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역사를 두루 살펴보면 그야말로 다양한 전술이 사용돼 왔음을 알 수 있다. 그중 압권은 생산을 멈춰 이윤에 타격을 주는 ‘파업’인데, 파업에도 작업 중단, 점거파업, 부분파업, 전면파업, 필공 파업, 시한부 파업, 살쾡이(비공인) 파업 등 여러 종류와 형태가 있다. 이 가운데 노동자들이 몸소 일터를 접수해 사장과 관리자를 내쫓는 ‘점거파업’은 예부터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노동운동의 발자취에도 굵직한 직장 점거 사례들이 있다. 2007년 뉴코아·이랜드, 2009년 쌍용자동차, 2010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2011년 대학 청소 노동자와 유성기업 등 최근까지도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직장 폐쇄, 열악한 조건에 맞서서 자신의 일터를 점거했다.

그러나 직장 점거는 싸우려는 노동자들이 늘 선택하는 전술은 아니었다. 점거파업이 통상적 파업보다 훨씬 대담하고 결연한 집단 행동이라서 결정 당사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점거파업은 흔히 해고, 무급 휴직, 폐업에 맞닥뜨린 절박한 사람들의 도구였다. 또 점거에 나선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관료주의나 좌파의 정치적 오류, 점거 확산 거부 탓에 쓰라린 패배를 겪기도 했다.

일터를 점거한 노동자들의 이야기

이 책이 쓰여진 2009년은 미국발 경제 위기가 온 세상을 덮친 직후였다. 때마침 노동계급을 더욱 쥐어짜려는 세계 지배자들의 시도에 맞서 곳곳에 저항이 벌어졌다. 점거파업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취한 두드러진 방식이었고, 점거 투쟁의 효과가 다시 한 번 입증되기 시작했다.

세계 노동운동의 결정적 순간마다 파업과 점거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그것을 일목요연하고 쉽게 정리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여러 나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점거파업은 사회주의자들과 투사들이 일찍이 관여한 산물이구나!”, “세계 노동자들이 서로의 투쟁에 고무받으며 배웠구나!” 하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지은이 데이브 셰리는 단순히 점거파업의 효과와 역사만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은이는 불황과 저항의 관계를 설명하며 불황기에도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운다면 양보를 얻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점거파업이 대중적으로 벌어지는 곳에서 노동자위원회, 노동자 통제 같은 의제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조직이 그 성패의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2016년 오늘까지도 세계경제 위기는 좀처럼 회복될 낌새가 없으며, 한국의 지배계급도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렇다고 몇 년 전처럼 곳곳에서 점거파업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지배자들은 머지않아 구조조정과 폐업이라는 칼날을 깊숙이 들이밀 것이다. 여기에 맞서서 투쟁하려는 노동자들과 그런 투쟁에 연대하고 동참하려는 활동가들한테 이 책이 작은 길잡이이자 밑거름이 될 것이다.