운수노조가 경영평가 성과급을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신규 인원을 충원하자고 제안한 것이 있다. 조직 노동자들이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정부의 ‘철밥통’ 프레임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동안 경영평가 성과급은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의 중요한 일부였다. 이를 폐지하자는 것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자진 삭감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또, 이 제안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려면 정규직 노동자가 더 희생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에 무력했다. 무엇보다 투쟁을 건설하려는 기층의 활동가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 이런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한하거나 조건을 후퇴시킬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이익을 적극 방어하며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주고,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 등을 결합하는 것이 지지를 얻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올해 투쟁에 대비해 사업장별 개별 교섭과 임금투쟁(임투) 전술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제안은 지난해 임금피크제 저지 투쟁 때 사용한 대정부 교섭 전술이 실패했다는 평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투쟁에서 진정한 쟁점은 현장 조합원들의 힘을 동원하는 투쟁을 건설하는 데 매진할 것이냐 교섭에 치중할 것이냐였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노사정위가 재개된 뒤 노조 지도자들은 정부와의 협상에 매달려 양대노총 공동 하루 파업이 취소되는 등 투쟁이 약화됐고, 그 뒤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이 본격적으로 임금피크제 합의로 기울었다. 올해의 전술도 투쟁 건설보다는 사측과의 교섭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지난해와 마찬가지의 오류를 겪을 수 있다.

한국노총 일각에서는 성과연봉제 저지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그 피해를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교섭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사측이 성과 평가를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평가 방식과 절차에 노조가 개입할 수 있도록 단협을 체결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접근은 ‘공정한 성과 평가 제도’라는 명분만 내세워 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는 사측의 술책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게다가 처음부터 성과연봉제나 퇴출제 도입을 전제로 한 후퇴를 염두에 두고서는 투쟁 건설에 집중하기 힘들다.

지난해 공공부문에서 정부의 공격을 막아 내지 못한 것은 노동자들의 투지 부족 문제가 아니었다. 노조 지도부의 비효과적 지도와 투쟁 회피, 심지어 배신이 문제였다. 여러 투쟁을 돌이켜 보면, 상당수 노동자들은 지도부의 투쟁 호소에 부응할 태세를 보여 줬다.

올해 경제 위기 심화 속에 정부의 공격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동자들의 불만은 여전하고 위기감도 크다. 관건은 이를 효과적인 투쟁으로 조직해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